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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의 삶 -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홀로 서기 위한 치유가이드
사브리나 폭스 지음, 김지유 옮김 / 율리시즈 / 2023년 5월
평점 :
이별 후의 삶 / 사브리나 폭스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홀로 서기 위한 치유 가이드)
‘이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작별, 슬픔, 실패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죠. 어렸을 때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면서 성장했듯, 이별 없이는 성장도 없어요. 꼭 익숙하고 오래 된 것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삶은 아니니까요.(서문_8쪽)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이별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모두가 크고작은 이별을 겪으며 아파하고, 때로는 오히려 그로 인해 성장하기도 한다. 심리상담가로 오랜 시간을 보낸 저자 조차도 이별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던 것 같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이별할 때마다 치른 대가만큼 배워가며 마침내 영적으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간다. 그렇게 자신이 겪은 그 어려운 과정들을 이야기하며, 어디에서 잘못되었고 무엇으로 인해 성장해 나갔는지 진솔하게 풀어 놓는다. 많은 이들에게 이별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별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놀라운 일은 아니지요. 슬프고, 걱정하고, 상처입고, 화를 내고, 외로워하고, 겁먹고, 망가지고, 복수심에 불타고, 상실감을 느끼고, 충격받고, 항거불능에, 무력해졌다가,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것에서 벗어나고, 안도하고, 자유를 느끼다, 결국 다시 행복해지곤 하니까요. 이별할 때의 이런 기분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17쪽)
이렇게 이별에 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한 워크숍과 감정코칭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사례로 들며, 이별 전· 이별하는 도중· 이별 후의 시간을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관계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풀어 나간다.
저자인 사브리나가 만나고, 헤어지고, 고민하며 터득한 경험들을 따라가다보면, 너무도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그것만으로도 이별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거기에 다양한 실제 사례들이 생생하게 나와 있어 우리들이 현재 처한 현실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자신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들에게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다보면 어느 덧 나를 찾는 시간과 맞닦뜨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별이 실패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요? 그 답은 ‘선택’입니다. 상대를 내 짝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이제는 다시 혼자가 되기로 선택한 거예요. 비록 지금은 헤어지지만 한때는 친밀하고 사랑이 넘치는 관계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 노력이 어느 정도 통했다면 성공이죠. 사람들은 결혼이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울메이트와 사랑하고 그 사람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이상적인’ 이미지는 사실 종교적인 규범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거든요.(182쪽)
30년이 넘는 세월을 남편과 살아오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남편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회피해 버린다. 지금도 가족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동문서답을 하거나 말문을 닫아버린다.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할 일들은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남의 소소한 이야기는 잘도 한다. 지금당장 부딪힌 일을 해결하려면, 대화와 의논이 절실한데,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하고 만다. 그러니결국은 거기에 따른 책임도 내 몫이다.
지난번에 둘째가 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엄마는 혼자 사는 것 같아. 혼자 살면 편하기나 할텐데 혼자 사는 것 같으면서, 혼자사는것만큼이 아니라 할 일은 또 다해야 하니까 참 대단한 것 같아”
무슨 큰 의미가 있어서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남편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니 궂은 일은 예나 지금이나 내 차지다. 자신은 일을 해서 우리를 벌어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뭐 노는 사람인가? 전업주부로 아이 셋을 키우긴 했어도, 아이들이 점차 자라면서 쪼들리는 살림에 보태려고 집안일 하면서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금도 정작 집안일은 혼자 다 하면서, 정규직은 아니지만 전일제로 일하고 있는데…….
물론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혼하지 않고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만약 남편과 나 사이에 아이들이 없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 아니라는 대답이 즉석에서 나온다. 소소한 것은 모두 그만두고라도, 남편은 나를 발전시켜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유효 기간은 익히 알다시피 그다지 길지 않다. 그러니 둘이 만나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며,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고, 발전할 수 있게 서로서로 디딤돌이 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이별을 치르지 않고 순탄하게 살면 좋겠지만, 삶을 살아가노라면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혹시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면, 계속 가기보다는 되돌릴 수 있을 때 되돌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너무 멀리 가 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별에는 항상 선택이 동반됩니다. 저희 부부가 이혼할 때도 그랬어요. 중재인이 있긴 했지만 그분이 할 일은 별로 없었어요.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들에 대해 우린 이미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거든요.(296쪽)
이별 앞에서 분노가 먼저 앞서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라, 헤어지면서 차분하게 대처 하기는 그리 말처럼 쉽지 않다. 나라마다 정서도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는 없는 울분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아직 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오래 슬퍼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구나, 싶으면 힘들어집니다. “너도 네 인생 살아야지!”, “너무 깊게 파고 들지마”, “다시 힘을 내야 해”라는 말들이 지금 슬퍼하는 사람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요?(324쪽)
저자는 슬픔에도 단계가 있는데 아무리 좋은 뜻이 있다해도 무조건 슬픔을 딛고 일어나라고 하는 것은,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절대 위로가 되지 않으니 슬픔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를 당부한다. 섣부른 조언은 오히려 당사자에게 더 큰 아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대로 이별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다’며, 마침내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나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이별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이별에도 의식이 필요하다’고 슬그머니 제안한다.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당연히 우리 몫입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관계가 사회적으로 기대되거나 허용되는 것이냐가 아니라, 건강한 관계인지 아니면 해로운 관계인지, 혹은 비밀스러운 관계인지, 공개적인 관계인지에 대한 것이죠. 비밀이 생기면 상대를 속일 수 있는 여지가 더 늘어나거든요.(306쪽)
그 사람과 헤어져야 마땅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헤어졌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지요. 그럼 그 관계가 끝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겁니다.(308쪽)
새로운 관계에 집착하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기 쉽습니다. 지난번 관계에서 분명히 배운 부분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갈 길이 멀어 보일 때도 있어요. ‘지금도 그렇게 나쁜 건 아냐’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도 있고, 호르몬이 작용하기도 하죠. 반면에 영적으로 더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면, 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좀 더 쉬워질 거예요.(342쪽)
관계라는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우선 매듭을 관찰해야 합니다. “아, 여기 고리가 있네. 여기는 꼭 풀어야겠다. 이 부분은 돌아가야겠구나……,” 이런 식으로 꽁꽁 묶인 매듭을 살펴보는 것이죠. 그 과정이 쉽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을 거예요. “못 푸는 거 아냐? 왜 이렇게 묶어 놓은 거지? 누가 이렇게 해 놓은거야?”라며 단단히 묶인 매듭을 그냥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겠죠. 그럴 때면 잠시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풀다보면 어느 새 매듭은 풀려 있을 거예요.(19쪽)
우리 모두가 이별하지 않고 처음에 약속한 대로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그렇게 참고 살 수는 없다. 삶의 일부인 이별도 필요하다면 강행하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외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도 선택인 만큼, 이 책의 지침대로 따라하다 보면 조금 더 적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혹시 지금 아픈 이별을 눈 앞에 두고 있거나 미래에 이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가가 30년간 상담 현장에서 체험한 보통 사람들의 아프고 치열한 이별 이야기를 지침서 삼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태그#이별후의삶#사브리나폭스#율리시즈#심리학#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