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스의 모자 - 빠른 세상, 느림보들의 성공하는 힘
로타르 J. 자이베르트 지음, 나종석 외 옮김 / 북캠퍼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로비스의 모자를 읽으며 체크해 나가다보면, 내 모습이 보이고, 지금 자신이 해야할 일이 절로 눈에 들어오며, 일과 삶의 균형점을 찾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로비스의 모자 - 빠른 세상, 느림보들의 성공하는 힘
로타르 J. 자이베르트 지음, 나종석 외 옮김 / 북캠퍼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로비스의 모자/ 로타르 자이베르트

(빠른 세상, 느림보들의 성공하는 힘)

#자기계발

#슬로비스의모자

#슬로비스



* 슬로비스:slobbies/Slower but better working people:느리지만 일을 더 잘하는 사람

조사에 의하면 독일 국민의 80%는 급격한 변화를 아쉬워하며 좀 더 여유를 느끼고 싶어 한다고 한다. 독일 국민뿐만 아니라 당장 ‘나’ 자신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는 게 너무 버겁다. 하루하루 급한 일들부터 처리해 나가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지나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간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깨닫게 될 때쯤이면, 대개 소중한 것을 잃고 만다.

슬로비스(slobbies)란 느리지만 일을 더 잘하는 사람(Slower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줄임말이라고 하며, 이들은 빠름을 성공의 유일한 척도로 여기지 않으며, 느림에서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성과를 얻어낸다고 한다.

우리는 매일 햄스터처럼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다. 도는 속도가 계속 필요한지, 이로운지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으며 점점 더 빨리 허우적거리며 돈다. 결국 녹초가 될 때까지 돈다. 우리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속도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수치상 커브는 무한히 오를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순간 인간의 최대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슬로비스의모자-25쪽)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바퀴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조절하여 속도와 느림 사이의 균형을 잡지 않으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모두 잃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인 뷰카(vuca) 세상에서, 이제 확실한 미래는 없고,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은 필연이 되었다고 하며, 그에 대한 대처법을 제시한다. 또한 전염병처럼 번지는 조급증을 체크해 보기를 권하며 조급증을 막기 위한 10가지를 제안한다.



[조급증을 막기 위한 10가지 제안]

1. 저녁이나 주말, 자유시간에는 시계를 치우자.

2. 의식적으로 쉬는 시간을 계획에 넣자.

3. ‘행동’과 ‘그냥 있음’ 그리고 효율성과 삶의 질을 조화롭게 할 경우 칭찬하자.

4. 침묵과 휴식 시간을 기꺼이 허락하자. 신체와 느낌, 직관에 귀를 귀울이자. 영감이란 침묵에서 나온다.

5. 가끔 일을 멈추고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려보자. 커피향을 느끼고, 활짝 핀 장미를 바라보고, 친구의 웃음소리를 듣는 기쁨들 말이다.

6. 좀 더 자주 “아니요”라고 거절해 보자.

7. 방해받지 않는 밤의 고요를 즐기기 위해 휴대폰을 꺼 두자. 휴대폰 알람을 이용하는가? 자명종이나 탁상용 알람시계로 바꿔 보자. 더 유용하다.

8. 하루에 물 여덟 잔을 마시자. 세포에 활기와 휴식을 준다.

9. 사랑하는 사람이나 동료에게 좋은 말을 건네는 시간을 갖자. 잡담이나 의례적 인사도 자연스럽게 화합하게 만든다.

10. “할 일 목록에서 지금 당장 실제로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질문은 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당겨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게 한다.(슬로비스의모자-45쪽)

또한 좌내형과 우뇌형의 시간관리 개념이 서로 다르니, 이것도 반드시 자신이 어떤 형인지 꼭 체크해 보라고 한다. 이 책≪슬로비스의 모자≫는 먼저 한 번 쭉 읽고 나서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읽기 전에 우선 연필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조급증 체크부터 좌내형, 우내형 외에도 꼭 체크해 봐야 할 것들이 꽤 있는데, 읽는 것만으로는 개선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나중에 지우더라도 체크해 가며 읽어야, 더 많은 도움을 받아 시간을 삶으로 연결하여 ‘성공적 인생으로 향하는 4단계’의 실천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의 일상 업무를 분석해보면 많은 사람이 과부하에 걸려있음을 알 수 있다. 초과근무를 해도 저녁이 되면 온종일 무엇을 했는지 모르는 날이 자주 있다. 많은 일을 해도 정작 중요한 일은 내던져 지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고 미룰 수 없는 일이 항상 끼어들기 마련이다. (슬로비스의모자-195쪽)

