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읽고 나서 한참을 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이라도 더티 워커들에게 따뜻하게 곁을 내어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티 워크 / 이얼 프레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힘없는 사람은 더러운 일을 직접 한다. 힘 있는 사람은 남에게 시킨다. -제임스 볼드윈(7)



 

하얀 피부에 파란색 눈을 지닌 수줍음 많은 서른 살 해리엇이, 정신건강 상담원으로 데이브 교도소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그저 재소자들에게 문제가 많아 교도관들은 당연히 존경 받아야 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다가 그들의 불합리를 목격하고 윗선에 얘기하자 해리엇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불만을 제기한 것에 대한 낙인이었다.

 

교도소 안에서는 폭력·구타 심지어 살인까지설령 무언가를 알게 되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절대 목격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방임하고 외면해도 양심은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이건 정신건강 상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도관들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불이익은 불보듯 뻔하다. 그러니 양심과 싸우며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더라도, 당장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는 묵인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죄를 지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살인죄로 기소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살인자는 평생 교도국에 위탁되는 반면에, 어떤 살인자는 같은 기관에서 급료를 받고 매일 집에 갑니다. 같은 행동을 다시한번 할 자유도 얻습니다. 저는 이 주와 이 나라의 사람들이 언젠가 이때를 돌아보며() 이런 일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느냐고 물을 날이 올까 궁금합니다. 사법부가 알고, 주정부의 입법부가 아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147)

 

대런 레이니가 교도소 목욕탕 뜨거운 물에 살해 당한 몇 달 후에 마이너 조이너라는 재소자가 쓴 내용 중 일부인데, 자신이 살아야하기에 대부분은 외면한다. 이 글조차도 소수의 운동가 중 한 사람인 주디 톰슨에게 전달 되었기에 입법 청문회에서 낭독이 되었다.

 

대중이 알아야하는 사실은, 드론이 제공하는 영상이 통상적으로 무기를 든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만큼 명확하지 않으며, 구름이 적고 햇빛이 쨍한 아주 맑은 날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정확한 사람을 죽였는지, 틀린 사람을 해친 건 아닌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배앗은 것은 아닌지 늘 의심한다. 영상이 열악하거나 각도가 나쁘기 때문이다. 대중이 알아야하는 또 한가지 사실은, 무인 항공기를 조종하고 거기서 들어오는 첩보를 분석하는 일을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아프카니스탄 땅에 발을 디디진 않았어도, 나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화면을 통해 매우 상세하게, 며칠씩 연속으로 지켜보았다. 누군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의 기분을 나는 안다. 무섭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하다.(257~158)

 

알게모르게 많은 것들이 전쟁과 관련하여 발명되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드론부대를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겠다. 그런 드론부대에 속한 이들은 게임처럼 테러분자들을 살해하다가, 어느 날 한 사람을 죽였는데 시신 세 구가 장례 치러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러니 딜레마에 빠져 점점 자신을 의심하며 병들어 간다.

 

원유 유출 사고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세계에 대해 심난한 감정을 느끼기는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장밋빛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보아 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어린 시절 내내 시추선이 사실은 환경에 유익하다고, 왜냐하면 물속에 내려앉은 시추선은 물고기가 살아갈 암초가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멕시코만 여행에서 찍은 영상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피가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세라는 격분했다. 하지만 스티븐과 달리 세라는 사람들이 무책임한 기업과 책임지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기업을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이 거슬렸다. 또 딥워터 사고 후 환경단체들이 죽은 노동자보다도 기름 유출에 피해를 입은 펠리컨에게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게 거슬렸다. 뉴스에는 죽은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의 영상이 거의 매일 보도되었다. 시추선 노동자의 얼굴은 단 한 번도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세라는 노동자가 그토록 눈에 띄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380~381)

 

문득 예전에 어떤 강연을 들은 기억이 났다. 똑같은 장면을 가지고 어떤이는 여성주의 교육에서 인용하고, 어떤이는 환경교육에서 인용했다. 오래되어서 정확한 내용은 잊었으나, 양쪽다 공감이 갔다. 그때 뼈저리게 느겼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자기관점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는구나하는. 환경단체들 눈에는 죽어가는 노동자보다 죽어가는 새가 정말 더 잘 보였을까, 궁금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도 무심히 자동차를 몰고 나간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덥다고 에어컨을 켜거나 추우면 온풍기를 틀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해 일일이 생각하며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있기나 할까. 의문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해도, 최소한 알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저 수수방관하며 나만 어렵다고 불평을 일삼으며 살고 있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더티 워커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을까? 일단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일을 하는 그들을 우리의 대리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빚, 그들의 섬뜩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빚을 졌다. 그 이야기가 불편하기는 당사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해리엇 크르지코프스키는 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데이드 교도소 경험에 대해 쓴 트라우마 내러티브를 들려 주었다. 그 내용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말소리가 몇 번이나 끊겼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후 며칠 동안 나를 만난 자리에서 해리엇은 거듭거듭 울었다. 하지만 나에게 귀기울여주어 고맙다고도 했다. 감정이 격해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치유된 느낌이라고 했다.(461)

