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날까 ㅣ 이야기친구
최영희 지음, 곽수진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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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SF소설로 이만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걷는 나무, 초능력, 로봇, 다른 행성, 문어 도시, 메리플라워호를 위한 안내문까지. <우리 만날까>는 다양한 상상력의 조각들을 다정하게 엮어내며 한 장 한 장 신비롭고 독특한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낯선 설정들인데도 이상하게 계속 마음이 가는 이유가 있다.

평소 SF소설을 좋아해 자주 읽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분명 SF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소통’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놓여 있다. 나와는 다른 존재를 만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며,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는 경험. 이 과정이 이야기 전반에 따뜻하게 스며 있다.

아직 초능력이 발현되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인물도 등장하지만, 그 능력이 설령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나만 가진 특별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보듬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 웹툰 작가가 아이의 특별한 능력으로 ‘수도꼭지를 딱 한 방울씩 떨어지게 조절하는 재주’를 이야기하며, 누구나 한두 가지는 잘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모두에게는 크든 작든 분명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나 역시 소리를 잘 구분한다. 악기를 다룰 줄 몰라 실질적인 쓸모는 없을지라도, 오케스트라에서 악기 소리를 하나하나 구분해 듣는 일은 오롯이 나만의 즐거움이다. 그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능력일 것이다.

서로 다른 존재라 해도, 존중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닿으면 신뢰는 쌓인다. 믿고 아끼는 마음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전해진다. 꾸준히 직진한다고 믿었던 길이 멀리서 보면 휘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닿아 서로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그런 희망을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 따스한 SF소설을 통해 아이들이 더 넓은 상상의 세계로 걸어 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마다의 특별함을 소중히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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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행성의 비밀 - 닭으로 보는 오늘의 지구 ㅣ 발견의 첫걸음 13
남종영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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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아주 먼 미래, 외계인의 눈에 비친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이미 디지털 기록은 사라지고, 대신 수없이 발견되는 닭뼈들. 이 기묘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치킨 행성의 비밀》은 첫 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전에 보았던 과학 프로그램에서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닭뼈가 급격히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공장식 사육이 전 세계로 퍼지며 ‘닭공장’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때부터 왜 닭뼈가 이렇게 많아졌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흐름을 차근차근 알게 되었다.

닭은 언제부터 인간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닭은 처음부터 가축이 아니었다. 길고양이처럼 인간 곁을 오가며 먹을 것을 얻어 살았고, 키운다 해도 닭싸움 정도에 이용되었을 뿐이다. 알도 1년에 열 개 남짓 낳았고, 고기도 많지 않아 굳이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과거의 유적에서는 닭보다 꿩의 뼈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상황이 바뀐 것은 공장식 사육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내일의 닭’ 경연대회를 통해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이 생산되는 닭이 선택되었고, 닭은 육계와 산란계로 나뉘어 대량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닭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책은 ‘인류세’라는 개념도 함께 짚어준다. 1950년을 기점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며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시대다. 육류 소비는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한 공간과 사료 재배로 숲이 사라지고,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 결국 육류 소비를 줄이는 선택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친 품종 개량이다. 자연 상태의 닭이 성체가 되기까지 4개월이 걸리는 반면, 개량된 닭은 1~2개월 만에 자란다. 그 결과 뼈에는 구멍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커진 가슴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좁은 공간에서 급속 성장한 닭은 질병에 취약해 항생제에 의존하게 되고, 그 닭을 먹는 인간의 건강 역시 안전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창한 해답 대신, 책은 ‘방향 전환’을 이야기한다. 최소한 동물복지 환경에서 자란 동물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제안이다. 우리 집에서도 난각번호 2번 이상의 달걀을 고르고, 가능한 한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선택하려 애써왔다. 완벽하진 않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다.

