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각 고짱의 간단요리 레시피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본요리
아이다 고지 지음, 이현경.김정은 옮김 / 지상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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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딴지일보 총수인 김어준씨의 ‘건투를 빈다’를 읽었다.

그 책에서 저자는 나이가 들면 지인들이나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먹고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카페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십 이후에는 요리를 틈틈이 배우겠다고 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즐기며 향수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무척 이 생각이 부러웠다.  한때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하면서 음식 대접하기를 좋아했었다.  구절판이나 탕평채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우면서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을 차려 놓고 즐겁게 먹어주는 게 좋았었다.  지금은 육아며, 직장생활에 쫓겨 나 먹을 것조차 만들어먹기 힘들 정도로 지쳐있지만 나도 나이를 먹으면 느리지만 나만의 음식과 생각을 찾아주는 사람과 한 자리에 앉아서 먹고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메뉴는 물론 그날 내가 땡기는 음식으로 먹는 것이다. 




만약, 오늘 나의 카페로 누군가 찾아온다면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파스타를 고짱의 레시피에 맞춰서 만들 것이다.  딱 7분 소요를 예상하고 있다.  파스타 면을 삶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많은 재료나 시간이 소요되지 않으면서 맛을 낼 수 있는 요리가 일본요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대신 처음 들어보는 재료들도 많다.  그런 재료를 만날 때는 요리를 포기하고 만다. 




 고기를 주로하는 요리에는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돼지고기 요리가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된다.  두 번째는 생선요리인데 섬나라 답게 참치, 방어, 고등어, 적어, 가자미, 전갱이, 청새치 등 이름도 생소한 요리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옷을 빠꿔입으며 구미를 당긴다.  세 번째는 야채를 중심으로 한 요리들이 소개되는데 가지요리와 두부요리가 많다.  네 번째는 각종 덮밥시리즈들이 소개된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만 해도 17가지가 소개된다.  디저트 레시피에서는 간단한 케이크나 빵이 소개되어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들이 생각났다.

 

일본요리는 소스가 간단하다.  간장, 청주, 맛술, 생강약간 정도 하면 돼지고기 구이의 재료 소스가 된다.  밑간도 간장과 설탕으로만 한다.  최대한 주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함일까?

고기요리에 청주가 많이 들어간다.  청주를 둘러주면 양념도 고기에 잘 배이고 누린내도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팁으로 푸드스타일링에 대해 소개되기도 하는데 여백의 미를 살려서 음식을 가득 담는 건 삼가하고 ‘좀 모자라지 않나?, 좀더 먹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타일로 조금만 담아 음식의 볼륨감을 살리라고 조언한다.  보색대비를 통해 리듬감을 살려 주는 것도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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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 - 서희태의 클래식 토크
서희태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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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선택하고 읽는 데 많이 망설였다. 

