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할미 - 짧게 읽고 오래 남는 모두의 명화수업
할미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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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할미아트>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할미 콘텐츠가 책으로 나와 무척 기대했다. 미술작품을 좋아해 관련 책을 소장하고, 가능하면 도록도 찾아보는 편인데 할미가 전하는 미술 이야기는 확실히 달랐다.

작품을 그린 작가의 배경이나 당시의 상황을 알고 나서 그림을 만나면, 같은 작품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물론 할미가 서두에서 말했듯이 작품 자체만으로 감동을 받아도 좋고, 복잡한 설명 없이 느끼는 감상도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어렵지 않게 풀어낸 할미의 이야기는 작품을 한층 더 가까이 느끼게 해주었다. 덕분에 미술이 부담이 아닌, 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단숨에 읽히는 예술책이 흔치 않은데, 이 책은 두고두고 소장하며 편하게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침 이번 겨울, 인상주의를 주제로 한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리고 있어 모두 관람할 예정인데, 책을 읽으며 인상주의 부분에서는 전시를 미리 만나보는 기분이 들어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세종문화회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전시를 앞두고 있다면 <미술관에 간 할미>를 먼저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과 함께한 시간 동안 미술사는 한 번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듣기 편한 말투와 유쾌한 이야기가 이어져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미술사에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미술을 더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할미아트>를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책으로 이어가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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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9 - 암사자 말라이카 창비아동문고 350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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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은 다른 이야기들보다 유독 여운이 길게 남았다. 암사자 말라이카의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머문 이유는, 어쩌면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성미에 못 이겨 쉽게 말을 내뱉고, 곧바로 후회하고, 사과하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해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조금은 덜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생각보다 입이 빠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왜 굳이 사과할 일을 만들어 스스로를 곤란하게 했는지 곱씹으며 나를 원망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애쓰는 모습까지, 말라이카는 자꾸만 나와 겹쳐 보였다.

이야기는 에우페가 낯선 수사자들을 숨겨 돌보면서 시작된다. 무리를 이룬 사자의 영역에는 다른 수사자가 들어올 수 없다는 규칙을 어긴 선택이었다. 그 일로 와니니는 큰 충격을 받고, 에우페는 결국 무리에서 배척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바로잡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용기를 내어 방법을 찾고, 다시 시도해야만 한다.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해보지 않으면 변화 역시 없다. 에우페도 말라이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썼고, 그 마음은 결국 좋은 방향의 결과로 이어졌다.

어느덧 할머니가 된 와니니와 말라이카는 무리에서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사자가 되었다. 쉽게 움직이지 않고, 충분히 생각한 뒤 상황에 맞게 행동한다. 말을 아끼고, 언제나 무리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도망쳐야 할 때 도망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맞서 싸울 것이다. 온 힘을 다해 싸우며 와니니 무리를 기다릴 것이다.”

가장 말라이카다운 말이었다. 마지막까지 말라이카는 말라이카로 남았다. 도망쳐야 할 때를 알고 도망치는 용기도, 물러설 수 없을 때 끝까지 맞서는 용기도 모두 쉽지 않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나는 그 선택들을 응원하고, 네가 네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권을 기다려 달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와니니 시리즈는 이제 긴 여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오래도록 곁에서 지혜를 나누어줄 것만 같았는데, 마지막이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진다. 가장 와니니다운 이야기로 마무리될 다음 편을, 조심스레 그리고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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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눈사람 펑펑 4 팥빙수 눈사람 펑펑 4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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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다정한 마음으로 첫눈처럼 반갑고 포근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나은 작가님의 말처럼, 언제나 반갑고 다정한 『팥빙수 눈사람 펑펑』의 새 이야기가 돌아왔다.

3권 말미에서 눈꽃 축제 티켓을 받게 된 눈사람 펑펑과 스피노는 설레는 마음으로 눈꽃 축제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책 제목을 알려주는 안경, 썰매 대회 우승자를 알려주는 안경, 보물이 숨겨진 곳을 알려주는 안경을 만들게 되는데, 각 이야기는 오래된 추억의 소중함과 공정한 결과, 정정당당하게 참여했을 때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전해준다.

언제나 그렇듯 펑펑과 스피노는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다정한 눈길과 마음으로 안경을 만든다. 안경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싶었던 것을 마주하며,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에 이른다. 강요하지 않고, 아프게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이 시리즈만의 큰 매력이다.

