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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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책이 아니라서 그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해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함께 우리말 자취를 찾아 오솔길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 목숨도 살리자. 우리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 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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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 공부 -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 지음 / 상상정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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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른의 말 공부/권재우 외5

(사람과 삶, 마음을 잇는 어휘의 힘)



 

우리말 살리는 일은 우리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고 한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글 바로 쓰기를 읽고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예쁜 우리말을 두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한자말을 쓰거나, 근본도 모르는 엉뚱한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보니 글도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오염된 말과 글을 수시로 사용하면서도, 별로 거기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 어원을 찾아가는 길은 크고 넓은 길이 아니라 오솔길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간 사람의 자취를 따라 천천히 오솔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길을 오래 걸어가다 이 책을 세상에 내어놓게 되었지요. 돌아보면 참 즐거운 나들이였던 것 같습니다.(8)

 

이오덕김수업교육연구소는 우리말과 삶을 가꾸려 했던 이오덕·김수업 선생님의 뜻을 이어가고자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스승과 제자가 갈 길을 잃어버린 현 시대에 아직도 아이들 삶을 가꾸고 북돋는 교육, 말과 글과 삶이 함께 이어지는 교육을 위해 애쓰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낙관해 본다.

 

우리말의 자취와 오솔길을 따라 떠나는 선생님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선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쓴 글이라서인지 이해가 쉽고 술술 읽힌다.

 

응어리는 원래 열매 속에 단단히 뭉친 것을 뜻합니다. 사과나 배를 먹다보면 단단해서 더 먹지 못하는 속이 나오는데 그게 바로 응어리입니다. (17)

 

사과나 배를 먹다보면 단단해서 먹지 못하는 것이 응어리라고 한다. 처음에는 과일에 쓰던 말이 사람 몸으로 옮겨 가 멍이 들어서 단단하게 뭉친 것을 응어리라고 했고, 상처가 곪아서 단단하게 된 것도 응어리라고 하다가 지금은 우리가 흔히 쓰는 마음속에 응어리가 졌다등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참 재미있다.

 

이렇게 말의 뿌리를 알려주고 말뜻을 잊어버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예문도 만들어 두어서, 에세이처럼 그저 재미있게 술술 읽어나가면 된다.

 

특히 신기했던 낱말은 비싸다와 싸가지인데 +싸다값싸다이듯, ‘+싸다비싸다이며, 값이 싸면 비싸다고 했으며, 지금은 거의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싸가지가 원래는 +아지로 이루어진 사투리로 어린 싹을 뜻했다고 하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2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에 책 크기도 자그마해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도 좋다. 다니면서 잠시 짬이 날 때마다 들여다봐도 될 정도로 손에 쏙 들어오기도 하고, 한 어원에 대해 2~3쪽 분량으로 되어 있어 잠깐씩 읽어도 무방하다.

 

이오덕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면 그분의 철학대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어른의 말 공부도 제목으로 봐서는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뜻을 같이해서 만든 책이어서인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면 우리말의 어원을 찾으며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중한 끈이다. 그동안 그토록 소중한 말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너무 신중하지 않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사용해 온 것에 대해 절로 반성이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빈곤격차도 심하지만 언어에 대한 빈곤격차도 매우 심각하다.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있지만, 아예 읽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예전에는 선물할 일이 생기면 주로 책을 선물했는데, 도서관에 책은 넘쳐나는데 읽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언제부턴가 책선물이 망설여진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언어를 자유자재로 풍부하게 사용하기를 원한다. 아이들의 어휘력을 늘리려면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고 책을 많이 읽어주고, 또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감하리라 짐작된다. 딱딱한 책이 아니라서 그동안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고 해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함께 우리말 자취를 찾아 오솔길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 목숨도 살리자. 우리의 삶이 한층 더 풍요로워 질 테니…….

 

매 말고도 하늘을 주름잡는 새가 있습니다. 수리입니다. 수리는 하늘 높이 떠서 빙글빙글 돌다가 먹이를 보고 내려옵니다. 높이 뜨는 습성 때문에 수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단오를 뜻하는 우리말 수릿날도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을 때이고, 사람 몸에서도 가장 높은 곳이 정수리지요. 수리와 같은 뿌리입니다.(92)

 

처음에는 물가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어린다고 했습니다. 거울처럼 또렷하지 않고 어른어른 비치는 모습입니다. 달빛에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나 눈가에 눈물이 비칠 때도 썼지요. 눈에 보이던 것에 쓰던 말이 마음으로 옮겨 갔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어릴 때도 있고, 정성어린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114~115)

 

 

마지막에 태어난 아이는 막내입니다. ‘막다에서 나왔습니다. 막내처럼 길도 막히면 막다른 곳이 되고, 더위도 막바지에 이르면 한풀 꺾입니다. 뭘 먹으면 작은창자, 큰창자를 거쳐 막창에 이르고, 축구도 막판 고비를 잘 넘겨야 이길 수 있습니다. 갱도가 막힌 탄광을 막장이라고 하는데 드라마도 갈 때가지 가면 막장이 됩니다.(181)