드라마 성공에 편승해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만 난무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사실 드라마의 영향은 대단했다.  지루하고 따분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클래식이 의외로 우리 생활에 깊이 침투된 음악이었고 자주 들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이에 편승해 클래식 음악가들과 클래식 음악의 계보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수학만큼이나 어렵게 생각했던 음악이론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이 책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감독을 맞은 서희태님이 들려주는 클래식 토크이다.  모두 5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제1장은 음악과 함께한 서희태님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로 클래식 덕분에 맺어진 부부의 연과 이재규 감독과의 드라마 작업 시작,  촬영현장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땀과 노력을 소개했다.  2장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면서 클래식이 주는 오해와 클래식이 나아가야할 바를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3장에서는 성악전공자였던 저자가 지휘자로 변신한 이유와 지휘자가 갖춰야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악기와 역할 그리고 그 영역에서 유명한 음악가들을 소개해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갖었던 5장은 베토벤바이러스에 수록된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것이다.  드라마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귀에 친숙한 음악들을 드라마에서 접하면서 드라마 OST CD를 구입했는데 막상 OST만 듣다 보니 또 음악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자주 듣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한 곡을 듣더라도 그 곡의 역사를 이해할 때 오랫동안 기억되며 애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모든 사람이 클래식 애호가나 클래식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클래식이란 너무 어렵고 따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해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익숙하고 편안한 음악인지, 그리고 마음만 열면 얼마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인지를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개인적으로 사내 방송반 PD를 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원고를 쓸 때마다 포기한다.  그 첫째가 대중성을 생각한 것이다.  무난하게 가자는 것인데 사실 이재규 감독의 클래식 전문 드라마 촬영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드라마를 더욱 값지게 만든 예술 감독 서희태님.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바램은 나에게 아주 적절했습니다. 클래식이 익숙하고 편안한 음악으로 나의 마음의 문을 열었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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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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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와 신윤복이 활동하던 시대는 정조대왕이 집권하던 시기이다.  예술과 문화가 역사적 흐름과 배경을 기반으로 변화한다고 볼 때 당시 조선의 역사는 정조라는 격동기에 놓여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혹자는 정조의 개혁을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로운 학문적 업적과 기풍을 마련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에게서 인간으로 그 중심이 이동된 시점.  16C 다빈치의 그림이 유명한 것 중에 하나는 그가 소실점을 향해 시선을 모아주는 원근법을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설을 찾아보지도 않았고 미술에 대한 기본 지식도 부족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김홍도의 그림들을 보면서 나는 다빈치의 그림들이 생각났다.  과감한 여백과 중심을 향한 원근구조들.  그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의 남종화풍에서 인간을 중심으로한 풍속화로의 전향.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신윤복 열풍을 일으킨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남장 여자로 나온다.  김홍도와의 러브라인이 곁들여지지만 이는 예술적 동지로서의 우정정도로 해석했었다.  거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두 화원을 아꼈던 정조가 그들에게 같은 과제를 내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  김홍도와 신윤복에게 도성의 민초들이 살고 있는 풍속을 그려오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그림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김홍도와 신윤복이 교류했다는 단서는 없으나 둘이서 정조시대의 화가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소설의 개연성에 힘을 싣고 있다.  여자이면서 남자로 살아야했던 비운의 화가는 자신의 한을 마지막 그림 미인도에 나타낸다.




그런가하면 영화 미인도가 또 다른 이야기로 열풍이다.  여기선 김홍도와 신윤복이 얽힌 애정관계로 파멸에 이른다.  이 또한 흥미롭다.  바람의 화원이 여자의 삶을 훔쳐봤다면 이건 여자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직접 사랑하고 사랑에 눈 뜨고 눈뜬 사랑은 그림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신윤복은 남자다.  조금은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시대의 별종정도이다. 신윤복의 그림을 ‘세상사에 대한 지독한 증오와 염세’가 있다는데 중점을 둔다. 

 신윤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김홍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이는 거슬러 올라 조선 미술사를 소설로 읽는 느낌이었다.  안견<몽유도원도>, 강희안<고사관수도>, 이상좌, 황집중, 신사임당, 김명국, 정선<인왕제색도>, 심사정<파교심매도>, 강세황, 김홍도, 김득신, 이인성, 이정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화풍과 미술사의 흐름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그러다보니 소설의 개연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 3대 풍속화가인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의 관계와 그들의 그림이 서로 닮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서로의 화필을 흉내 내고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필치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했던 이 말은 예술 전반에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어서 옮겨본다.




“환쟁이는 원숙해질수록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환쟁이는 붓을 들고 놓을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물에 집착하다 보면 그것으로 끝이다. ”

