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문
잉빌 H. 리스회이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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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문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삽화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 읽는 내내 마음이 시릴 만큼 아팠고, 이야기 전반에 스며든 슬픔이 오래 남는다. 곳곳에 등장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결말을 짐작하게 하며, 그 예감은 점점 무거운 감정으로 이어진다.

로냐와 멜리사 자매는 그저 아빠가 술을 끊고 다시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예전처럼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간절한 바람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크리스마스트리를 갖고 싶었던 아이들은 커미션을 받기 위해 판매에 매달리고, 가난하고 어린 자신들의 처지를 드러내며 실적을 올린다. 들키면 쫓겨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필요로 여겨지는 기쁨을 처음 느낀 아이들은 멈출 수 없다.

학교 행사에 오지 않은 아빠 대신 이웃집 할아버지가 자리를 채워주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을 비웃는 친구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소외된 이웃의 단면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따뜻함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정작 가장 필요했던 부모의 역할은 부재한다. 술에 취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채 아이들 곁에 무너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차라리 아동보호기관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곳에서도 아빠를 그리워하며 다시 돌아가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마주하니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아무리 상처를 주는 존재일지라도, 그럼에도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도 연약하고 흔들리는 불빛처럼 느껴져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비슷한 하루를 견디고 있을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이 외로움 속에서 사라지듯 별이 되어버리지 않기를,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닿기를 조용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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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슈크림빵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34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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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슈크림빵 이후로 쭉 애정하는 빵 시리즈! 슈크림빵은 여전히 속을 찾아 헤매면서 여러 물건과 재료를 가득 담아 만물버스를 차린다. 그곳에 찾아오는 여러 빵들은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얻으러 오는데 모두가 고민해봤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매끈한 피부가 얻고 싶고, 재미가 있기를 바라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수줍어하는 마음이 큰 빵들은 내면에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슈크림빵과 함께 발견하게 된다. 겉모습이, 꼭 정해진 무언가가 있어야만, 드러내놓은 모습이 당당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모습이 있고 그 있는 그대로의 내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그 마음가짐을 잘 품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든지 말이다.
여전히 따스한 그림체와 말로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 용기를 낼 힘을 주는 김지안작가의 슈크림빵 시리즈가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곁에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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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산 수색대 - 제12회 스토리킹 수상작 ㅣ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김두경 지음, 아인 그림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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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옷 위에 그래픽 옷을 적용해 외형을 바꾸는 세상. 그런 세계에 사는 홍지담은 학교도 온라인으로만 참여하는,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은둔형 외톨이다. 그러다 우연히 ‘옷산 수색대’라는 게임을 접하게 되고, 그 안에서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신 옷을 발견하면서 페누리아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예상보다 훨씬 낯설고, 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세계적인 갑부 칼디 라바의 존재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여전히 고통받는 빈민국 사람들과,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해 부를 쌓는다. 어린 나이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은 학교 대신 노동 현장에 서 있고, 그렇게 버텨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본적인 약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 우리는 잘 포장된 마케팅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 이면에 있는 현실을 잊은 채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스트패션의 문제 역시 이야기 속에서 무겁게 다가온다. 매년 입지도 않는 수많은 옷들이 만들어지고, 버려진 옷들은 산처럼 쌓인다.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과, 오염된 채 방치되는 환경까지. 옷 한 벌을 사는 일이 결국 지구에 부담을 더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면서도 외면해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불편한 현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단순한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외면해왔던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은 아이가 “정말 옷산이 있느냐”고 물었고, 실제로 존재한다고 알려주자 “이제 옷을 아껴 입어야겠다”고 말하던 순간이 오래 남는다. 이야기 속 장면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도 크게 다가온 듯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소비가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 돌아보게 하고, 아이들 스스로 아끼고 조절하는 태도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책 한 권이 전하는 메시지로, 생활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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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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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가장 불완전한 수, 9. 흔히 ‘아홉수’라 부르며 괜히 불안을 덧씌우곤 한다. 그중에서도 열아홉은 유난히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나이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서, 마치 외줄 위에 선 듯 쉽게 흔들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시기. 모파는 바로 그 열아홉의 태풍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이 바뀐 먼 미래의 지구다. 인류는 해발 4,000미터 이상의 고산에서 살아가는 고산종과, 바닷속 돔 도시에서 살아가는 심해종으로 나뉜다. 모파는 심해종으로, 태어날 때부터 진화약의 영향을 받아 아가미와 지느러미, 비늘을 지니고 태어났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 덕분에 심해수영 선수로 성장한 모파 역시,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여전히 불안과 고민을 안고 있다.

고산종에서 온 교환학생 수림은 모파의 버디가 되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깨닫게 된다. 모습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결국 고민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간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흔들리지만, 그 속에서 서로 기대며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한 가지를 꾸준히 이어왔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모파와,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해 방황하는 수림.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열아홉이라는 나이는 그렇게 우리를 선택의 기로로 내몬다.

하지만 살아보니, 꼭 열아홉에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선택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시작의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열아홉이든, 스물아홉이든, 서른아홉이든 늦은 때란 없다. 결국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불안과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뭐든지 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에게 처음은 어렵고, 끝맺음은 더 어렵다. 조금 더 나를 믿고, 나에게 여유를 허락한다면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번의 선택에 모든 인생을 실어 무겁게 짊어질 필요도 없다.

불분명한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꾸준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그 자체로도 충분히 괜찮은 과정이라고 말해주듯이.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몰라 불안한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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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 2025 뉴베리 대상 수상작 ㅣ 큰곰자리 고학년 5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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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첫 순간, 가장 중요한 순간, 모든 것이 의미를 갖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를 읽으며 시간여행이나 미래에서 온 존재보다 더 깊이 와닿은 것은, 결국 지금의 선택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이클의 엄마는 “오늘은 어땠냐”는 질문에 늘 “매순간 숨을 쉬었지”라고 답한다. 살아 숨 쉬는 하루 자체가 이미 충분히 좋은 날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웃인 모슬리 아저씨와 함께 햄샌드위치를 먹으며 인사를 나누고, 모슬리 아저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하루하루 모은 돈을 전해주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진심이 담긴 순간들이 모여 하루를, 그리고 인생을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다.

한편, 1999년의 Y2K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에서 왔다는 존재를 만나는 일은 어쩌면 미래를 엿볼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래인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현재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며, 그 시절을 온전히 경험하는 데 집중한다. 이 모습은 미래를 아는 것보다 지금을 충분히 살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마이클은 10대다운 감정 속에서 질투하고 흔들리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곁에는 언제나 그를 지지해주는 어른들이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 곁을 지키는 엄마, 따뜻하게 대해주는 이웃, 곁을 살펴주는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마이클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일 것이다.

이 책은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쌓여 내일이 된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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