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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 - MB를 넘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
손호철 지음 / 해피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학생 때는 정치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와 관계 없는 세계라고 생각했었죠. 내가 사는 지역에서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대통령이 되든 '나'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하루 쉬는데 그 쉬는 목적이 투표라니까 - 그리고 돈 들여서 투표하는 거니까 - 투표는 꾸준히 했습니다만 스스로 생각을 하고 찍지는 않았습니다. 고민해가며 최선, 혹은 차악을 선택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대학원에 들어가서 학내에서 벌어지는 '정치'를 실감하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뭐랄까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세계가 아니라 너무 밀접해서 옆에 있는 줄도 몰랐던 세계였습니다. 공기 중, 물 속에 우리 피부 표면과 몸 속에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미생물들이 뭔가 문제(병)를 일으켜야 그 존재를 실감하는 것처럼 정치 역시 정치로 생긴 문제를 실감해서야 알게 되었던 것이죠.  

그렇게 존재를 알게 된 정치였고, 그렇게 정치의 존재를 깨달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나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측은 아닌 것이 분명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았지만, 2008대선에 열우당을 찍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민노당이냐하면 그들도 지지할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뭔가 딱 입맛에 맞는 지지처를 찾을 수 없었고, 왜 그런가 궁금해했는데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를 읽고서야 지지처를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좀 짜증이 났습니다. 저 자신이 아리송한 상태였기에 정치학자의 분명한 태도를 보고 싶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배신하더군요. 신랄한 반 MB도 아니고, 김대중/노무현 및 민주당도 비판하고, 그렇다고 민노당에 호의를 가진 것도 아니라서 '아 이 저자도 양쪽 다 나쁘다는 회색주의자거나 인터넷에서 말하는 쿨가이-냉소주의자-인가?'했더랬습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왜 자신이 그런 상태가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덕택에 저 자신이 왜 아리송한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는지, 지난 대선에서 MB를 당선되게 만들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 없었는지 알게 되었구요. 

저자는 반대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과 MB가 아니라 그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 성장 위주, 무한경쟁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신자유주의' 세력이기 때문에 비판하고 있었고요. 한나라당과 MB야 비판 강도가 약하다는 생각에 그냥 저냥했지만 민주당에 대한 비판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공감이 가다 못해 비판이 더 독했어야 했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불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에조차 지지할 마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사실 지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지를 해줘야하나 아니면 소신껏 지지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만 떠 안겨놔서 더 원망스럽기만 하달까요('대중이 언제 광장으로 튀어나올지 모른다'면서도 저 같은 사람의 고민 끝의 선택이 결국 독이 되었다 평가하는 저자의 말을 듣자면 '소신껏 투표'가 적당할 것 같네요).

각 정권에 대한 분석도, 비판도, 상황에 대한 분석도 좋았습니다.  세종시 문제가 누구한테 이득이 될지에 대한 부분도 타당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좀 더 과격한, 속 시원한 비판을 보고싶었기에 다소 점잖은 비판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현재 정치를 누구에게 맡겨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해결해주었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장인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를 위하여'의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입니다. 반-MB 혹은 반-신자유주의 연대의 중심 세력을 이뤄야 할 자들은 낡은 것 - 민주화 연대, 대중 계도 -이 물러가는 줄 모르고 집착하며, 새로운 것 - 반신자유주의 연대, 대중과의 소통 -을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신문 등에 실렸던 칼럼과 정치평론을 모아 편집한 책이라 내용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는 점은 좀 아쉬웠고요.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앞 부분과 내용 중간 중간 설명을 해주기는 했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MB 정부를 똑같이 평가하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빈부격차를 심하게 만들어 놓는지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부분이 있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전체적으로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이론에는 문외한이라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쉬워서 좋았습니다.   

 

뱀다리 ;  마지막 장을 읽고 있자니 지속된 MB정권의 실정에도 요즘에는 대중이 반응을 안 보이는 것은 일종의 '포기'가 이뤄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례(소고기 파동/ 노전대통령 사망)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대항할 힘을 주었는데도 대중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보기는 커녕 그저 편승해서 편히 갈 궁리만 하는 야당(대안)에 아예 포기해서 '될대로 되라지. 이보다 더 나빠지겠어'라는 낙관적 무반응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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