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과 포용 - 불세출의 리더는 어떤 마인드를 품는가
하워드 가드너 지음, 송기동 옮김 / 북스넛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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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과 포용’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덕목을 읽어냈다.  다양화됨과 동시에 단순화되어 가고, 파괴적이면서 생산적이고, 풍부하면서도 빈곤한,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을 외치면서도 불안한 상황에 거세게 반발하는 민족주의의 출현,  전문적이나 폐쇄적이며 사회적 의무감은 결여되는 시대적 난제를 이끌어갈 리더라면 이에 대한 ‘통찰과 포용’이 있어야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정치와 행정에 무관심한(도무지 관심이 안가는) 내가 굳이 이 책에 손을 뻗은 이유는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였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갈급증이었다고 해도 틀리진 않다.  어쩌다가, 그냥 굴러갈 것 같은 세상이 이렇게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인가.  어제와 다름없는 해가 뜨고 있는데 암흑시대에 도착한 듯 공포심이 몰려오는 걸까.  분명한 분기점을 느끼는 시대적 우울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옥죄어오는 느낌이다.  오늘의 작태를 대할 때마다.




 ‘통찰과 포용’ 얼마나 근사한 이상향인가?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예견은 참으로 어렵고 역사는 랑케가 말했던 것처럼 “단지 실제로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것” 에 불과한 것인지 책을 덮으며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현대를 이끌었다고 생각하는  11명의 리더의 예가 나온다. 




- 원시문화 속에서 미래를 발견한 인류학자인 마거릿 리드

- 사려 깊은 리더십을 발휘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

- 고등교육에 새바람을 몰고 온 선구자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스

- 20년 앞을 내다본 기업가 알프레드 슬론 2세

- 훌륭한 군인의 전형 조지 마셜

- 교회 정신을 재발견한 지도자 교황 요한 23세

- 대통령보다 더 대통령다웠던 퍼스트레이디 엘리너 루스벨트

- 약자의 편에 서서 대중을 일깨운 리더 마틴 루터 킹 2세

- 명확한 정체성으로 영국을 이끈 카리스마 마거릿 대처

- 국가와 경계를 넘어선 리더십으로 장 모네와 마하트마 간디이다.




 보다시피 이 책에서 제시한 리더들은 주로 미국인이었고 대처나 장 모네는 서유럽인 이었으며 장 모네와의 비교치로 등장하는 마하트마 간디 정도로 극히 편협 되어 있다.  시기도 1,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거나 끝날 무렵의 인물들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어 낸다고 하는 것처럼 이들은 역사라는 이름 앞에서 판단의 저울대에 올려진 사람들이다.  수없이 다시 읽혀질 그들의 행보에 저자는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얘기한다.  비교연구 방식을 사용하다보니 각자에 대한 인간적 통찰보다는 리더로서의 유사점과 다른 점들을 열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인물에게서는 통했던 면면들이 다른 인물로 가서는 막힌 점이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물에 대한 판단근거가 극도로 희박한 나로서는 분석의 고단함이 동반되어야만 했다.  더군다나 난 이 시대의 리더들(정치적)을 한 번도 부러워하거나 우러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슴에 답답증까지 동반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하지만 문자로 이루어진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나는 이 안에서도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성 정도의 긴장감을 간혹 느꼈다.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혼란기에 대부분의 리더들은 다분히 자국가 위주의 정책들로 냉전시대를 만들었고 약소국에 대한 정책 또한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 또한 당시의 세계적 리더라는 자들에 의해 좌우지 됐다고 볼 때 곱지 않은 시선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위에 열거된 리더들은 다분히 포용적 자세로 타인과 타국을 이해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마거릿 대처의 정치적 스타일이나 로버트 메이너드 허친스의 교육정책과 알프레드 슬론 2세의 기업정신은 내적으로는 포용적이었으나 대외적으로는 경쟁적이며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근대국가(19C)에서는 ‘최소의 행정이 최선의 정부’라 하여 탈규제화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완화나 공공재의 존재는 시장실패를 초래하게 되고 현대에 이르러 다시 통치의 이념은 최대의 행정이 최선의 정부가 되는 거대정부를 이루게 된다.  규제는 다시 강화되고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실시된다.  이는 다시 정부실패로 이어지고 1980년대부터는  ‘작지만 강한 정부’로 작은 정부가 출현하게 된다. 이를 마거릿 대처는 ‘영국병’이라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들을 입안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대처리즘’이라 명하기도 한다.  새로운 정책이라곤 하지만 그것은 다시 규제를 완화하고 복지지출을 줄이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하는 작은 정부를 만드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기는 회복되었으나 심각한 실업문제를 야기시켰다.  또한 ‘대처세대’의 아이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고실업으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비합리적 경향을 보이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이렇듯 역사는 늘 돌고 도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이름하에 자유방임경제를 지향함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빈부격차 확대와 선진국의 시장개방 압력으로 인한 내부적 갈등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국가간 빈부격차 또한 심각해질 것으로 본다.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야 하는 약소국의 빈약한 논리는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점을 충분히 가지고 있음에도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리더는 쉽게 기득권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다음세대에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단 말인가? 




적어도 이 책이 책임감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면 새로운 시대의 리더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포용력 있는 대안을 내놓았어야 한다.  더더군다나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입장에서.  국민이 자신의 이상을 따라주지 못한다고 투덜거리며 죽은 히틀러 같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하지 않는가 말이다.  세계는 하나의 축과 바퀴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한 나라의 결단력 있는 리더라면 휩쓸려가며 허우적거리기보다 과감하게 돌파구를 찾는 것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쿠바의 경우 수십 년 간 이어진 미국의 강력한 경제봉쇄로 의약품과 비료가 원조되지 않자 생약부분과 유기농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타산지석이라 하였다.




이런 류의 책들이 그렇듯이 같은 말은 수없이 반복된다. 또한 리더가 갖추어야할 덕목은 수없이 많다.  내가 리더가 될 수 없다면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리더에 대해 우리는 진정 생각해야 할 것이다.  ‘통찰’과 ‘포용’을 겸비한 시대의 리더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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