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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 - 그리스도인의 묵상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음, 서명옥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2학기 시작과 함께 바쁜 스케쥴 중에 추석 연휴를 맞아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9,10월의 도서 리뷰를 들고 오랜만에 인스타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입니다.
이 책은 지난달 수업 전 기도 시간에 원장 신부님께서 교실로 오셔서 직접 소개해주신 책이기도 합니다. 원장 신부님께서 “기다렸던 신학자의 영성 책 ” 이라며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의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 를 추천하셨습니다. 신부님 말씀처럼 휙 읽을 게 아니라 곱씹어가며 묵상과 함께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 인데 책이 얇고 잘 읽혀서 벌써 다 읽어버렸었답니다. 하지만 신부님 말씀대로 천천히 소화하려고 마감 직전에 리뷰를 쓴다는 변명을 살짝 해봅니다. ^^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먼저 현대 신학자로 발타사르가 왜 그렇게 자주 언급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다른 신학자들이 주로 이성(논리)이나 윤리(선)에 초점을 맞출 때, 발타사르는 하느님의 계시와 그리스도의 사건에 드러난 '형상(Gestalt)'과 '아름다움'을 신학적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름다움을 단순한 감각적 즐거움이 아니라, 하느님의 진리와 영광을 드러내는 본질적인 통로로 보았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상실한 신비와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회복시키려 한 시도였습니다. 또한 칼 라너와 같은 동시대의 영향력 있는 신학자의 경우 신학이 '아래에서 위로', 인간 실존과 초월적 경험에서 출발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인간 중심적(인간학적) 접근을 취한 반면, 발타사르는 '위에서 아래로', 즉 삼위일체 하느님의 자기 비움을 통한 사랑에서 출발하여 구원경륜적 사건(역사 속의 구원 활동)을 해석하는 하느님 중심적 접근을 강조했습니다. 발타사르는 신학에 미학적 차원을 통합하여 하느님의 계시를 아름다움, 선, 진리의 통일성 속에서 조명하고, 인간 중심적 경향에 대한 대안으로서 하느님 중심적인 삼위일체론적이고 그리스도 중심적인 신학을 방대하고 깊이 있게 구축했다는 점에서 위대한 신학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가톨릭출판사 신간을 통해 발타사르의 이러한 심오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원제: CHRISTLICH MEDITIEREN—그리스도인의 묵상)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는 묵상을 삼위일체적이고 동시에 전적으로 인간적인 응답이라고 정의합니다. 삼위일체적묵상은 인간이 스스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능동적인 노력이 아니라 오히려 성령의 이끄심에 기대어,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성자)의 계시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에 응답하는 수동적이고 은총 중심적인 행위입니다. 또한 전적으로 인간적이라는 것은 묵상이 세속적 삶과 인간성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기 위해 세상이나 자기 자신을 거부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성령 안에서 세상과 자기 자신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행위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묵상의 유일한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 분을 사랑하고, 그분의 삶을 숙고하며 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성경 말씀, 특히 신약 성경은 바로 그분 자신을 증언하기에 신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묵상은 궁극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이라는 핵심적인 구원 사건의 신비와 연결되기에 그리스도인은 이 신비가 교회 안에 보존되고 계승됨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묵상의 모범으로 하느님의 뜻에 조건 없는 완전한 내어 맡기는 자세를 보여준 마리아를 제시합니다. 마리아는 일어난 사건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루카 2,19)"자세를 통해 묵상의 원형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신비를 새기고, 성체성사를 통해 힘을 얻어 일상의 행위 안에서 실천함으로써 묵상을 충만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비는 일상 속에서 사랑과 실천을 통해 더욱 또렷해지기 때문에, 묵상은 결국 세상 속에서의 구체적인 사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발타사르와 함께 말씀 안에 머물기’는 현대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개인적 명상이나 자기계발을 넘어서, 하느님의 계시에 대한 온전한 자기 내어 맡김과 그 사랑에 응답하는 삶의 실천을 통합하는 개념 정립에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