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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레베카 스테포프 지음, 김영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3월
평점 :
칭찬일색인 한 부자가 있다. 그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가 가진 권력이 무서워 섣불리 딴지 걸지 못하는 것이다. 밉보여서 좋을 것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가 하는 일은 다 진리고 그럴 듯한 참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명분은 옳으나 왠지 뒤가 구린 상황에서도 범부는 뭐가 구린지 판단이 흐려지고 만다. 한마디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한단 말이다. 저 거대하고 아름다운 나라 미국에 대해 똥 싸고 밑 안 딱은 기분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일어보라.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 이 책의 원제목은 ‘미국 민중사’이다. 없고 배고픈 민중의 삶이 고달프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1970년 전태일이 온 몸에 불을 붙여가며 얻어낸 노동조합의 설립. 그러나 위정자들의 이중적 변주곡에 여전히 헛물만 들이켜는 여전히 고단한 민중의 삶.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빛나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세계를 무대로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봉기하지 않으면 여전히 계속될 무력의 힘. 견제할 자 누구인가? 애가 탄다.
근묵자흑, 가제는 게편이라. 빌붙어먹고 살자니 없는 자는 여전히 힘겹고 고달프기만 하다.
민중의 삶을 얘기하고자 한 하워든 진에게 영웅(사람들을 감탄하게 할)은 이런 사람들이다.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 콜럼버스가 바하마 제도에서 마주친 인디언들에게 행했던 폭력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체로키 인디언들 -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저항했기 때문. 마크 트웨인 -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필리핀에서 수백 명을 학살한 장군을 칭찬하자 과감히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 헬렌 켈러 -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미국의 젊은이들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도살장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영웅은 이런 사람들이다. 리더십을 강요하며 남의 약점이나 노리라고 말하는 자들보다 훨씬 용기 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진보사학자인 하워드 진이 말하는 역사란 ‘과거의 숨겨진 단면들, 권력에 대한 저항, 단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역사란 단순히 발생했던 사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던 뒷말줄임표에 비하면 똑 부러진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 1부에는 『정복과 차별의 역사가 시작되다』로,
우리가 흔히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라고 무심코 배우는 말에 딴지를 건다. 여기서 ‘발견’이 아니라 ‘침략’이라고 단언한다. 콜럼버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주고자한 아라와크족에게 총.칼을 겨누고 그들을 유럽의 노예시장에 팔아넘기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뿐인가?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멕시코지역의 아스텍 문명과 남아메리카의 잉카 문명이 유럽과 다름없는 역사와 문학이 번화한 곳이었음에도 미개하다며 ‘진보’라는 이름으로 파멸시킨다. 여기서 우리가 진보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쉽게 부숴버린 우리의 전통을 한번쯤 되돌아 볼 일이다. 이들의 ‘정복’과 ‘차별’속에는 흑인 노예와 하층계급들 인디언과 농부들 그리고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정복자들은 이들의 단합된 반란을 두려워해 정책적인 이간질로 분리시키려 했음을 얘기한다.
제 2부에는 『멈추지 않는 팽창 야욕의 시계』로
땅이 특정 개인의 소유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인디언들에게 속임수로 사들인 후 땅 투기를 시작하는 앤드루 잭슨 등의 위정자들의 행태에서부터 서부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변방으로 몰리는 민중들과 남북전쟁을 통한 노예해방의 숨은 이야기, ‘제국의 취향’이라 명해진 쿠바, 필리핀, 베트남에 대한 전쟁 등을 폭로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노예해방보다는 남부를 연방에 복귀시키기에 위한 정치적 선택이었음을 어떤 기자의 답변을 통해 증언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이 분쟁에서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연방을 보존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도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반대로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보존할 수 있다면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미국정부가 노예주들과 싸운 것은 노예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부의 막대한 영토와 자원, 시장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다.
제3부『전쟁을 위한 전쟁, 살아남기 위한 시위』에서는,
대공황으로 인한 생존에 대한 몸부림과 1,2차 세계대전에 대처하는 미국의 국가주의적 태도, 그리고 미국의 조작에 의해 시작되는 세계의 냉전시대, 명분을 찾기에 급급해야만 했던 베트남전쟁의 부끄러운 작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정부에 대한 불신시대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계속되어지는 부정과 부패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제4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에서는,
자본주의와 국가주의로 인해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현상, 끝임 없이 계속되어지는 전쟁의 실태, 순하고 어중간한 진보주의적 성향을 빌 클린턴의 정치와 부시가 석유에 대한 야욕으로 선택한 이라크 전쟁의 실태까지 얘기하고 있다.
이런 위정자들에 대해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들은 국민의 분노의 화살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는 집단들에 돌렸다. 범죄자들, 이민자들, 생활보호 대상자들이나 이라크.쿠바처럼 미국에 적대적인 특정 정부들이 그러한 집단이었다. 이처럼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자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도록 국민을 조장함으로써 정치가들은 미국 체제의 실패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하게 했다.” p286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자들처럼 일어서라』고 한다.
과감히 직접 참여하라고 말한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뉴욕의 피복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퍼시 B. 셸리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저항운동을 결심한 그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들처럼 일어나라.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압도적인 숫자로!
너를 묶고 있는 족쇄를 이슬처럼 털어내라,
잠들어 있는 동안 몰래 채워졌던 그것을.
너희는 다수이고, 그들은 소수니까!
p320
이런 양심의 목소리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음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더불어 잊지 말아야할 것은 ‘진보’도 해가 뉘엿뉘엿 지는 어느 날 ‘퇴영의 그림자’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은 ‘진보’와 ‘보수’라는 빛과 그림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하워드 진이 말하는 ‘진실한 기록’ 속에도 그림자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견제’와 ‘균형’은 독자의 몫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