 

 

어제 아이가 주문하여 먹고 남긴 치킨을 그래도 아깝다고 먹었다.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눈 앞에 아른 거리는데도. 내가 사람이 맞나? 슬픈 현실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잠시 책으로나마 현실을 바로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고, 주변에 있는 더티 워커들에게 따뜻하게 곁을 내어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어쩌면 먼나라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능력주의자가 오만한 이유는 그처럼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마저 자신을 부러워하고 우러러본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440)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별 후의 삶 -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홀로 서기 위한 치유가이드
사브리나 폭스 지음, 김지유 옮김 / 율리시즈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별 후의 삶 / 사브리나 폭스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홀로 서기 위한 치유 가이드)

 

 



이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작별, 슬픔, 실패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죠. 어렸을 때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면서 성장했듯, 이별 없이는 성장도 없어요. 꼭 익숙하고 오래 된 것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삶은 아니니까요.(서문_8)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이별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모두가 크고작은 이별을 겪으며 아파하고, 때로는 오히려 그로 인해 성장하기도 한다. 심리상담가로 오랜 시간을 보낸 저자 조차도 이별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던 것 같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이별할 때마다 치른 대가만큼 배워가며 마침내 영적으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간다. 그렇게 자신이 겪은 그 어려운 과정들을 이야기하며, 어디에서 잘못되었고 무엇으로 인해 성장해 나갔는지 진솔하게 풀어 놓는다. 많은 이들에게 이별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별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놀라운 일은 아니지요. 슬프고, 걱정하고, 상처입고, 화를 내고, 외로워하고, 겁먹고, 망가지고, 복수심에 불타고, 상실감을 느끼고, 충격받고, 항거불능에, 무력해졌다가,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것에서 벗어나고, 안도하고, 자유를 느끼다, 결국 다시 행복해지곤 하니까요. 이별할 때의 이런 기분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17)

 

이렇게 이별에 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또한 워크숍과 감정코칭을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사례로 들며, 이별 전· 이별하는 도중· 이별 후의 시간을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관계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풀어 나간다.

 

저자인 사브리나가 만나고, 헤어지고, 고민하며 터득한 경험들을 따라가다보면, 너무도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그것만으로도 이별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거기에 다양한 실제 사례들이 생생하게 나와 있어 우리들이 현재 처한 현실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자신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저자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들에게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진솔하게 답하다보면 어느 덧 나를 찾는 시간과 맞닦뜨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별이 실패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요? 그 답은 선택입니다. 상대를 내 짝으로 선택했던 것처럼, 이제는 다시 혼자가 되기로 선택한 거예요. 비록 지금은 헤어지지만 한때는 친밀하고 사랑이 넘치는 관계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 노력이 어느 정도 통했다면 성공이죠. 사람들은 결혼이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울메이트와 사랑하고 그 사람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이상적인이미지는 사실 종교적인 규범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거든요.(182)

 

30년이 넘는 세월을 남편과 살아오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다. 남편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회피해 버린다. 지금도 가족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동문서답을 하거나 말문을 닫아버린다.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할 일들은 아예 대화를 하지 않고, 남의 소소한 이야기는 잘도 한다. 지금당장 부딪힌 일을 해결하려면, 대화와 의논이 절실한데, 그것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하고 만다. 그러니결국은 거기에 따른 책임도 내 몫이다.

 

지난번에 둘째가 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엄마는 혼자 사는 것 같아. 혼자 살면 편하기나 할텐데 혼자 사는 것 같으면서, 혼자사는것만큼이 아니라 할 일은 또 다해야 하니까 참 대단한 것 같아

 

무슨 큰 의미가 있어서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남편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러니 궂은 일은 예나 지금이나 내 차지다. 자신은 일을 해서 우리를 벌어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겠지만, 그렇다고 나는 뭐 노는 사람인가? 전업주부로 아이 셋을 키우긴 했어도, 아이들이 점차 자라면서 쪼들리는 살림에 보태려고 집안일 하면서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고, 지금도 정작 집안일은 혼자 다 하면서, 정규직은 아니지만 전일제로 일하고 있는데…….

