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나는 근원처럼 꿈속에서 신화의 주인공이 되곤한다. 아프로디테의 요염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고 태양의 신 아폴론이 되어 음악과 가무를 즐기기도 하다가 하현달이 유난히 빛나는 어느 겨울밤엔 달의 신 아르테미스가 되어 달을 동무삼아 마실나가기도 하였다. 신화를 푸는 12가지 열쇠를 하나씩 엿보며 너무도 흥미로워 내 상상력의 틈도 주지 못하고 내리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내력들은 처음 접함에도 나의 뇌리에 크게 각인되어 지금도 생생하다. 이윤기님의 어떠한 글도 나를 매료시키지 못하였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너무도 충분했다.

미궁같은 세상 속에서 가끔 길을 잃고 야수에게 잡아먹히는 악몽에 시달리다가도 누군가 실타래를 던져 줄 것 같은 상상. 신의 욕망과 지혜를 읽으면서 나는 근원적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이미 신화의 세계를 접하면서 환타지의 세계는 우리 앞에 펼쳐진다.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인간의 본능적세계에 적나라하게 입성시킴으로 신화의 세계는 이미 나의 세계가 된다.

간밤에 꿈을 꾸었다. 물이 범람하고 내가 살던 보금자리가 물살에 씻기워가고 모든 것이 푸른 덩어리가 되어 버리는 순간에도 나는 멀쩡히 그 소용돌이치는 물살 속에 서 있는 것이었다. 산을 뒤덮던 물들이 어느 순간 바다가 되고 나는 산의 중턱에 앉아 검게 변한 바다를 내려다보고 별들은 그 바다에 떨어져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던 물고기자리가 길게 꿈틀거리더니 빛나는 하얀 뱀이 되어 물살을 휘저었다. 나를 덮칠 것 같던 그 긴 꼬리가 순간 빛을 발하더니 먼 대양으로 휘돌아 나가고 나는 조금 슬퍼하였던가 그렇게 암흑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 혼자 울고 있었던가 그러다 새벽녘에 잠에서 깨었다.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몇 장 안 남은 책을 다 읽고 덮으며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를 다시 잠그고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간밤의 꿈들을 생각했다. 빗소리는 계속되고 창문을 뜯는 바람소리에 귀멀다가 에로스와 프쉬케의 사랑과 마음에 대해 생각했고 이젠 낯설지 않은 신화속의 이름들을 하나씩 호명하며 작가가 나에게 건네준 열쇠를 소중히 간직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곰삭여 읽으면 더욱 좋을 책. 늘 늦되는 나의 상상력에 작은 불씨를 제공하고 스스로 사그라드는 책. 그것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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