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 개정판 창비시선 1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알게 된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를 보고 책을 빌렸다. 1986년에 출간된 이 시집은 그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인생이 뭍어나는 시집이었다. 전쟁과 많은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작가가 내보이는 시는 슬프고 아팠다. 그리고 그 슬픔을 덤덤히 제대로 바라보았다. 시집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고 서글펐다.
‘슬픔 많은 이 세상도’라는 시는 읽다가 왈칵 눈물이 나왔다. 왠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되었다.
‘맹인 부부 가수’는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이 돋보였는데 이렇게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시들이 제법 있어서 작가의 단단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 시집을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읽을 수 있었던 건 참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시집의 내용에 더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겨울에 이 시집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NS에 우리는 언제나 A컷을 올린다. 가장 잘 나온 사진과 영상을 골라 오늘의 나를 멋지게 꾸며낸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각들이 정말 우리의 온전한 일상일까?
유튜브 속 ‘완벽한 아이’ 서빈이와, 그 영상을 편집하는 선우. 서빈이와 함께하는 아람, 태하, 정후까지 아이들의 영상은 더 재미있게, 더 주목받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편집된다. 특히 정후는 화면 속에서 묻히고 사라질 때가 많다. 단지 ‘재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SNS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편집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알기에, B컷이라는 제목이 주는 무게가 계속해서 마음을 눌렀다.

선우의 아빠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부고발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대기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여러 일을 전전하다 활주로에서 일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세상이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것도 못 버텼다’고 손가락질해도, 나는 안다. 부조리를 드러내고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지.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너를 위한 B컷>은 우리가 모른 척하고 지나쳐왔던 이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반드시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어야 하고, 우리는 때로 그 손을 잡는 사람일 수도, 때로는 직접 내미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한다.

최근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보여주며, 무엇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떤 세계에 놓여 있는지말이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우리 앞에 천천히, 그러나 선명하게 내놓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동안 이런류의 에세이를 읽지 않았다. 왠지 억지 같았고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다는데 나에게 그 책들의 이야기는 닿지 않고 튕겨 나갔다. 무언가 나와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항상 목차부터 보는데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제 1장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요즘 너무나 공감하는 부분으로, 내가 열심히 운동을 다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체력적으로 온전하지 못하면 그 영향이 생활로 갔다. 아이에게 갔다. 별거 없던 삶이 버거워지고 하루하루 보내는게 힘들어졌다. 정말 별거 아닌 이유로, 단지 내가 체력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로 내게 가벼운 위안을 준다. 그런 위안들이 켜켜이 쌓여서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기운을 내라고, 잘 먹고 잘 자고 꼭 똑똑할 필요도 없으며 보여주기식 행복도 그만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제목 자체가 많이 와 닿았다.
나는 내가 만든 쳇바퀴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별거 아닌 일상 같아도 나는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한다. 그리고 그 일상이 지켜지면 행복하다. 어른의 행복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상을 무리없이 잘 살아 내는것. 혹은 무리가 있더라도 또 어때, 그냘은 그런거지 하고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 바로 어른이 아닐까.
하루하루를 사진으로든 글로든 기록하고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때로는 충분히 쉬어주는것. 그것만으로도 어른은 충분히 행복한 것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소소하게 노력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백 년째 열다섯 4 - 구슬의 미래 텍스트T 14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눈 오던 날, 도서관 예약도서의 입고 소식에 바로 달려갔던 나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그대로 완독했다.

나는 이 책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을 좋아한다. 가을, 가을의 엄마와 할머니, 신우, 휴, 령, 유정, 선, 수수, 진, 현까지 모두의 이야기가 대부분 이해되었고 공감이 가서 읽는 내내 마음이 많이 간 소설이다. 최근에 드라마 말고 이렇게 푹 빠져서 읽은 책이 없었는데 이런 책을 세상에 내어주신 김혜정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가을 곁에는 늘 좋은 이들이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며, 가을이 휘청일 때 단단히 버텨주는 사람들. “야호는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말처럼, 그들의 관계는 따뜻하고 견고하다.

4권에서는 정체를 숨기며 살아오던 야호랑이 결국 세상에 정체를 드러내려는 장면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미래를 본 가을은 그 계획을 막기 위해 애쓰지만, 모두가 그저 가을이 불안해서 그러는 것으로 넘겨버린다. 그 과정에서도 신우는 언제나 가을의 편에 서서 믿어준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끝까지 믿음이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하고 눈부신 일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가을은 야호랑의 원호답게, 그리고 가을답게 행동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뭉클함이 오래 남았다. 마치 이 세계가 책 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을 것만 같았다.

책을 덮고 난 지금도, 가을과 신우, 엄마와 아빠, 할머니, 유정, 휴, 진, 수수까지 모두가 행복한 얼굴로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마지막을 보내는 게 너무 아쉬워 한참을 마지막 페이지에 머물렀다.

이 이야기를 떠나보내려니 아쉽지만, 그만큼 오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와 둘이 살지만 서로 말하지 않는 사이. 은유는 어느 날 아빠와 느린우체통에 편지를 써서 넣게 되고 1982년의 은유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그렇게 2016년의 송은유와 1982년의 조은유는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알아간다. 15년간 혼자 살던 아빠가 재혼을 결심하고 그런 아빠가 싫었던 송은유는 마음속 이야기를 편지에 늘어놓는다. 2016년을 사는 조은유의 시간은 그대로 가는데 편지를 주고 받으며 1982년이었던 조은유의 시간은 몇달 몇년씩 흐른다. 아빠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 2002년에 로또 당첨번호를 준다는 송은유의 이야기에 과거에 사는 조은유는 열심히 송현철을 찾는다. 처음에는 서로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있다는걸 믿지 못하다가 이어진 사실을 안 뒤로는 서로 정보를 주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둘은 더 가까워진다.
읽다보니 어느정도 감은 왔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엔 오열하며 책을 덮어야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려 노력한 조은유도 차마 딸을 마주하기 어려웠던 송현철도 혼자 커야했던 송은유도 모두 이해가 되었기에 더 슬픔이 밀려온 것 같다. 모두 따스하게 평범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이제라도 송은유와 송현철이 가까워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말을 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가까이 가기 어렵다. 말을 해야 아는거다. 그러니 꼭 마음에만 두지 말고 내 진심을 꺼내어 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