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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B ㅣ 엑스파일
레이 가튼 외 지음, 안현주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4월
평점 :
파라노말 퀘스트_레이 가튼
1997년 8월 2일 캘리포니아. 멀더와 스컬리는 심장이 폭발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가정에서는 심령현상을 조사하는 쇼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멀더는 직접 그 현장을 찾아가는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방송에서 찾아보면 심령스팟을 찾아다니며 소개하고 심령현상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온갖 장비를 이용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의 증거를 발견하고, 그 현장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든 방송 촬영에 대해 비판하는 시각이 있었다.
굳이 심령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방송촬영을 하는 종종 조작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다. 흔히 악마의 편집이라는 것부터 있지도 않은 상황 연출. 아무리 프로그램 쇼라고는 하지만 연출과 실제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작중에서는 미스터리 현상이 비유로서 쓰였지만, 현실에서 방송조작이 얼마나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심해왕_팀 딜
2000년 5월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앞바다에서 선박 습격 사건이 벌어진다. FBI에서는 인근 해적들의 소행으로 보려고 하지만, 사건 관련 영상이 돌면서 멀더와 스컬리가 조사하러 떠난다. 중동문화로 인해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습격당한 선박을 조사하던 스컬리는 피바다 속에서 무지개 빛의 비늘조각을 발견하는데...
바다와 관련있고 등장하는 괴생명체의 생김새를 보고서 크툴루 신화의 데이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사실 러브크래프트의 데이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다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에, 여기에 나오는 괴생명체는 보다 더 중동 신화적인 면이 강하다고 해야겠다. 솔직히 이집트 신화처럼 유명한 신화라면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지만, 메소포타미아 신화처럼 다채로운 구성이 있어도 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꽤 의미 있게 보이기도 하다.
배경이 배경이다보니 중동문화에 대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크게 비판적인 면은 없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개인적 불편함과 알라딘으로 한정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중동 신화를 다양하게 활용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하수관_지니 코흐
1990년 12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네 명의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멀더는 단순 실종사건이라 여기지만, 1963년에 벌어진 악어 인간 사건과의 유사점을 무시하지 못하고 당시 수사관이던 아서 데일리를 찾아간다. 데일리는 당시, 놈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생각에 멀더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데...
미국의 대표 도시전설인 하수도의 악어를 다루는 내용이다. 다만, 그냥 돌연변이 괴수에 가깝기보다는 뭔가 주술적인 분위기가 강한 특징이 있다. 좀 특이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 게 보통 하수도의 악어 괴담은 버려진 애완악어의 변이나, 야생 악어가 침범해서 발생한다는 래퍼토리가 많은 편이라, 이 괴담을 종교 주술로 해석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다.
스컬리가 파트너가 되기 전의 내용이라 스컬리를 만나기 전에 멀더가 어떻게 지냈는지 많이 나온다. 몇몇 시즌의 특정 에피소드와 연관성 있는 내용이라 엑스파일 드라마를 오래 전부터 보아왔다면 익숙한 인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달빛_W. D. 갈라이니, 데이비드 밴턴
1994년 10월 4일 캐나다 오타와 남부. 멀더와 스컬리는 폭설을 뚫고 한 죄수를 호송 중이다. 뒷좌석에 수갑을 차고 누워있는 카를로는 계속 오늘은 집 밖을 나서면 안 되는 날이라며 호소하지만, 멀더와 스컬리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계속된 폭설에 결국 멀더는 가까운 모텔에 차를 세우게 된다. 스컬리가 프런트로 나간 사이 멀더는 카를로의 이상증세를 관찰하면서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제목으로만 유추해도 다들 알 법한 유명한 전설의 오컬트 생명체가 주제가 되는 내용이다. 이 단편을 세, 네 페이지만 읽어보면 웬만해서는 뭐가 주제로 쓰였는지 단 번에 알 수 있기에 여기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큰 복선이나 사건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 작품의 주제가 되는 오컬트 생명체의 정체에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서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분명 이게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여기서 벌어진 사건의 구조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냥 정체를 알 수 없게 애매모호한 것도 아니고 여기저시서 암시를 뿌리고 다녀서 예측이 가능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겠다는 상황도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중요한 정체는 알 수 없거나,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이 되버렸다. 이건 앞서 Part A에 있던 <긴장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미스터리적 음모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눈에 담겨 있다_헤더 그레이엄
2009년 10월 30일 메사추세츠추 에섹스 카운티에 위치한 괴물 모형 상점에서 기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상점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해나 바턴은 시체 모형 인형이 살인을 저질렀다 주장하지만, 진지하게 듣는 건 멀더 뿐이다. 이어서 인근 묘지에서도 벌어진 기이한 일도 조사하던 중, 멀더와 스컬리는 상점 점장이 외계인을 보았다는 주장을 듣게 되는데...
