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소스의 철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디오니소스의 철학
마시모 도나 지음, 김희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봤을 때 그리스 신화인가 싶었다. 

'디오니소스라면 '주색잡기(<-이 책을 읽고 오해했구나 싶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생각했었다)'에 관여한다는 그리스의 신이 아닌가? 주색잡기 신에게 무슨 철학? 주색잡기에도 철학이 있나?' 

싶었던 책이었는데 받고 보니 '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표지에 Vine이라고 적혀있고 포도주 병이 버젓이 등장해있는데 왜 몰랐을까 싶기도 하다. 이탈리아 어를 잘 모르지만 Fil~어쩌고에 Vine이니까 실제 제목은 술의 철학... 뭐 이쯤 되었을 듯 싶은데, 한국어로는 [디오니소스의 철학]이라는 더 '철학적인(?)' 제목으로 재탄생했다. 

나처럼 디오니소스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지 첫 시작부터 디오니소스와 디오니소스의 넥타(Vine, 포도주)에 대한 사실을 늘어놓는다. 디오니소스의 신화부터, 여자들만의, 여자들만 참석했던 축제였던 디오니소스의 축제, 그리고 포도와 포도주가 생명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는 추측도 포함해서. 그 다음부터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와 술에 대한 내용들이 철학자들의 저서를 인용하여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취중진담이나 술로 친해진다는 것을 믿지 못하므로 플라톤의 술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데카르트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술 마시면 취한다. 그것 뿐이다.

난 술을 거의 하지 못한다. 술맛을 잘 모를 뿐더러 술마시고 난 다음의 신체반응이 불쾌해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시뻘겋게 되는 것은 둘째치고, 혈관확장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두근거림이 발생해서 진실에 대한 탐구는 커녕 불편함에 그저 집에 가서 누워 자야겠다는 생각 외의 생각을 못하게 되곤 했다. 술취함의 도입부에서의 불쾌감이 너무 심해서 '무아지경(이른바 필름 끊기기 전)'까지 될 때까지 마셔 본 적도 없다. 술로 인한 '무아지경'도 '인간 본연의 모습'도 '취중진담'도 '즐거움'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이 책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술에 대한 철학자의 생각도 애정도 물 위의 기름처럼 종이 위의 글자들로 떠돌 뿐 내 머리에 잘 흡수되지는 않았다.  

와인이나 술을 즐기는 사람은 읽어볼만 할 듯 싶다. 특히 와인을 마시며 만화캐릭터를 흉내내는 감상을 늘어놓거나 가격과 산지를 줄줄 읊는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아는 체를 하고 싶다면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살고 있어 마실 때마다 변명거리가 필요하다면 유익할지도. 철학에 대해 아는 사람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모르는 사람에게도 '뭔가 생각하며 술을 마시고 있구나'하는 이해의 마음이 들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이 써 먹거나 괴테의 '괴'나 칸트의 '칸'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 먹는 소리로 들려 화를 돋굴 수도 있겠지만.    

 

 

* 트랙백을 걸어서 아시겠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