성공, 명망, 소유와 같은 거대한 인생 목표가 행복과 동의어가 아님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간관계가 파탄난 후에야, 긴급한 상황에서 진정한 친구를 찾지 못하고 나서야, 신체가 건강에 대한 경고음을 크게 울리고 나서야 이를 깨닫게 된다. (슬로비스의모자-235쪽)

[당신에게 자신만의 시간이 있기를]

나는 당신이 많은 천부적이 재능을 가지길 바라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길 바란다.

나는 당신이 기쁨을 느끼고 웃을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시간을 이용한다면 당신은 거기서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

나는 당신이 행동하고 생각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나는 당신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베풀기를 바란다.

서두르거나 달리는 시간을 바라는 게 아니라

평화를 느끼는 시간을 바란다.

나는 당신을 재촉하는 시간을 바라지 않는다.

시계를 쳐다보는 대신

경이의 시간과 신뢰의 시간이

당신에게 남아 있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에게 별을 딸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성장할 시간, 즉 성숙할 시간을 바란다.

나는 당신에게 새롭게 희망하고 사랑할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이런 시간을 미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는 당신이 자신을 발견할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매일 매시간을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자신의 잘못을 용서할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삶을 위한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엘리 미흘러,≪엘리 미흘러의 가장 아름다운 시들≫중에서(슬로비스의 모자-256~257쪽)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임승수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와인서쳐

#와쌉

#와인평가사이트

#와인

중독예방교육(알코올, 스마트폰 등)을 몇 년씩이나 하면서 한두 잔 체면상 먹던 술도 아예 포기해 버렸다. 한 잔을 마시면 두 잔을 권하고, 두 잔을 마시면 석 잔을 권하는 분위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앞에 가서 교육 할 때, 어른이 되거든 적당히 마시라고는 도저히 권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술이라는 게 중독성이 있어서 ‘적당히’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가끔 묻는다. 선생님은 그래서 술 안 마셔요? 우리 엄마는 마시는데요. 그런 내가 어쩌자고 ‘와인’도 분명 술인데 이 책에 혹했을까?

물론, 술에 대한 책을 접한 게 처음은 아니다. 술을 마셔봤지만 취하도록 마셔보지 않은 까닭에 중독예방교육에 도움이 될 거 같아서 일부러 사서 읽은 적은 있다. 읽고 나서 실망만 했지만…….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술술 읽히는 게 일단 너무 재미있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와인을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소시민인 나는, 특별한 날 한잔 마실 기회가 생기면 남들이 맛있다고 홀짝홀짝 여러 잔을 잘도 마실 때조차도, 한 잔으로 끝내기 위해 천천히 한 모금씩 음미하듯이 마셨다. 저자도 술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한 기회에 와인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와인은 무조건 오래 묵힌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병 속에서 장기간 숙성과정을 거치며 타닌 성분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이 더욱 근사해진다고 한다. 종류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와인이 공기와 접촉해 변화는 과정을 ‘브리딩’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 미리 따라 둔 후에 천천히 때를 기다리며 마시다가 정말 맛있어지면 그때가 정점이라는 것을…. 다만, 나는 그것을 모르고 최대한 조금 먹으려고 그렇게 했지만….

이 책≪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의 저자는, 부유해서 와인만 마시는 게 아니라 와인에 특별한 매력을 느껴 애호가가 된 만큼, 본인이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특히 와인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실패하고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엮어 놓았다.

단돈 만원에서부터 자동차 값까지 천차만별인 와인을 속지 않고 고르는 법에서부터, 아무리 좋은 와인도 안주와 궁합이 필요하니 와인마다 어울리는 안주 선택,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를 생각해서 가성비 최고인 와인을 고르는 방법, 해외 직구와 심지어 어울리는 음악까지….

