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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정권 - 탈세와 부정으로 얼룩진 오바마 정권의 이면
미셸 말킨 지음, 김태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저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가졌었다.
인종적인 편견을 백인 미국이 극복해 낼 지도 큰 관심거리였지만, 부시 혹은 공화당의 정책을 거부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였다. 우리나라에서 부시와 유사한 정권이 들어섰기에-그리고 그 정권을 지지하지도 않았기에-, 더 크고 정치적으로 더 발달되었다고 생각한 나라는 좀 다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관심을 쏟던 와중에 오바마가 당선되었고, 나는 기뻤다. 잘 알지는 못했지만, 부시보다는 남(타국)을 생각하지 않을까? 부시보다는 뭔가 정의롭지 않을까? 흑인으로서 혜택을 받은 일보다는 서러운 일이 더 많았을테고 그런 만큼 좀 더 못한 사람, 부족하게 가진 국가에 대한 배려가 조금 더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들도 있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큰 사회가 정체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그렇다면 미국보다 훨씬 작은 우리나라는 더 빨리 진보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희망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경제위기가 터지고, 그 대처에 대한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기도 전에 오바마 정권이 재선을 걱정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의문을 가졌다. 참여정부 때, 겨우 5년의 기한을 줘 놓고 많은 것을 변화시키리라 기대하고 결국 기다리다 못해 투덜거렸던 죄책감이 기억나면서 '미국 국민들이 좀 기다려보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난 미국 국민도 아니고, 내 일 그리고 우리나라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더 급하기에 의문만 가졌을 뿐 더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기만의 정권]은 내가 잠시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책이었다. 왜 몇 년되지도 않아서, 우리나라에서는 떨어지는 지지도에 대한 답도 되어주고 있는 경제위기를 똑같이 겪으면서도 지지도가 떨어지는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로비스트를 쓰지 않겠다. 로비에 좌우되지 않겠다. 깨끗한 사람을 쓰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작 채용한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 지지자들, 돈을 대 준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그들 자신이 로비스트였거나 그들 뒤에 거대 제약사 등의 기업이나 타국(아랍 등)의 돈(로비)가 있었다. 의회의 청문회를 거치기 싫어서 차르라 불리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뒤를 돌봐 준 사람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탈세를 한 사람도 부지기수이고, 기용한 사람의 단점이나 문제점에 대한 타당한 지적이나 반대에는 흑백차별이라며 변명하기도 하고.
저자는 오바마 정권이 기용한 사람들, 오바마 주위의 사람들의 행태를 분석하며 오바마 정권이 [기만의 정권]이라고 말한다. 깨끗한 척 하지만 이전 정권과 다를 바 없고, 다를 바 없는데 말로 능력이 있는 듯, 깨끗한 듯 속이고 있다고. 너무 상세하게 하나하나 지적해서 혹시 저자가 신문기자라지만, 부시 정권 쪽 사람인가 싶었는데, 그런 주장 뒤로 늘어놓는 수많은 기사와 자료를 보니 저자가 독자를 기만 하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아, 이래서 지지도가 떨어졌구나. 오바마 정권도 도덕성이 문제였다.
애초에 '이전 사람들-정치가들-과 우리는 다를 바 없어요. 우리도 공짜로 정치하지는 않거든요.'라는 냄새를 풍기며 아무 말 안 했으면 솔직하기라도 한 것일텐데, '우리는 깨끗해요. 이전 사람들과 달라요.'라고 해서 뽑혀놓고 이전과 똑같이 하면 뽑아 준 사람들을 속인 것이니까. "바꾸자!"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전혀 바뀌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실망감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 말과 행동의 일치나, 발언의 진실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다시 깨닫게 된다. 어느 나라 혹은 사회나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과정이 비슷하면 결국 그 결과도 비슷하게 나온다는 점도 다시 알게 되었고.
그리고 미국의 대단한 점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그것은 신문기사로 이미 언급된 것을 정리했다 하더라도 책에 사건이나 실명이 분명하게 나오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딴지일보에서 기사로 이미 언급된 내용으로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그걸로 명예훼손으로 기소당한(그것도 명예를 훼손당한 본인도 아니고 검찰한테, 명예훼손 당한 사람이 명예를 훼손당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무소 직원분의 인터뷰를 본 후라 이 책이 발간되고 해외에 번역까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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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백을 걸어서 아시겠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