 

물론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혼하지 않고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만약 남편과 나 사이에 아이들이 없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 아니라는 대답이 즉석에서 나온다소소한 것은 모두 그만두고라도, 남편은 나를 발전시켜줄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 유효 기간은 익히 알다시피 그다지 길지 않다. 그러니 둘이 만나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며, 이해하는 것은 당연하고, 발전할 수 있게 서로서로 디딤돌이 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이별을 치르지 않고 순탄하게 살면 좋겠지만, 삶을 살아가노라면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혹시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면, 계속 가기보다는 되돌릴 수 있을 때 되돌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너무 멀리 가 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별에는 항상 선택이 동반됩니다. 저희 부부가 이혼할 때도 그랬어요. 중재인이 있긴 했지만 그분이 할 일은 별로 없었어요.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들에 대해 우린 이미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거든요.(296)

 

이별 앞에서 분노가 먼저 앞서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라, 헤어지면서 차분하게 대처 하기는 그리 말처럼 쉽지 않다. 나라마다 정서도 다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는 없는 울분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아직 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렇게 오래 슬퍼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구나, 싶으면 힘들어집니다. “너도 네 인생 살아야지!”, “너무 깊게 파고 들지마”, “다시 힘을 내야 해라는 말들이 지금 슬퍼하는 사람 귀에는 어떻게 들릴까요?(324)

 

저자는 슬픔에도 단계가 있는데 아무리 좋은 뜻이 있다해도 무조건 슬픔을 딛고 일어나라고 하는 것은,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절대 위로가 되지 않으니 슬픔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를 당부한다. 섣부른 조언은 오히려 당사자에게 더 큰 아픔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대로 이별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다, 마침내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나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이별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이별에도 의식이 필요하다고 슬그머니 제안한다.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당연히 우리 몫입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관계가 사회적으로 기대되거나 허용되는 것이냐가 아니라, 건강한 관계인지 아니면 해로운 관계인지, 혹은 비밀스러운 관계인지, 공개적인 관계인지에 대한 것이죠. 비밀이 생기면 상대를 속일 수 있는 여지가 더 늘어나거든요.(306)

 

그 사람과 헤어져야 마땅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요? 헤어졌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지요. 그럼 그 관계가 끝날 수밖에 없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겁니다.(308)

 

새로운 관계에 집착하게 되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기 쉽습니다. 지난번 관계에서 분명히 배운 부분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갈 길이 멀어 보일 때도 있어요. ‘지금도 그렇게 나쁜 건 아냐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도 있고, 호르몬이 작용하기도 하죠. 반면에 영적으로 더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면, 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좀 더 쉬워질 거예요.(342)

 

관계라는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우선 매듭을 관찰해야 합니다. “, 여기 고리가 있네. 여기는 꼭 풀어야겠다. 이 부분은 돌아가야겠구나……,” 이런 식으로 꽁꽁 묶인 매듭을 살펴보는 것이죠. 그 과정이 쉽지 않아 좌절할 때도 있을 거예요. “못 푸는 거 아냐? 왜 이렇게 묶어 놓은 거지? 누가 이렇게 해 놓은거야?”라며 단단히 묶인 매듭을 그냥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겠죠. 그럴 때면 잠시 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차분하게 인내심을 갖고 풀다보면 어느 새 매듭은 풀려 있을 거예요.(19)

 

우리 모두가 이별하지 않고 처음에 약속한 대로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그렇게 참고 살 수는 없다. 삶의 일부인 이별도 필요하다면 강행하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외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들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도 선택인 만큼, 이 책의 지침대로 따라하다 보면 조금 더 적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혹시 지금 아픈 이별을 눈 앞에 두고 있거나 미래에 이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가가 30년간 상담 현장에서 체험한 보통 사람들의 아프고 치열한 이별 이야기를 지침서 삼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태그#이별후의삶#사브리나폭스#율리시즈#심리학#이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날, 시를 외우고 또 외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역시 소월이다. 그 시가 천경자 화가의 그림과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달래꽃 / 김소월시, 천경자 그림

(한국의 대표 시인과 화가의 아트컬래버!)

 

 



진달래꽃을 비롯하여 먼후일, 못잊어,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개여울, 초혼, 엄마야 누나야, 산유화 등등. 시를 잘 몰라도 웬만하면, 김소월 시 한두 편 정도는 거뜬히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김소월 시 150, 천경자 그림 34. 어울릴 듯? 혹은 어울리지 않을 듯?한 한국의 대표 시인 김소월의 시와 한국의 대표 천경자 화가의 그림이 만났다. 거기에 진달래꽃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낱낱히 분석한 정재찬 교수의 해제까지.