선율과 리듬을 언급했으니 이제 화성 차례인데, 여러 음이 동시에 울려 조화를 이루는 현상을 화성(Harmony)이라고 부른다. 재즈트리오에서 피아노, 베이스, 드럼은 마치 각자 도생하듯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큰 틀에서 조화를 지향한다. 와인의 맛도 그러하다. 타닌이 주는 쌉쌀함, 싱그러운 포도 과실 향, 양조과정에서 사용된 오크통의 풍미가 각자의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타닌이 튀어 너무 떫다든가, 과실 향 만 치고 올라와 단순하다든가, 오크 풍미가 과도해 마치 MSG를 친 것처럼 인위적 느낌만 강하다면 와인의 균형감과 구조감이 흐트러져 만족감이 떨어진다.(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136쪽)

차 한 잔을 마셔도 분위기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듯이, 참으로 흥미로운 술인 와인도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같은 와인이라도 감흥이 다르다고 한다. 와인, 안주, 사람의 세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최상의 시너지가 나온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슬기로운 와인 생활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저자가 좌충우돌하며 몸소 경험한 것이 이 책≪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에 모두 들어 있다. 와인 전문가로 직업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면, 참으로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이 책 한권만 마스터해도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다.

다만, 저자가 소개해 준 ‘와인서쳐’ 앱에 들어가 보니 우리말로 번역이 되지 않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일수도~) 조금 불편했고, 국내 와인에 대한 소개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술 권하는 사회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너무 맹목적으로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조화롭게 활용하며 마신다면 오히려 생활에 활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중독에 약한 분들에게는 굳이 술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장기 숙성 가능한 고급 와인을 마실 때 고려할 점]

○ 웬만하면 셀러에 보관해 충분히 숙성되기를 기다려 마시자. 일찍 열면 후회한다.

○ 굳이 못 참아서 어린 와인을 마시겠다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브리딩한다. 필요하다면 디켄터도 사용하자. 하지만 분명 마시고 후회할 것이다.

○ 지금 당장 숙성된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백화점이나 전문와인 매장에서 숙성된 빈티지를 구매한다. 하지만 수량이 적어 구하기 어렵고 가격에 거품이 낀 경우가 많다. 원하는 빈티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려면 꽤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 숙성된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려면 지금으로서는 해외직구가 최선책이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잘 숙성된 와인의 맛을 경험하면 이 모든 수고가 이해된다.(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136쪽)


* 와인평가사이트: 셀러트래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꿈을 자식과 맞바꾼 이 땅의 아버지들이, 차마 표현할 수 없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던 이 땅의 무수히 많은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려 놓은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에게 갔었어 / 신경숙

(익명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신경숙의 찬란한 헌사)



#장편소설

#아버지에게갔었어

어릴 때에(초등학교에도 들어가기 전)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두 분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게다가 그 까마득한 기억에서 조차도 아버지는 없다. 술과 친구를 많이 좋아하셔서 가정에는 소홀하셨고, 엄마보다는 한 해 정도 일찍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을 뿐(이 조차도 기억인지 형제들에게 들어서 알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엄마’하면 왠지 가슴이 아파서 울먹이게 되는데 ‘아버지’에 대해서라면 억지로 떠 올리려고 해도 쉽지 않을 정도로 무지하다. 오히려 내게 아버지는 장남인 큰오빠였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부럽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너무 완벽해 보여 도리어 아쉬움이 느껴진다. 분명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힘겹게 살아낸 아버지나, 장남의 버거운 짐을 너무도 당연한 듯 짊어진 큰오빠, 차남으로서의 고뇌, 딸로서의 애틋함, 막내의 자리까지….

사고로 자식을 잃은 것도 견디기 힘든데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부모님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력조차 없던 주인공 ‘헌’이, 어머니가 치료를 위해 서울에 와 계시는 동안 혼자 계시는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몇 년 만에 짐을 싸서 고향으로 가 아버지와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버지는 학교에 가지 않고 논에 갔다.

아버지가 아버지를 잃던 날에 열네 살 아버지는 논에 있었다고 한다.(아버지에게 갔었어/21쪽)

전염병에 장남을 잃게 될까봐 두려워 학교조차 보내지 않았던 귀한 아들이었던 아버지가, 도리어 어린 나이에 전염병으로 이틀 간격으로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병역을 필하기 위해 손가락을 잘라야 했던 고단한 장남의 삶을 살아내야 했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버린 채 홀로 외로움을 삭히며, 창고에 뜯지도 않은 택배상자를 가득 쌓아놓은 눈물 많은 아버지가 되었다.