요즘처럼 ‘다정함’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이 쏟아지는 때도 드물 텐데, 『팥빙수 눈사람 펑펑』 시리즈는 그 다정함의 총량을 가득 담아낸 대표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사계절 내내 아이가 애지중지하며 읽고 또 읽는 이 책은, 그만의 다정함을 아이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채워준다.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이 부정한 선택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 잘못을 깨닫고 이해해 가는 과정 역시 과하지 않게, 아프지 않게 다가온다. 마치 아이들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아, 이 시리즈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놓인다.

특히 이번 권에서는 3권에서 사인을 연습하던 스피노의 사인이 실제로 쓰이는 순간이 등장해 더욱 반가웠다. (스피노는 정말 좋겠다!) 여기에 보람 작가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이 더해져, 『팥빙수 눈사람 펑펑』만의 매력은 더욱 또렷해진다.

앞으로도 이 다정한 이야기들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아이들의 마음 곁에서 늘 포근한 존재로 남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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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속으로 세계 문학 단편선
샬럿 퍼킨스 길먼 외 지음, 정회성 외 옮김 / 다정한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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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손이 간 것은 우연이 아니였다. <여름 언덕에서>를 읽고 아마 마음이 이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가을 관련 단편 모음집인 <가을빛 속으로>는 대표적인 ‘추수 감사절’과 가을의 풍요로움과 쓸쓸함을 가득 담은 글들이었다.
여러 글 들 중에서 특히 ‘세번의 추수감사절’과 ‘세 번의 입맞춤’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두 자녀들이 서로 우리집에서 머물라며 엄마인 모리슨 부인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집에 엄마가 머물 공간도 마련했다면서, 그 넓은 집은 팔고 함께 지내자는 내용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 집에서 살았던 모리슨 부인은 자녀들의 집에 머물러보면서 자신의 집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결국 그 집을 지킬 방법을 찾는다.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살 수도 있지만 모리슨부인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을 찾고, 그 강점을 살려서 스스로 살 방도를 찾는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지혜롭게 방법을 찾으면서 자신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모리슨부인의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나도 나이들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나를 잘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세 번의 입맞춤‘은 천방지축인 꼬마아가씨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오빠에게 입맞춤을 한다는 것이 오빠의 친구에게 실수로 입맞춤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우연한 실수가 두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천방지축인 아가씨는 점점 얌전한 숙녀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어떤 순간적인 계기가 생기면 사람이 완전히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와닿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처럼 아름답기를, 미래가 풍요롭기를 간절히 바랐다.
모든 이야기에는 가을이 담겨져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있다가 사라져 버리는 가을의 순간들이 담겨있는 가을 모음 단편집은 읽는 내내 내 마음을 가을로 물들였다. 가을이 그리워지는 모든이에게 이 가을 단편집을 꼭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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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주가 들린다면 창비청소년문학 139
최양선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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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신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그 우주는 깊고 넓어서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어떤 우주는 스스로를 삼키기도 하고, 또 어떤 우주는 한 사람을 환하게 빛나게 한다. 그 우주를 어떻게 다룰지는 결국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

언제나 혼자 있는 ‘수온’은 마음을 나눈 이들의 ‘픽싱’을 볼 수 있다. 아기 고양이, 호랑이, 돌멩이, 새, 반투명 젤리까지 픽싱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이 능력이 두려운 수온은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며 혼자를 선택하지만, 수행평가를 함께 하게 된 ‘도경’을 만나면서 조금씩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 뒤에 적힌 문장 때문이었다.
‘네가 궁금해졌어. 너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누군가가 궁금해진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고 싶어졌다는 뜻이다. 그 관심은 서로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같은 마음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나는 그 ‘마음의 쓰임’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어떤 이는 우리를 ‘우주 먼지처럼 작은 존재’라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우주처럼 넓고 깊은 존재’라 말한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아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고, 상대에게 전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삶은 지금보다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된다. 물 흐르듯 스쳐 가는 인연도 있고, 가늘지만 오래 이어지는 인연도 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반가운 사이가 있는가 하면, 매일 마주해도 어색한 관계도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사회 속에서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면, 나의 우주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삶이 버겁고 지칠 때, 단 한 사람이 내미는 손이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손을 내미는 사람이 내가 될 수도,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최소한, 누군가의 손을 매몰차게 밀어내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조금은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물론 나의 우주를 지킬 수 있는 선에서.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이의 우주도 지켜줄 수 없으니까. 무엇보다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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