“그저 붓만 놀리려고 하지 말고 사물을 잘 관찰하되, 그래도 막히면 앞서 간 이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그것에서 하나하나 배워야 할 것이다.  그들이 바로 너의 선생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그들이 쓰던 색, 필치, 채색, 사상, 의취, 사의.... 앞서 간 이의 작품을 곁에 두는 것이다. 거기서 시대의 조류를 읽고 자신이 서 있는 시점을 읽으며 내일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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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사 -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
마저리 쇼스탁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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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사는 남서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살고 있는 !쿵족의 여인 이름이다.  ‘!쿵족’의 보편적 문화와 ‘니사’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책의 저자인 마저리 쇼스탁은 !쿵족의 생활과 관습을 통해 인류문화사를 쓰고자한 것이다.  ‘니사’의 삶에 대한 증언을 토대로 !쿵족 여성들의 가족, 황야의 삶, 성, 시험결혼, 결혼, 일부다처의 결혼생활, 출산, 부모가 된다는 것과 사별의 고통, 남성과 여성의 삶, 치유 의례, 이별, 늙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 안다는 것이 쓰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원시부족사회의 사회적 관습을 ‘문명’이니 ‘미개’니 하며 비교했던 것은 제국주의 열강들이 신대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자원을 얻고자 자신들의 정복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만들어 낸 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과거 원시부족사회의 삶의 방식을 미개하다고 배웠다.  교육되어 진다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하는 것인지..., 자꾸 문명의 영향을 받지 못했다는 말을 쓰려하니 말이다.  이미 문화인류학에서는 미개나 문명을 가리지 않고 문화란 인류에서만 볼 수 있는 사유, 행동양식 중에 유전이 아닌 학습에 의해 습득되고 전달된다 라고 정의 내려진지 오래인데도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똘레랑스라는 말이 있다.  너와 내가 믿는 것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이면서 그 다양성을 즐기라는 것이다.   이것을 전제로 이 책을 읽어주면 좋을 듯싶어 적어봤다.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 니사는 비극적인 일을 많이 경험했고 거침없고 제멋대로의 성격을 지녔다.  우리 사회에도 보편성을 지닌 사람보다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이 이야기의 단점은 니사에게 보편성에 따른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부족을 대표하기에는 부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손가락과 열발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애인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정식결혼을 하기 전에 동거형식의 시험결혼에서 2남자와 살아보기도 한다.  요즘 결혼하기 전에 살아봐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이미 !쿵족은 이를 실현하고 있었다.  여성을 지배하기 위해 종교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인류는 여성의 많은 부분을 남성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니사의 삶은 상당히 개방적이면서도 주도적이다. 




 이 책의 저자 마저리 쇼스탁은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보제공자인 종족민의 증언을 전부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들은 인류학자가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하거나 사실을 숨기기도 하고 재미를 위해 거짓말을 할 때도 있음을 염두해 둬야하며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때론, 자신의 이론(인류학자)에 맞춰 이야기를 곡해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국화와 칼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현대문명이 미치기 이전의 아메리카 오지의 종족을 대상으로 쓴 ‘문화의 패턴’의 서두에 이런 말을 했다.

" 나는 오로지 나만의 일방적인 시각과 느낌에 근거해서 재생성되는 특별한 캐릭터를 그리고자 했을 뿐이다. 그게 설령 걸러지지 않은 편견과 주관적 감정이입으로 인한 억지에 불과할지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더듬더듬 반복하느니 세상의 외곽에서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는 게 내겐 더 솔직하고 절박한 일 이었다 "




최대한 객관화시키려고 했다는 마저리 쇼스탁과 나만의 특별한 캐릭터를 그리고자 했다는 루스 베네딕트.  마저리 쇼스탁의 니사의 주관성과 루스 베넥딕트가 4개 종족을 비교 관찰하며 학설로 증명하려 했던 과정들.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객관화인가를 두고. 