 

 

흔하다는 수를 세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하나, , , 세다보면 어느새 십이 됩니다. 십은 한자말이지요. 우리말로 하면 입니다. 마흔, 일흔, 아흔에는 흔이 그대로 붙어 있고 서른, , 예순, 여든에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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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 우리말 일력 365
노경실 지음 / 낮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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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학생용으로 나왔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하면 좋을 책이다. 게다가 일력으로 만들어서 가족들이 잘 보는 곳에 두고 보면, 평소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없겠다. 매일 보면 더 좋겠고 어느 날 문득, 예쁜 우리말이 눈에 들어와서 일력을 넘기게 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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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 우리말 일력 365
노경실 지음 / 낮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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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 문해력 우리말 일력 365/노경실

(예쁜 우리말 365개로 문해력 키우기)



 

월간잡지 좋은생각을 정기구독 신청해 즐겨 읽는데, 예전에 월 표시를 예쁜 우리말로 한 적이 있다. 그저 1·2월로만 쓰던 것을 해오름달·시샘달 등으로 표기하니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다보니 어느 새 거의 다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초등 문해력 우리말 일력 365를 받아 읽으니, 이 예쁜 우리말·우리글들이 다 어디에 숨었다 나왔나 싶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책장을 펴면 우리말과 우리글에 너무 관심이 적다며, 소통이 안 되어 오해와 편견을 낳아 결국 불통으로 이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일력을 만들게 되었다는 지은이의 말에 이어, 새해 아침에 힘 있게 오르는 달이라는 뜻인 해오름달이 나온다.

 

그 다음 장을 넘기면 지저분함이 없이 말끔하고 깨끗하며, 시원하다는 뜻인 새뜻하다가 나와 있다. 풀이와 예문은 물론이고, 비슷한 말 혹은 반대말까지도 제시되어 있어 초등학생이 읽어도 , 이게 이런 뜻으로 사용되는구나!’라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명사(이름씨)나 동사(움직씨) 등의 품사도 우리말로 적으면 너무 예쁜데, 우리는 이 또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어 많이 아쉽다. 예문을 든 보기에도 에는 아이들이 직접 기록할 수 있게 밑줄만 그어 두었다.

 

책을 넘기다보니 깨끼발·바라지·뜬금없이 등 아직도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포시럽다·헤살 부리다 등 어릴 때는 자주 사용했는데 지금은 잊어버린 말도 더러 있다.

 

또 내가 어릴 때는 정월이나 동짓달, 섣달 등으로 일컫기도 했는데, 이제는 정월대보름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 또한 잘 사용하지 않고 있어, 아이들도 삼월·사월 등은 잘 알겠지만 동짓달·섣달 등은 아마 생소해 할 것 같다.

 

집알이를 해 본 적 있나요! “엄마 아빠 따라서 집들이 간 적이 있어요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사한 집에 찾아가는 손님 쪽에서는 집알이 간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에요’(310)

 

최근엔 집알이를 간 적이 없었지만 부끄럽게도 새로 집을 지었거나 이사한 집에, 집도 구경하고 인사로 찾아보는 일인 집알이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늘 당연한 것처럼 집들이 간다고 표현했다. 이건 습관이 아니라 몰라서 그렇게 사용했는데, 그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솔직히 우리 집에는 초등학생이 없다. 그럼에도 이 책 서평단에 당첨되어 귀한 책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이 책은 초등학생용으로 나왔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하면 좋을 책이다. 게다가 일력으로 만들어서 가족들이 잘 보는 곳에 두고 보면, 평소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없겠다. 매일 보면 더 좋겠고 어느 날 문득, 예쁜 우리말이 눈에 들어와서 일력을 넘기게 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시샘달에 나를 찾아와 준 반가운 손님 초등 문해력 우리말 일력 365를 늘 곁에 두고 낫낫해 질 때까지, 반복해 읽고 또 읽어서 재미있고 예쁜 소중한 우리말과 우리글을 익혀야겠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우리 가족모두, 예쁜 우리말을 좀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해 본다.

 

오늘은 28일이다. 어찌씨(부사) 존조리가 오늘의 우리말이다. 존조리는 잘 알아듣도록 하나하나 친절하게라는 뜻이고, 비슷한 말은 차근차근·차곡차곡 이라고 한다. 갑자기 궁금한 우리말이 생기면 12월이 끝나고 나서, 찾아보기도 마련되어 있어 활용하면 되니 아주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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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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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단체로 식사를 하거나 뭔가를 주문해야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이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들 결정 장애가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한다. 사실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에 미루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말이다.

 

저자는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정 장애를 말하고 나서 다른 참석자로부터 지적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몰라, 이리저리 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 때도 있는 게 아닐까?(7)

 

나 또한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아예 상처를 입히고서도 전혀 모를 때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것보다는 상처를 받은 것을 더 오래 마음에 둔다.