 

그의 시에 등장하는 슬픈 화자들은 하나같이 안타깝고 아쉽기만 하다. 자기 탓이 아닌데, 자기 뜻과 다르게, 이미 벌어진 상황을 수습해야하는 존재들, 상황을 극복할 방법론도 보이지 않은 채 속수무책 주저주저 하는 사이, 상황은 운명처럼 굳어져, 어느 순간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인내해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그의 시 속 주체들은 그저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설워한다. 개여울의 당신을 보라.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는 약조만 믿고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는다. 그런가하면 예전엔 미처몰랐어요는 깨달음이 늘 뒤늦게 찾아오는 인생의 설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워할 줄이야,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줄이야, 예전에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돌이킬 수 없는 그 아쉬움과 설움, 그것이 한이 아니겠는가.(14)

 

이제 진달래꽃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이 시의 주제를 이별의 정한이라 했지만, 그 이별 앞에서 이 시의 화자는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리는 자세로 아픔을 받아들임은 물론, 나아가 꽃을 뿌려 임의 앞길을 송축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를 일컬어 전통적 인고의 여인상 운운하며 가르쳐왔지만, 나는 그것에는 끝이 없는 법이며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사랑이 끝난 자리에는 저주가 아니라 축복만 남을 뿐이다. 반어니 역설이니 하는 것도 걱정과는 거리가 먼 지적인 수사인 것을. 그렇다면 이는 어른스러움이라 함이 맞지 않겠는가.(15~16)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상상 속 관념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외국의 어느 아름다운 도서관을 구경하고 돌아서는 길이었다. 바닥을 가만 들여다보니 보도블록 하나하나마다 그 도서관 건립에 기부한 사람들 이름이 적혀 있는 게다. 그걸 의식하자, 이방인인 내가 차마 밟기 미안해졌다. 그래서 애써 사뿐히 밟으려 했다. 성공했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다음 블록도 사뿐히 밟으려 발을 떼는 순간, 좀 전에 사뿐히 밟은 그 블록을 나도 모르게 그만 짓밟게 된 것이었다. , 소월은 지금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을 찍고 있구나 실감한 순간이었다. 정성을 다 바쳐 뿌린 영변 약산 진달래꽃을 그저 휘휘 스치듯 밟으며 지나가지 말아달라고, 지난날 우리의 추억을 곱씹듯 하나하나 또박또박 밟으며 가달라는 거구나 싶었다. (19)

 

이제 편견을 버리고 자신만의 감정으로 그의 세계로 잠시 떠나보기로 한다.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33)

 

예전에는 집집마다 한두 편씩, 시를 액자에 넣어서 벽에 걸어두고 오며가며 외고 또 외웠다. 그게 그 때의 멋 혹은 낭만이었다고나 할까? 먼 후일도 내겐 그런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대로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119~121)

 

 

다른 구절은 다 잊어도,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이 구절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만큼 이별을 겪고 힘들 때 누구나 한 번쯤 읊으며 자신의 아픔을 견디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되어서 알아보랴?(166)

 

부부

 

오오 아내여, 나의 사랑!

하늘이 묶어준 짝이라고

믿고 삶이 마땅치 아니한가.

아직 다시 그러랴, 안 그러랴? 이상하고 별난 사람의 맘.

저 몰라라, 참인지 거짓인지?

정분으로 얽은 딴 두 몸이라면

서로 어그점인들(어긋나게 나가는 것인들) 또 있으랴.

한평생이라도 반백 년

못 사는 이 인생에!

연분의 긴 실이 그 무엇이랴?

나는 말하려노라, 아무러나,

죽어서도 한 곳에 묻히더라.(233)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257)

 

 

그렇게 우리들은 소월의 시를, 시 자체로 혹은 노래로 들으며, 또 따라하며 고달픈 인생을 위로 받으며 살아왔다. 그러니 어찌 황혼에 다시 만난 그의 시를, 기쁨으로 반가이 맞이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1,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2,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3,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4, 꽃이라 술잔이라 하며 우노라/ 5,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까지. 책을 펼쳐 시를 읽다보면, 1장에서 5장까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시인의 시가 지난날의 추억까지 함께 불러온다. 또한 시인의 150편의 시를 읽으며, 알고 있던 시는 그리움으로 다가와 애틋하고, 그동안 비교적 많이 접하지 못했던 시는 새로움으로 겹쳐진다.

 

 

올해따라 유난히 빨리 져버린 진달래꽃을 아쉬움으로 보내며, 왜 다시 진달래꽃인지 시를 읽으며 스스로 터득하게 되겠다. 김소월 시인과 천경자 화가의 시와 그림의 만남 또한 절묘하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이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36)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