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 (본책 + 워크북) - 과학,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라이프 핵심 배경지식 131
이다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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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키즈 신문>을 발행하는 똑똑지미쌤이 만든, 신문보다 재미있고 학습만화보다 더 흥미로운 비문학 책이 나왔다. 바로 《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이다.

비문학은 재미가 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쉽게 멀어지기 쉬운데, 이 책은 펼치자마자 술술 읽힐 만큼 흡입력이 있다. 과학·사회·경제·문화·환경·라이프까지, 꼭 알아야 할 핵심 배경지식 131가지를 각 주제에 딱 맞는 최신 이슈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QR코드 자료까지 함께 제공되어,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각 이슈마다 핵심 키워드를 먼저 제시하고, 읽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워크북을 함께 구성했다는 것이다. 읽고 끝나는 비문학이 아니라,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며 기억에 남게 만든다. 보통 비문학 교재는 내용과 문제집이 분리되어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기 쉬운데, 이 책은 본책과 워크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완성도가 높다. 한 장 읽고 한 장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기에 방학 동안 활용하기에도 더없이 좋다.

경제나 라이프 영역은 아이들에게 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책은 패스트푸드, 여행, 반려동물, K-문화처럼 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다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비문학에 대한 거리감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초등 3학년부터 사회 과목이 시작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용어와 배경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끼는데, 방학 동안 《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읽고 워크북까지 함께한다면 새 학기를 훨씬 든든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문학이 ‘공부’가 아니라 ‘읽히는 경험’이 되게 해주는 책.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아이의 비문학 교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잡고 싶은 방학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믿고 선택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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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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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여 편의 에세이 중에서 추리고 추려 모은 35편을 담은 에세이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이전에 읽었던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보다 유독 더 깊이 와닿았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전해지는 말들이 오히려 더 큰 진심으로 다가와 마음을 울린다. 거지를 바라보는 마음, 지하철에서의 오해, 택배기사가 잘못 배달한 뒤의 뒷이야기, 어이없게 겪었던 일들까지 우리도 일상에서 흔히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 박완서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풀려 나온다. 그 솔직함은 우리의 내면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스스로의 이중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소를 짓게 만든다. 나 역시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편이라 더욱 공감이 되었다.

‘이멜다의 구두’ 편을 읽으며, 비록 내 물건이 이멜다의 3,000켤레 구두만큼 많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버리지 못한 물건들에 질려 50L 쓰레기봉투를 꽉 채워 비워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집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우면 한결 가벼워질 거라 여겼지만, 결국 또다시 나도 모르게 채워 넣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은 참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언젠가 또 한 번, 이참에 한가득 비워보리라 마음먹어본다.

마지막으로 남편을 ‘남자로서’ 사랑하고 싶다는 작가의 고백은 특히 오래 남았다. 엄마, 아빠, 생활비를 버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내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싶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나 역시 그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문득 여러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말의 토씨 하나만 바꿔도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은 작은 말 한마디라도 더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말의 무게는 더 무거워진다. 입을 가볍게 열기보다, 조금 더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남기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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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 - 개정판 창비시선 1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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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를 보고 책을 빌렸다. 1986년에 출간된 이 시집은 그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인생이 뭍어나는 시집이었다. 전쟁과 많은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작가가 내보이는 시는 슬프고 아팠다. 그리고 그 슬픔을 덤덤히 제대로 바라보았다. 시집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고 서글펐다.
‘슬픔 많은 이 세상도’라는 시는 읽다가 왈칵 눈물이 나왔다. 왠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되었다.
‘맹인 부부 가수’는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이 돋보였는데 이렇게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시들이 제법 있어서 작가의 단단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 시집을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읽을 수 있었던 건 참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시집의 내용에 더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다. 겨울에 이 시집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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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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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우리는 언제나 A컷을 올린다. 가장 잘 나온 사진과 영상을 골라 오늘의 나를 멋지게 꾸며낸다. 하지만 그 화려한 조각들이 정말 우리의 온전한 일상일까?
유튜브 속 ‘완벽한 아이’ 서빈이와, 그 영상을 편집하는 선우. 서빈이와 함께하는 아람, 태하, 정후까지 아이들의 영상은 더 재미있게, 더 주목받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편집된다. 특히 정후는 화면 속에서 묻히고 사라질 때가 많다. 단지 ‘재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SNS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편집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알기에, B컷이라는 제목이 주는 무게가 계속해서 마음을 눌렀다.

선우의 아빠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내부고발로 인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대기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여러 일을 전전하다 활주로에서 일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세상이 쉽게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것도 못 버텼다’고 손가락질해도, 나는 안다. 부조리를 드러내고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지.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너를 위한 B컷>은 우리가 모른 척하고 지나쳐왔던 이면,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누군가는 반드시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어야 하고, 우리는 때로 그 손을 잡는 사람일 수도, 때로는 직접 내미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한다.

최근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무엇을 보여주며, 무엇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린 아이들은 어떤 세계에 놓여 있는지말이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우리 앞에 천천히, 그러나 선명하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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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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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런류의 에세이를 읽지 않았다. 왠지 억지 같았고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다는데 나에게 그 책들의 이야기는 닿지 않고 튕겨 나갔다. 무언가 나와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항상 목차부터 보는데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제 1장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요즘 너무나 공감하는 부분으로, 내가 열심히 운동을 다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가 체력적으로 온전하지 못하면 그 영향이 생활로 갔다. 아이에게 갔다. 별거 없던 삶이 버거워지고 하루하루 보내는게 힘들어졌다. 정말 별거 아닌 이유로, 단지 내가 체력이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로 내게 가벼운 위안을 준다. 그런 위안들이 켜켜이 쌓여서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기운을 내라고, 잘 먹고 잘 자고 꼭 똑똑할 필요도 없으며 보여주기식 행복도 그만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제목 자체가 많이 와 닿았다.
나는 내가 만든 쳇바퀴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별거 아닌 일상 같아도 나는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한다. 그리고 그 일상이 지켜지면 행복하다. 어른의 행복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상을 무리없이 잘 살아 내는것. 혹은 무리가 있더라도 또 어때, 그냘은 그런거지 하고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 바로 어른이 아닐까.
하루하루를 사진으로든 글로든 기록하고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때로는 충분히 쉬어주는것. 그것만으로도 어른은 충분히 행복한 것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나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소소하게 노력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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