내게 아버지는 큰오빠였던 만큼 절로 지난날이 오버랩 되었다. 그때 당시 나의 큰오빠도 우리들을 두고 군대에 가면, 동생들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손가락까지 자르지는 않았지만, 갖은 노력 끝에 군대를 면제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전쟁을 겪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건장한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모두 군대에 가는 것이 의무이던 시절이었으므로….

나이 스물에, 열여덟이던 엄마와 결혼하여 서른도 되기 전에 아들을 셋(나중에 더 낳았다)이나 얻어 자식들 공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살아온 아버지의 지난한 삶을 따라가노라면, 근현대사를 거쳐 힘겹게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외국인근로자가 많이 들어와 살고,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도 길가다가 부딪히는 낯선 사람들이 당연하게 느껴진지 꽤 되었으나, 예전에는 이 책≪아버지에게 갔었어≫에서처럼, 돈을 벌기 위해 뜨거운 열사의 나라에 가서 고생한 노동자들이 많던 시기였다. 그나마 ‘헌’이의 큰오빠는 일반 노동자는 아니고 회사에서 발령받아 간 경우라 그 중 형편이 나은 경우였지만 ,이래저래 장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추억 속으로 은은히 사라진 줄 알았던 나무궤짝에서 아버지와 큰오빠의 편지를 읽으며, 자신이 미처 몰랐던, 아들 앞에서의 조금은 나약해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과 큰오빠가 느꼈을 장남의 무게를 가늠하게 되고…. 게다가 아버지에게도 처자식을 위해 영원히는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던 가슴시린 상처가 있음도 엿보게 된다.

특히 4장 “그에 대해 말하기”에서는 둘째 아들이 바라본 아버지와 ‘헌’이의 엄마인 아내가 남편을, 또 손자가 생각하는 할아버지, 지인이 회상하는 아버지의 같은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모습들도 직면하게 된다.

‘헌’이의 직업이 작가라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으면서 저자와 많이 동일시가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저자의 아버지도 있겠고, 그 시대를 살며 자신의 꿈을 자식과 맞바꾼 무수히 많은 우리의 아버지들, 대단한 일을 해내고서도 드러내지 못하는 누군가의 아버지 모습도 찾을 수 있겠다. 차마 표현할 수 없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아버지들이 여기에 있을 테니까….

예전에는 ‘아버지의 날’이 없었고, 지금의 5월 8일은 ‘어머니의 날’이었다. 그러다가 부모님 모두를 공경하자는 뜻에서 ‘어버이 날’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어쩌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은 있어도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냉담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또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을지도….

저자는 이 책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은 언제나 일어난다’. 고 적고 있다. 그 말처럼 우리의 삶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에서 지난 아픈 시절을 회상하며 나에게 아버지였던 그리운 큰오빠를 만났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 화해하고 용서를 구할지도 모르겠다.

잠이 깬 내 귀에 나직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잡혔다. 아버지는 파견근무를 앞두고 송별인사를 하러 온 아들에게 안 가면 안 되냐? 묻고 있었다. 나는 뜻밖의 말에 의아해져서 몸을 일으켜 창 쪽으로 다가가 그들이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왜요, 아버지.

-니가 여기에 없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네.(아버지에게 갔었어/172쪽)

알고 계신지 모르겠는데 아버지께서 집에 안 계셔도 어머니는 항상 밥그릇에 밥을 담아 아랫목에 묻어두셨습니다. 밤에도 대문을 열어두셨지요. 바람이 불면 열어놓은 대문에 돌을 괴어놓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모르셨을 거예요. 가끔 제가 다시 나가 대문을 꼭 잠가두는 것을요. 그런 밤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집에 없다는 생각에 불안해져서 장남인 제가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그런 밤이요.(아버지에게 갔었어/225~226쪽)

아버지가 지금 집에 가면 나는 앞으로 아버지 말을 단 한마디도 어기지 않겠다고.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던 그 때의 일이 어젯밤에 생각났네. 그 때 아버지에게 했던 약속. 아버지가 없으면 장남인 나 혼자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에서 튀어나온 말이었지. 우리들이 이 마을을 떠날 때 탔던 기차는 어젯밤에도 여전히 지나가더라.(아버지에게 갔었어/225~226쪽)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서 무척 기다렸는데, 사인본이 나에게 반가운 얼굴을 하고 달려와 주었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