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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강석경 / 살림 / 1996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에 대한 성찰을 준비하는 그대.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문희와 주원의 영혼, 상처받고 소외된 영혼의 울림. 땅으로 기거하는 그네들의 삶속에 정신을 위해 갈구하는 작가의 마음이 품어내고 있는 힘.
문희는 이혼녀이다. 주원은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사는 여자다. 아무 이유 없이도 우리 사회는 두 여자를 비난한다.사랑에 대한 기만과 모욕이 우리를 상처받게 하는 세상. 기혼자가 내뱉는 사랑, 세상의 사랑은 도덕성에 근거하여 다 불륜인 것처럼 말한다. 사랑이란 말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가. 이혼녀나 기혼자는 세상의 모든 사랑으로부터 방패막을 치고 자신을 꼭꼭 가두어야만 하는가.
한국의 사회는 용납받지 못할 모든 상황 속에 그들을 매도하고 몰아넣는다. 그러면서 가부장적 사회는 기묘한 사랑론을 얘기한다.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결혼이라는 城속에서 더 이상의 선택이 없었던 부모의 세대와 결혼이라는 적령기를 정해서 제도속으로 몰아넣으려는 우리의 세대 그리고 좀 더 자신의 자아와 맞물려 선택의 가능성을 무한히 부여받게될 다음 세대. 하지만 인간의 정신적 진화라는 대가를 치루지 않고서는 도저히 벗어나질 못할 사랑이라는 관념.
라사..., 그 곳이 세상의 별들이 다 뜨는 곳이라니. 겨울하늘의 명징한 아름다움은 별들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에 붙박혀있는 듯한 여름이나 가을의 별이 아니라 내 눈 속으로 떨어질 듯 매서운 바람앞의 겨울 별들은 유난히 푸르고 명징하다. 그렇게 별을 찾아, 빛을 찾아 떠나는 여자들. 문희와 주원.
문희는 '요가하는 여자'를 사랑하게된 남편과 이혼한다. 잠깐의 실수와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외도를 합리화시키려는 한국의 남자들 속에 그래도 문희의 남편은 자신의 사랑에 솔직했다고 볼 수 있나? 온전한 자아의 의지에서 그리되었다고 하기엔 좀 어색한 부분은 있지만 어찌되었든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는 여타의 다른 이들의 사랑이란 이름에 비해 밝은 빛을 안고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지 싶다.
사회학자 기든스은 '한 인간이 일생 동안 느끼는 낭만적 사랑의 감정은 고작 한 시간에 불과하다.'고 하였는데 거기에 걸맞는 여자는 '성자'이다. 주원은 상이라는 아들을 데리고 인도로 온다. 그녀는 그곳에서 파올로라는 베니스의 남자를 만나 본능에 입각한 사랑을 할 것을 결심한다.
'인간은 어머니 자궁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상처를 받도록 되어 있어.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들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길이 우리를 휘두르니까. 영약한 인간은 그걸 피하거나 더러 조롱하고 강한 인간은 극복하여 오히려 성장을 하지. 언니도 이혼이란 상처에서 쉬 벗어나지 못했지. 영민이 그렇게 상처받는다 하더라도 그건 영민이 극복할 문제야.' 194p
아~ , 산적해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저렇게 간단한 것을...., 늘 쥐고 사는 나의 허무와 사랑.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결혼, 사랑, 자아에 대한 여러 유형들의 여자들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랑의 형태와 인생의 행로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갇게 한다. 그녀들이 모두 있는 땅. 인도.
별! 그것은 너무 멀리있고 우주를 떠도는 미아이다. 명징한 그 무엇도 없다. 그저 떠도는 별들이 그 곳 라사에 다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