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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핸드백 - 15세 가을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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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출간될 때마다 나이가 늘어나는 설정부터, 스기하라 사야카라는 소녀가 살아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생으로 탐정역할에 나서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지만, 사야카 만큼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느낌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야카는 다른 학생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소녀이다. 하지만 '제가 탐정입니다.'하면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는데도 사야카는 탐정으로 보였다.

 새 담임선생님이 오던 날, 사야카의 친구 히사요가 실종되고, 며칠 후 사야카에게 학교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한 뒤, 교실에서 살해된채로 발견된다. 사야카가는 히사요가 자신의 녹색 핸드백을 준다는 말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평범한 중학생 소녀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탐정이나 경찰 같은 분위기보다는 보통 사람이 사건에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살인현장을 보고 공포를 느끼고, 살해당한 친구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모습이 특별한 인물보다는 보통 소녀로 보였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살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 미스터리로 했었더라도 문제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짧고 간결하게 진행되서 막힘없이 읽기 쉬웠다.

 어린 나이에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알게 된 사야카의 충격은 그녀에게 나쁜 기억으로 올 수도 있지만, 상쾌한 사야카이기 때문에 세상을 한층 더 알아가는 기회로 생각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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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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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만큼 독창적인 공포를 만들어낸 작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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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고헤이지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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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연이라는 연결고리는 항상 아름다운 것일까? 악연이라는 것도 있으니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인연은 좋든, 나쁘든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순간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엄청난 일이 발생하게 만든다. 엿보는 고헤이지는 잔인한 인연의 연속에서, 인연이 무엇을 남기는 가에 대한 여운을 많이 남겼다고 생각한다.

 유령연기의 장인 답게 엄청난 음기를 내뿜는 고헤이지를 제외하고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는 인물들 뿐이다. 고헤이지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인연이 연결되는 것을 보면 우연이라고 하기는 어렵게 보인다. 어쩌면 고헤이지가 모든 인연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고헤이지와 아내 오쓰카의 관계처럼 이해가 가지않는 점이 많아서, 교고쿠 작가의 작품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고헤이지와 오쓰카의 관계는 오쓰카가 고헤이지의 음침함을 싫어하지만, 고헤이지가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나는 오쓰카가 고헤이지를 사랑하니까 미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에 만 틀어박혀 있는 고헤이지가 당당하게 나오지 못하니까,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쓰카가 고헤이지를 싫어하고 얼뜨기라고 하는 것은 사랑에서 나오는 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헤이지가 항설백물어에 나오는 마타이치의 계획에 이용되는 것을 보면서, 항설백물어가 대강 어떤 작품인지 알 것 같았다. 에도 괴담과 항설백물어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서 전혀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 엿보는 고헤이지를 보다가 항설백물어에도 관심이 생길 판이다.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것 같은 어둠을 내뿜는 유령 고헤이지, 무능력해서 얼뜨기라고 불리는 고하다 고헤이지. 나는 고헤이지라는 인물을 보면 볼 수록 낯설지 않다고 느꼈다. 어딘가 나의 모습과 약간은 비슷하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는지 고헤이지가 느끼는 덧없음이나 존재의 부정이 어떤 뜻일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예전에 나도 고헤이지처럼 방 안에서 문을 살짝 열어놓고 틈사이로 바깥을 엿보는 짓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현실에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항설백물어의 지헤이가 말하듯이 뭐든지 말을 해야 존재가 된다고 하는 것처럼 이래저래 대화가 늘여가다보니, 음침함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고헤이지의 유령 같은 분위기가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습관이나 잔재가 남은 것으로 생각한다. 사막을 숲으로 되돌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듯이 감정이 메마른 것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 무엇이든 이야기해야만 비로소 존재가 되네.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어. 거짓말이든 허풍이든 입 밖에 내면 낸 만큼 존재가 되는 거야. 자네가 얄팍한 것도, 내 속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도, 둘 다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겠지.-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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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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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죽음이 모이는 곳을 병원이라 해도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의 저승사자는 흑색이 아니라 백색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의학은 죽음을 결정짓는 재판이기도 할 것이다. 의사라는 판사는 환자라는 피고의 죽음을 선고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영역에 가깝게 있는 만큼, 의사들 사이에서도 천사와 악마가 있을 것이다. 천사가 의미하는 것은 굳이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 하지만 악마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사의 권위의식? 아니면 의학이 잘못된 일에 쓰이는 경우?

 외과의사는 의학이 살인에 이용되면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과 사회에서의 여성이 어떻게 평가 받는 것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특히 피와 인간의 본성을 연관지어서 섬뜩하게 느껴졌다. 고대 아스텍에서 피의 제물을 원하는 의식을 보면, 인간이 아직도 무의식 중에 피에 집착하고 있을 것이라 한다. 그래서 상처에서 피가흐르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즐기듯이 눈을 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남부의 사바나에서 살인마 앤드루 캐프라를 죽이고 보스턴에서 재개하기 시작한 캐서린 코델 박사 주위에서 여성을 상대로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보스턴 경찰청의 베테랑 형사 토마스 무어와 남자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겪는 제인 리졸리가 수사에 나선다. 그런데 언론에서 외과의사라고 명명된 살인마를 수사할 수록 연결고리는 코델 박사에게로 향하는데...

 천사에 해당하는 코델 박사와, 악마에 해당하는 살인마 외과의사로 의학의 이중성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의 리얼한 수술장면과 외과의사의 살해장면이 비슷비슷하게 보였지만, 외과의사가 악역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보면 외과의사 쪽이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만약 천사와 악마라는 구분이 없었다면 두 장면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하다.
 이후 책 시리즈의 주인공이지만, 여기서는 크게 비중이 없는 제인 리졸리는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인정받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실질적으로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는 토마스 무어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로멘티스트처럼 보였다. 그래서였는지 남자 형사들의 모욕적인 장난을 당하는 리졸리를 신경써주려 한다. 그런 무어를 리졸리는 경찰서에서 그나마 나은 형사라고 생각한다. 리졸리와 무어가 같이 수사하면서 외과의사와 코델 박사 사이의 연관성은 과거의 사바나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던 중, 무어도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것을 느낀 리졸리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작품 속 주요 인물들을 보면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해 죄책감을 가지는 무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리졸리,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처를 받고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코델 박사.

 

 무어 형사만 빼면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많이 나와 있었다. 사회와 가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공하면 안 되고, 함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인식이 너무 자연스럽게 있어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리졸리는 사회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성스러움을 버리고 거칠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리졸리의 거친 모습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남성의 성격을 띄는 갑옷을 두른 것처럼 느껴졌다. 외과의사라는 살인마는 여성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상처를 치유하고 당당히 사는 여성을 파괴하는 것을 즐긴다.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릴면에서는 적당하다는 느낌이었고, 적절하게 텀을 만들어서 지루할 틈을 만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메디컬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여성문제를 직접적으로 들어내서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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