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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평점 :
장 자크 루소, 미셸 푸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프란츠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조졔프 푸셰, 세르게이 네차예프, 아돌프 히틀러... '광기와 천재'에 등장하는 8명의 인물은 모두 좋거나 나쁜 방향으로 인류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다. 다만 이들이 모두 광인이거나 천재냐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긍정적인 대답은 못할 것 같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주제는 '천재'나 '광기'와는 아무런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이 8명의 인물들은 왜 하나의 책에 묶이게 된걸까.
책을 읽으며 내가 찾은 것은 이들 모두 실존에 있어 극한의 상황에 놓여봤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들이 내린 선택이 우리가 아는 그들을 만들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며 자신에 대한 비판과 싸우거나, 그 당시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성적 지향을 지녔거나, 억압적이거나 무관심한 아버지 밑에서 정상적인 부자 관계를 가지지 못했거나, 하루 아침에 생목숨이 날아가는 혁명 정국 한복판에 놓여있거나... 자기 내부의 문제건, 외부의 문제건 그들은 모두 실존의 위기에 놓여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거나, 정치에 나서거나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행동했다. 그 결과는 그들의 생애뿐만 아니라 역사의 발자취가 되었다.
실존의 위기라고 하니 거창하지만 평범한 사람들도 자기 삶의 목적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종종 생각할 것이다. 사실 나는 꽤 자주 내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살아있으니까 살아야지, 어쩌겠어' 하는 생각으로 찝찝하게 털어내고 그저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8명은 이 질문에 천착해서 치열하게 사유하고 행동한 끝에 각자의 답을 얻었다. 이런 점이 내게는 없지만 이들에겐 있는 광기이자 천재성이 아닐까.
어릴 때는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위인이 되고 싶었고, 또 그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내게 명성을 준다고 해도 받고 싶지 않은 소시민으로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 광기와 천재성을 불러 일으키는 질문이 내게는 그저 푸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그래도 푸코가 마지막에 주장한 개인적 주체처럼,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치국평천하는 바라지도 않지만!) 물론 내 삶에서 주체로 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이 과정에서 좌충우돌 하겠지만 뭐 어떤가, 푸코의 말대로 "사람의 인생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무작위로 튄 물감들이 만들어 낸 잭슨 폴록의 작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이의 인생이 각각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없을까? 왜 램프나 주택과 같은 것들은 예술의 대상이 되는데 사람의 인생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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