과학자처럼 새로운 종을 만들거나 산업 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육류 소비를 조금 줄이고 치킨을 먹고 싶을 때 한 번쯤 멈춰 생각해볼 수는 있다. 《치킨 행성의 비밀》은 닭을 통해 인간의 소비, 환경, 산업화의 민낯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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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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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요즘 키워드인 ‘다정’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지만 ‘넌 다정하지 않아서 문제야’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 제목이라 손이 갔다. 그리고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진행한 작가님이라니 과연 그녀가 전하는 ‘다정’은 무엇일지 궁금해져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양가의 도움 없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쉰 적이 없는 워킹맘으로써의 삶은 고단했다. 매일매일이 전쟁이었고 성과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아이를 잠깐 두고 통화하러 뛰어가야하는 처절한 삶이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안좋아서 여러번 수술을 할 정도로 아팠던 시간들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고단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던 그녀가 전하는 다정함은 직접적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척 다정했다. 수없이 많은 굴곡진 삶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잘 견디며 켜켜이 쌓아올린 날들은 이제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그녀를 지켜주고 있었다.
나도 그녀처럼 어릴때 아팠고, <인생은 아름다워>영화를 보며 같은 지점에 같은 이유로 오열했다. 직장에서 살아 남으려 아등바등하던 모습에서 공감되고 자신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일들에서도 나를 몰아세우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어느 순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나와 내 가족에게 더 다정해지기 위해서 변화하려 노력했고,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와는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내가 더 좋다.
가벼이 읽으려고 손에 집어들었던 이 책은 나를 수 없이 공감하고 울게하고 웃게했다. 이제 내 나이도 어느정도 들어가면서 공감대가 더 형성된 것 같다.
그저 안부를 묻고, 문득 힘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가벼운 선의를 베풀고, 힘들때 용기 내서 해보는 농담 같은 것들은 누군가에게 ‘다정함’으로 다가와 상황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언제나처럼 먼저 인사를 하고 습관처럼 감사 인사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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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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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SF 단편선인 <다시, 몸으로>는 더이상 몸을
소유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미래의 인간은 고통과 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을 시스템으로 이주하고 몸을 벗어나 자유를 얻었지만 몸을 통해 얻는 감각이 사라져버리자 삶의 이유를 못찾고 단체로 스스로를 없애기도 한다.
영혼이 몸과 몸으로 이어져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도 있고 인간의 몸 안에 로봇을 이식해서 사는 이야기도 있다.
어쩌면 정말 미래에 우리가 만날지도 모르는 미래를 살짝 엿본 기분이 든다.
AI가 인간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한다며 점점 여러가지 일들들 AI에게 시키기도 하고 이제 단순한 일과 정교한 일들은 인간이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의료용 로봇이나 안내로봇, 서빙로봇은 이미 많이 익숙해진 우리 삶에서 언젠가는 AI가 판단하는 대로만 사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
결국 명상하며 감각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고 죽음과 삶이 이어지는 이 삶은 인간의 고유한 것인데 이런 것들이 힘들다고 어렵다고 하나씩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가장 최신 SF 과학 소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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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캠핑장 - 반달이 뜨면 열리는,제13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정주영 지음, 김현민 그림 / 비룡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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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반달이 뜨면 열리는 몬스터 캠핑장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이야기. 도서관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괴물 손님 사전》을 읽은 햇님은 아빠와 강아지 두두와 함께 몬스터 캠핑장으로 향한다. 입구에서 문지기 부엉이 휴유가 초대장을 요구하고, 책 뒷부분에서 발견한 초대장을 내밀자 뜻밖의 제안이 이어진다. 마침 비어 있던 캠핑장 주인의 자리를 하룻밤 동안 햇님이 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첫 손님부터 만만치 않다. 사고뭉치 몬스터 버럭이는 캠핑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불가루를 흩뜨리고, 순식간에 캠핑장은 혼란에 빠진다. 햇님과 아빠, 두두는 이 소동 속에서 캠핑장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이야기를 이끈다.

몬스터와 캠핑장의 조합도 흥미롭지만, 반달이 떠야만 문이 열린다는 설정이 특히 인상적이다. 보름달이나 완전히 어두운 밤이 아닌,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반달의 시간은 몬스터들의 신비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를 어둠과, 그 속에서도 느껴지는 묘한 따뜻함이 이야기 전체를 감싼다.

말썽쟁이 몬스터들의 모습에서는 자연스레 아이들이 떠올랐다. 사고를 치고 불편함을 주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 마치 ‘노키즈존’을 연상시키는 괴물 손님 사전이 마음에 걸린다. 아직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중일 뿐인데, 조금만 기다려 주면 달라질 수 있는 존재를 문제아로 낙인찍어 버리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천천히 들여다보면 분명 각자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있는데 말이다.

모두가 걱정하는 상황 속에서도 햇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캠핑장 주인의 역할을 해낸다. 어른들조차 쩔쩔매는 순간을 차분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에서, 편견 없이 상대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얼마나 단단한지 느껴진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몬스터 캠핑장을 찾게 될 다양한 손님들과 햇님 가족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리고 늘 비밀스러워 보이는 부엉이 휴유에게도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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