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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책을 받고서 저는 한동안 머리 맡에 두기를 망설였습니다. 책 제목이 보이도록 책꽂이에 꽂아 놓았더니 친정엄마는 '무슨 책 제목이 저래?'라며 얼굴을 찌푸리시더군요. 누구나, 최소한 언젠가 죽게 되리라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라고 잘 알고 있지만 - 저번 달 말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도 했고 - 생각하기는 싫은 사실입니다.
첫 페이지 직후의 추천평을 보고서 [인생수업]류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좀 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죽음이 그렇게 두려운 사실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책이길 바랐지요. 정리하자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러나... '류의 책이길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벗어난 책이었습니다.
뭐랄까... ... 제목 그대로 였습니다. '생존기계'라고 언급하는 저자의 아버지와의 이야기, 직접 경기를 즐기고 나중에는 스포츠 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한 농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탄생, 성장, 노화, 죽음에 대한 과학적, 인문적(유명인사가 남긴 죽음에 대한 글과 유언들을 인문적이라고 한다면) 사실들이 혼합되어 있는 내용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계속 인식하게 만들더군요.(그래서 이 책은 지금도 제목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져 책상 위에 놓여있습니다.)
이 책에 언급된 과학적인 사실들은 일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들이지만 과학으로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문학(리뷰를 쓰기 전 다른 리뷰들을 보았는데, 저도 다른 리뷰어들과 똑같이 이 책은 인문보다는 수필로 여겨지더군요) 혹은 인문적 시선으로 보니 심각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진화나 의학으로 보면 객관적으로 다가와서 감정적으로 느낄만한 부분이 적었지만 문학 또는 인문의 시선으로 보니 감정 혹은 의미가 들어가 경험이 되어 버렸다고 할까요.
죽음을 남의 일로 여기고 가볍게 넘겨 버리고 싶었는데, 읽을수록 나의 일이 되면서 무거워지던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저자보다는 저자의 아버지와 같은 종류의 사람인가 봅니다. 아직은 늙는 것보다는 죽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영혼의 유무나 신앙을 떠나서, [빨강머리의 앤]에서 폐병으로 요절했던 루비(금발머리의 미인이라서 앤이 무척 부러워 한 친구)가 천국으로 갈 것을 믿지만, 그곳은 자신에게 낯선 곳이라 죽음이 두렵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물론 건강이나 건강유지를 위한 스포츠에 열광하지는 않지만요.
마음은 무거워졌지만,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는 되었습니다. 이미 노화가 시작된 30대 초반이라서 육체적으로 절정이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노화를 코 앞에 둔 시점이자, 성장의 정점이던 그때의 육체를 왜 더 즐기지 못했는지... ... 서툴지만 운동도 배우고, 장시간 걷기도 하고 등과 머리 속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활동하며 인생에서 가장 강하고 유연했던 육체를 경험하지 못했는지... ... 이제껏 의자에 앉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보낸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10대와 20대 초반 연령의 학생들이 보기에는 제목도 무겁고 내용도 어려울 수 있겠지만,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신체의 최고점을 소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그 학생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 트랙백을 걸어서 아시겠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