 

차별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절대로 남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보이는 차별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 않고 자신도 모른 채 하고 있는 차별까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속속들이 파헤친다. 어떤 면에서는 알고 하는 차별보다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차별이 더 고치기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 수 있다.(29)

 

특권을 알아차리는 확실한 계기는 그 특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할 때이다. 더 이상 주류가 아닌 상황이 될 때, 그래서 전과 달리 불편해질 때, 지금까지 누린 특권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32)

 

우리는 이렇게 대부분 일상생활을 하면서 아무런 불편이 없을 때에는 차별인지 조차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 그러다가 자신이 막상 억울한 상황에 처해지면, 그때서야 차별을 절감하게 된다.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너무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60)

 

평생 차별만 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나도 모르게 차별의 말들을 하며 살아온 것에 대해 절로 반성하게 된다.

 

구조적 차별은 이렇게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미 차별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할 때,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불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질서정연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74)

 

우리의 생각이 시야에 갇힌다. 억압받는 사람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과 싸우기보다 어쩔 수 없다며 감수한다. 유리한 지위에 있다면 억압을 느낄 기회가 더 적고 시야는 더 제한된다.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 상대에게 비난을 돌리곤 한다.(79)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들, 특히 노력하면 모든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달음박질쳐도 출발점이 다른 사람들이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설움들……. 그렇게 우리들은 한 가지씩 포기하며 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들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세상은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저절로 좋아지는 세상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외치고 희생하면서 조금씩, 그것도 아주 조금씩 좋아질 뿐이다. 국가나 언론이 나서면 훨씬 빠르겠지만, 그들을 움직이려면 결국 개인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을 알아보고, 차별이 어떻게 해서 보이지 않고 우리들 눈에 도리어 공정하게까지 느껴지게 되는지 낱낱이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차별에 대응해야 하며, 반드시 차별금지법이 재정되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차별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일러 준다.

 

예전에 단체원들끼리 회식하는 자리에서 한 회원이 술도 못 마시는데 운전까지 못하면 그건 최악이다.”라고 했다. 그 회식 자리에서 술도 못 마시고, 운전도 못하는 이는 한 사람뿐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때 일이 떠올랐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 라고…….

 

 

우리는 장애인을 비롯해 시대마다 불화하는 존재들을 차별했던 불구라는 낙인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불구의 존재들이 살아야 했던 폭력적인 운명을 거부하며 이제 불구의 뜻을 다시 만들려고 합니다.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불구의 정치가 피어납니다. 우리는 이러한 처지에 있는 소수자들과 함께 정상성과 성장을 의심하고 의존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쓰고자 합니다.(95)

 

왜 어떤 집단은 특별히 잘못이 없어도 거부되는데, 어떤 집단은 개별적으로만 문제 삼고 집단으로는 문제 삼지 않을까?(123)

 

한 가지 교훈은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상처를 주는 잔인한 의미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133)

 

이상하게도 퀴어 문화축제는 좀 다르다. 축제를 방해하는 사람보다도, 축제를 여는 사람들에게 비난이 향한다.(136)

 

사실 누구나 어디서든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있는 자리와 나의 위치에 따라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수없이 경험한다.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건 권력이다.(142)

 

이성애자가 하는 동성애자가 싫다는 말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싫다고 하는 말과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싫다는 말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싫다는 말과 같지 않으며, 국민이 하는 난민이 싫다는 말은 난민이 하는 국민이 싫다는 말과 같지 않다. 말자체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주체 사이의 권력관계가 그 말의 의미와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143)

 

마이클 왈저는 영토 안에 권리가 적거나 없는 계층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정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기본 전제로 그 안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151)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가야 정말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아 만족스러운 상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결국 일정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인정받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려는 동기를 가지며, 이는 매우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학식과 경험이 많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도록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저항 세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187)

 

존 스튜어트 밀은 1859년에 발표한 자유론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우리 삶이 획일적인 하나의 형태로 거의 굳어진 뒤에야 그것을 뒤집으려 하면, 그때는 불경이니 비도덕적이니, 심지어 자연에 반하는 괴물과도 같다는 등 온갖 비난과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잠시만 다양성과 벽을 쌓고 살아도 순식간에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188)

 

차별과 억압이 무의식적이고 비의도적인 습관, 농담, 감정, 용어 사용, 고정관념 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며, 아이리스 영의 말처럼, 무작정 사람들을 비난하기 어렵다.(189)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말만으로 저절로 모든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193)

 

우리는 차별을 없애자는 기본원칙을 채택하기에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일상에서 차별이 사라지도록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오래 전에 법으로 성희롱을 금지했지만 무엇이 성희롱인지 알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개선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성희롱을 하지 않겠다는 공동의 결단을 내렸고, 그 방향으로 사회를 진보시키고 있다.(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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