원시부족의 다른 문화에 대한 맹목적 태도를 경계해야할 것이다.  서양인과 원시인, 서양인과 야만인, 기독교와 이교도.  이런 식으로 이원적인 구분을 하기 시작하면 인류학 연구는 사실상 수행불가하다.  공정하고 세련된 정신적 태도만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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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 2
정재영 지음 / 풀빛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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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의 나른한 빛이 고왔던 도서관이었다.  복도가 아니라 난간이어서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금강하구가 내려다 보였다. 나를 설레게 했던 국어선생님은 늘 그곳에서 책을 보거나 담배를 피우셨다.  긴 머리 고등학생인 나는 선생님이 계신 그 도서관 주위를 맴돌 때가 많았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조용히 날 부르셨다.  빛바랜 책들 위로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은 알싸한 옛 냄새가 곰팡내와 어울려 눅눅했던 그 도서관으로.  그날은 키 큰 은행나무의 노란 잎이 나비춤을 추며 하무도 없는 교정에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쓴 독후감을 읽고 계셨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에 관한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이었는데 감수성 예민했던 내가 꽤나 그를 옹호했었나 보다.  내심 걱정이 되셨던 게다.  난 그저 선생님이 날 따로 부르셨다는 것에 설렜던 기억뿐이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쇼펜하우어가 늘 궁금했다.  그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철이 조금 들기 시작할 무렵 쇼펜하우어가 여성을 폄하했고, 종교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싫어했다.

 

  철학은 선생님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늘 그 만큼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홍세화선생님의 강연회에서 근대철학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과 지금도 유효한 이론들의 정연함에 감탄했다.  철학적 삶이 한 사람을 참으로 매력적으로 만들기도 하는구나. 내 행동과 내 생각이 어디에서 기원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은? 그것이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이 책은 20세기 비엔나와 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14세기에서 16세기의 피렌체, 17세기의 암스테르담과 에든버러, 19세기 후반의 런던과 바젤, 19세기 전반의 베를린, 18세기 계몽 시대의 쾨니히스베르크, 그리고 나서 기원전의 아테네, 중세의 유럽으로 끝을 맺는다.  그 방식이 독특하다.  생각이 지형을 넘나든다.




이 책 들춰볼수록 참 맛이 난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먼저 도시를 소개한다.  도시의 지리적, 문화적, 역사적 특징.  그리고 그 도시에서 성장한 철학과 철학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그 도시에서 왜 그런 철학이 발생하고 현대가 주목해야할 점은 무엇인지 말해준다.  어렵고 난해하기만한 철학의 접근을 쉽게 했다. 




저자는 철학의 입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철학은 최초의 출발지점을 잡는 일이 가장 어렵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철학의 출발점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대목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철학의 역사란 보편타당한 잣대를 세우기 위한 역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이 딱이다.  깊이 있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어려워지기도 하는데 통사적 서술의 딱딱함을 여행이라는 형식을 취해 흥미롭다.  더군다나 유럽의 2/3가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현재를 생각할 때 매력적인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함께 하고 있으니 더욱 흥미롭다.  철학의 흐름이 전시대와 단절이 아니라 상호소통이라는 부분에서도 이와 같은 구성은 상당히 적절하다고 본다.




2권으로 구성된 2,000년의 철학역사를 다 서술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아무리 옮겨도 저자만큼 옮길 자신도 없다. 

그렇지만 이말 만은 꼭 옮겨보고 싶다. 

  근대가 중세의 단절인가 연속인가 하는 논의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근세의 단절인가 연속인가 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이는 내가 홍세화선생님의 강연에서 느꼈던 것이기도 했다.  철학이 과연 복잡한 현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말이다. 

  저자는 “중세가 우리에게 준 선물 세 가지, 곧 대학과 의회, 그리고 정치에서 분리된 교회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제자들의 작품이며,  플라톤의 제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이 구축한 중세의 질서를 무시하고 새로운 역사의 도래를 선언하면서 아예 판을 뒤집어 버리고 이는 르네상스가 시작된 피렌체에서 근대를 열게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의 끝을 중세로 잡은 것은 ‘중세의 모습은 바로 오늘의 거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테네 학당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깊고 깊은 사유의 뿌리가 그리고 방향성을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다시 아테네로 간다는 것이다.

  ‘과학적 세계관’이 가져다 준 ‘세계 표준’과 ‘포스트모더니즘 세계관’이 가져다 준 ‘다문화주의’. 이는 그가 현대 철학을 ‘비엔나’와 ‘파리 ’에서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 서평이 좀 어려운가? 그렇다면 정재영선생님이 쓰신 “철학, 도시를 디자인하다”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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