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김홍도와 신윤복이 활동하던 시대는 정조대왕이 집권하던 시기이다.  예술과 문화가 역사적 흐름과 배경을 기반으로 변화한다고 볼 때 당시 조선의 역사는 정조라는 격동기에 놓여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혹자는 정조의 개혁을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로운 학문적 업적과 기풍을 마련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신에게서 인간으로 그 중심이 이동된 시점.  16C 다빈치의 그림이 유명한 것 중에 하나는 그가 소실점을 향해 시선을 모아주는 원근법을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설을 찾아보지도 않았고 미술에 대한 기본 지식도 부족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김홍도의 그림들을 보면서 나는 다빈치의 그림들이 생각났다.  과감한 여백과 중심을 향한 원근구조들.  그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의 남종화풍에서 인간을 중심으로한 풍속화로의 전향.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하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신윤복 열풍을 일으킨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은 남장 여자로 나온다.  김홍도와의 러브라인이 곁들여지지만 이는 예술적 동지로서의 우정정도로 해석했었다.  거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두 화원을 아꼈던 정조가 그들에게 같은 과제를 내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  김홍도와 신윤복에게 도성의 민초들이 살고 있는 풍속을 그려오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들의 그림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김홍도와 신윤복이 교류했다는 단서는 없으나 둘이서 정조시대의 화가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소설의 개연성에 힘을 싣고 있다.  여자이면서 남자로 살아야했던 비운의 화가는 자신의 한을 마지막 그림 미인도에 나타낸다.




그런가하면 영화 미인도가 또 다른 이야기로 열풍이다.  여기선 김홍도와 신윤복이 얽힌 애정관계로 파멸에 이른다.  이 또한 흥미롭다.  바람의 화원이 여자의 삶을 훔쳐봤다면 이건 여자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직접 사랑하고 사랑에 눈 뜨고 눈뜬 사랑은 그림으로 그려진다. 




이 책의 신윤복은 남자다.  조금은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시대의 별종정도이다. 신윤복의 그림을 ‘세상사에 대한 지독한 증오와 염세’가 있다는데 중점을 둔다. 

 신윤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김홍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이는 거슬러 올라 조선 미술사를 소설로 읽는 느낌이었다.  안견<몽유도원도>, 강희안<고사관수도>, 이상좌, 황집중, 신사임당, 김명국, 정선<인왕제색도>, 심사정<파교심매도>, 강세황, 김홍도, 김득신, 이인성, 이정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화풍과 미술사의 흐름을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그러다보니 소설의 개연성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이기도 했다. 




조선 3대 풍속화가인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의 관계와 그들의 그림이 서로 닮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서로의 화필을 흉내 내고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필치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했던 이 말은 예술 전반에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어서 옮겨본다.




“환쟁이는 원숙해질수록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다. 환쟁이는 붓을 들고 놓을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물에 집착하다 보면 그것으로 끝이다. ”

“그저 붓만 놀리려고 하지 말고 사물을 잘 관찰하되, 그래도 막히면 앞서 간 이들의 그림을 감상하고 그것에서 하나하나 배워야 할 것이다.  그들이 바로 너의 선생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그들이 쓰던 색, 필치, 채색, 사상, 의취, 사의.... 앞서 간 이의 작품을 곁에 두는 것이다. 거기서 시대의 조류를 읽고 자신이 서 있는 시점을 읽으며 내일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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