인형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인형에 대한 괴담부터 유명 공포영화인 사탄의 인형까지 연상되었다. 그런데 외계인으로 직결되서 다소 흥미가 떨어진 감이 있었지만, 나름 소름끼치는 상황을 만들어서 만족스러웠다.
여기서도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 언급되는데, 역시나 SF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정형화를 불러와 수 많은 예를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과 반드시 이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지적하였다. 솔직히 여기 등장하는 외계인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앞에서 외계인에 대한 편견이 언급되었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눈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인데, 사실 사람의 신체 기관 중에서 겉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은 눈 밖에 없다고 본다. 눈에서 뭔가 이상한 걸 느낀다면 괜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히코리 언덕의 집_맥스 앨런 콜린스
1997년 12월 29일 메사추세츠 주, 베네위치에 위치한 오래된 저택.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기피하고 있어서 그곳으로 이사 온 해더는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어느 날 밤 이상한 소리를 듣고 깬 헤더가 집 전체가 기묘하게 요동치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언니 채리티가 납치를 당한다. 그것도 수십 년 전 이 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오래된 집에서 발생하는 괴이 현상이라는 점이 딱 아미티빌 호러와 비슷해 보일 법했다. 하지만 아미티빌은 말 그대로 호러미스터리로 끝나는데, 히코리 언덕의 집은 오컬트와 현실적인 범죄가 서로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공존하고 있는 구성이라 신비롭게 보였다.
사건 자체가 미스터리하기는 하지만 그 동안 나왔던 외계인의 존재가 은폐되는 등의 음모론적이지 않고, 또 완벽하게 스컬리가 주장하는 현실적인 사건이 아니기도 해서 추리소설적인 구성과 호러미스터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멀더의 마지막 이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스컬리, 당신도 거기 있었어야 해요."
시간_게일 린스, 존 C. 셀던
2000년 메인 주 포클랜드에서 세 명의 아이들이 FBI가 관리하는 옛 군사기지 벙커의 괴현상이 발생하는 창문 너머로 사라진다. 멀더와 스컬리는 그 창문이 시공간 균열로 발생한 통로라 여기고 창문 너머로 아이들을 구조하러 간다. 창문 너머는 지금의 포클랜드와 비슷하면서 완전 다른 곳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기묘한 기체덩어리가 출몰하고 있었는데...
시공간 이동이라는 다소 복잡한 전개임에도 엄청난 스릴러가 느껴졌다. 그냥 시간여행과 달리 과거, 미래,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습격까지.
현실과 비슷한 이세계에서의 정체불명의 습격자라는 배경도 공포 그 자체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섭게 느껴진 것은 시간이었다. 현재의 내가 잠깐 사이에 다르게 변하는 것, 그 잠깐의 변화가 시간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착각을 주기도 했다.
조각상들_케빈 J. 앤더슨
1995년 5월 11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자원개발 회사 탐사원이 사람들 앞에서 석화되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컬리는 중금속 오염이 의심된다고 여기고 멀더와 함께 탐사원이 자원조사를 했던 곳을 지나던 중 한 괴짜 조각가를 만난다. 조각가의 행동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본 멀더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그의 담당자를 만나러 가는데...
처음 제목을 보고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천사 조각상들 같은 내용인가 했는데, 전혀 성격이 다른 내용이었다. 생명체의 석화가 은근히 신화나 전설 속에서 많이 나오는 요소인데, 다소 과학적인 접근으로 해석한 것이 돋보였다. 그래서였는지 모르지만, 마지막치고는 상당히 끔찍한 내용으로 보이기도 했다.
석화가 주제로 나오는 와중에 예술에 대한 몇몇 시각도 있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예술이라는 논조를 보이며 마르셀 뒤샹의 <샘>처럼 오브제 작품을 쓰레기라 평하고 차별하는 시선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작품 속 석화된 사람을 생각하면 예술의 잔혹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름다움을 창조해도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라 끔찍한 도륙일지도 모른다. 정교한 예술품이라도 나쁜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국은 타인을 무자비하게 갈아넣은 희생의 결과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