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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 여자, 당신이 기다려 온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1
노엘라 (Noella) 지음 / 나무수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문득 떠오른 것은 신경계에 대한  생각이었다.  

모든 신경이 전달하는 것은 전기적 혹은 화학적 신호이다. 청각이든 시각이든 미각이든 동일한 방식과 화학물질로 뇌까지 신호를 전달한다. 전달체계가 동일한데 보이고 들리고 맛보는 것이 다른 것은 신경이 다다르는 뇌의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이 전기를 공급하지만 연결된 기계마다 다른 기능을 가진 것처럼. 눈에서 나오는 신경이 뇌의 시각영역에 연결되어 있기에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눈과 시신경이 정상이더라도 시각영역이 망가지면 볼 수 없다. 그리고 만약 시신경이 청각영역에 연결되어 있으면 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이 된다고 한다. 

정신과학책이 아니라 예술관련 책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용을 또 한 번 예상해보았다.  

드가의 발레리나 그림과 발레 음악이, 귀부인의 살롱 그림과 실내악이, 또는 종교화와 그레고리안 성가의 연결고리 같은 것들이었다.  

책은 이 예상과도 다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드가의 그림이 나왔으나 백조의 호수나 차이코프스키와 연결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엉뚱하게도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가 드가와 짝을 이뤘다. 푸치니가 발레음악을 작곡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둘이 짝 지워진 이유는?  둘 다 사실주의를 추종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가난하고 비천한 신분의 여인들,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는 공통점.  

이 책에는 그런 생각지도 않은 공통점을 가진 그림과 음악이, 화가와 음악가가 짝지어 나온다. 비슷한 정신질환을 앓았다. 바라보지 못할 여인을 사랑했다. 당시의 유행에 뒤쳐졌다. 끔찍한 질병으로 아팠다. 누군가의 영감이자 스스로 예술가였다. 똑같은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

지금껏 많지는 않지만 그림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이런 양식은 처음이었다. 그림에 대해서는 사실주의니, 고전주의니, 인상파에 대해 많이 읽어 왔기에 잘 안다고 생각해왔는데 음악과 함께 연결되니 과연 잘 알고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가들은 잘 알지만, 음악가들은 잘 몰랐다. 교과서나  TV에서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오는 음악을 단편적으로 듣는 것이 전부였다. 소개된 음악 중 못 들어 본 것도 많았다. 그러나 그림과 함께 설명되니 어떤 음악일지 어떤 음악가일지 상상이 되었다.  읽는 중간 중간 제목 그대로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이 찾아 온 듯 했다.  

내용에 저자의 경험이 섞여 있는데 평상 시에는 그런 부분이 저자의 지나친 참견으로 여겨져 거부감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된 점도 독특했다. 저자의 감성도, 경험이 마치 화가와 음악가의 목소리처럼 자연스럽게 섞여서 그런가 싶다. 그림과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수필처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의 원인이겠지.  

 

 

* 트랙백을 걸어서 아시겠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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