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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수도원기행을 다 읽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내가 교회에 나갔으면...., 다시 신앙의 사람이 되었으면...., 그러나 종교는 나를 억압의 굴레 속에 갇혀있게 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나는 나의 욕심에 대해 생각한다. 순전한 나의 욕심. 그러면서 얼마 전 메모처럼 흘겨 쓴 나의 말 '나의 욕심이 화를 부르리라'라는 말을 생각한다. 책의 마직막장을 덮으면서 나는 창문을 연다.
지금은 새벽2시. 책을 읽는 중간중간 나는 바삭거리는 겨울바람소리를 들어야 했다. 진눈깨비가 가로등 밑에서 분방하다. 유독 그 밑에서. 멀리 호텔의 네온이 선명하고 붉은 교회의 십자가와 초록빛 병원 십자가 호텔의 네온도 희멀겋게 십자가를 닮았다. 온통 십자가뿐이구나. 도시는. 그러면서 살고자 하는 곳과 천상의 자리와 쾌락의 자리가 저리도 닮았을까 싶다. 먹이를 찾는 굶주린 고양이 한 마리만이 추운 겨울의 울타리를 재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내 몸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냄새. 나는 후두둑 떨어지는 내 감정의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다시 공지영을 생각한다. 그녀가 글을 통해 토해낸 많은 말 중에서
'늙지도 젊지도 않은 우리 부부는 이제는 안다. 에로틱이라는 것이 결코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오르가슴은 육체로 시작해서 정신의 황홀을 합일시키는 것이고 수도라는 것은 정신을 통해 육체를 초월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육체의 긍정조차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 섹스라는 것은 하느님이 맨 처음 아담의 갈비뼈로부터 하와를 만들었을 때 하느님 앞에서 부끄러움 없이 둘이 행했던 사랑의 행위였다. 하느님은 둘이 알몸으로 부둥켜안는 것을 보시고 '자식을 낳고 번성하라'고 기뻐하며 축복해 주었다. 그런데 섹스는, 남자와 여자의 성기에 갇힌 채로, 이제 갈비뼈 한 대의 인연도 없이 유리 진열장에 서서, 몇 푼에 사고 팔리고 있었다. ' 그래.... 자식을 낳고 번성하라.
엇그제 반가운 지인과 통화를 했다.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당당히 자신의 삶을 즐기라고 얘기했다. 그 말에 전적동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B 선배가 둘째를 갖고 세상을 살아갈 힘이 강렬해지고 두 아이의 엄마로 충성을 맹세함을 안타까워했다.
언젠간 떠나는 것이 자식임을 자신을 통해서도 모르냐며. 그 얘기를 H에게 했을 때 H는 그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자신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흘러가듯 한 얘기였지만 나는 H의 얘기에 단박에 그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허무의 성을 더 높이 쌓아야 그것이 바벨탑보다 더 무서운 것인가를 깨닫게 될까 한탄했다. 살고자 하는 욕망과 사후의 영생을 꿈꾸는 욕망과 쾌락의 욕망이 눈 내리는 겨울 창밖에서 공존하고 있는 나의 현실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