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유수영반으로 옮기고서 꽤나 시간이 홀렸다. 요즘도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그럭저력 폼은 난다. 어떤 물에 빠져도 죽진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생사를운에 맡기진 않을 것이다. 혹여 내가 자유수영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다가와 "수영을 배우면 뭐가 좋아요? 하고 묻는다면 이제는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을 듯싶다.
수영은 감정에 빠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사람은 누구나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질 수 있고, 언제든 천재지변에 휘말려 떠내려갈 수 있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수영을해도 거센 파도에 휩쓸려 익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높이의 거센 파도가 찾아오기를 기대하고 설레어하는 서퍼의 마음까진 아니더라도, 감정에 깊게 빠지는 상황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수영은 그 자신감을 배우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은 정신력 - 행복을 도둑맞은 시대, 마음의 면역력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애도와 우울증이 동일한 증상을 가진다는 사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는 우울과 불안의 정서가 애도의 일종이라면?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한 애도, 혹은 잃었지만 우리가 여전히 필요로 하는 그런 인연에 대한 애도의 한 형태라면? - P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될 일만 남았어 - 자라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하루하루 감정 회복 일기
이모르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일기 쓰는 걸 정말 좋아하던 나는 친구들이 일기장 1권 쓸 때 2~3장을 쓰곤 했다. 방학 때 미뤄둔 일기를 몰아서 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재밌는 걸 왜 안 해?
가끔 그 때 쓴 일기를 보면 참 작은 일도 특별하게 여기고, 기뻐하고 슬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째 나이가 들고 나니 일기에 쓸 내용이 없다. 직장인이 된 이후 가끔 쓴 일기는 보통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 있어 사실 다시 보기도 싫고, 그저 일회적인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딱히 기쁜 일도 없고, 굳이 불쾌한 감정을 기록하고 싶지가 않아서 일기를 안 쓴지 오래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그것도 그림일기가. 내 하루를, 내 마음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떨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깊은 내면 속의 자아를 만나 교감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우울함에 빠졌을 때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나,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고 자신이 얻은 깨달음, 삶에 대한 관점을 담담하기 풀어낸다. 아기자기한 그림이지만 꾹꾹 눌러 그린 선만큼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 그림일기를 보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수영에 대해 쓴 글이 깊이 와닿았다. 저자는 진짜 수영이 아니라 감정, 특히 우울의 바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비유적으로 수영을 말한 것이지만 내게는 실제 수영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물 속에 들어가면 물의 무게만큼 삶의 무기가 덜어지는 느낌, 나를 감싸안은 물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 저자의 말처럼 나도 '삶을 헤엄치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 있다.
책 제목처럼 잘될 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살면서 잘 되기만 할 수 있나. 가끔은 지쳐서 멈추기도 하고, 우울함에 고여 있기도 하고, 그러다 너무 힘들면 잠시 가던 길을 이탈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내가 겪은 그 모든 일들이 내게 '잘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거친 붓자국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듯, 저자의 말처럼 잘하지 못해도 나아가다 보면 힘들고 고된 일들도 결국은 나를 자라나게 하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잘될 일만 남고, 잘된 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원하는 곳에 나를 데려가라 - 네빌 고다드, 부와 성공의 자기선언
네빌 고다드 지음, 김은영 옮김 / 터닝페이지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지금 갈 수 없으니 열망하는 것 아닌가?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첫 장에 해답이 있었다. '상상이 현실을 창조한다'. 응? 갑자기 상상? 호기심이 생겨서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당신은 원하는 대로 된다'에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꾸는 상상력의 힘에 대해 설파한다. 단순한 소망을 품는 것에 그치지 말고 어떠한 목표를 달성한 나의 모습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라는 것이다. 사례들을 보면 사람들이 거의 최면에 걸린 게 아닐까 싶은 수준으로 생생하게 상상을 하는데 그 정도로 간절하고 절박한 목표를 설정해야만 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부 '의식과 잠재의식을 알라'는 1부에 이어 잠재의식의 영역에서 상상력을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잠과 기도를 통해 잠재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고, 자기 전이나 기도할 때 자아에 대한 믿음, 확고한 소망을 가져야 잠재의식에 새겨진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잠재의식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다.

3부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어라'는 성경을 인용, 해석하면서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에 반영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1부가 어떻게 상상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3부는 상상이 현실화되는 원리를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성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저자의 설명이나 해석이 어렵지는 않았다.

자기확신(self-assurance)에 대해 많이 듣기는 했지만 그게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지금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라고 쓰지만 사실 직장)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내가 인생에서 진심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자기확신의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도 없이 상상을 할 수는 없으니...

다만, 저자는 상상만으로도 현실이 바뀔 수 있다고 하는데 상상과 현실의 갭을 메우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또한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벌거벗은 정신력 - 행복을 도둑맞은 시대, 마음의 면역력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작가가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가 사회적 원인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면, '벌거벗은 정신력'에서는 우울과 불안의 심리적, 사회적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해 다룬다.
같은 작가다보니 논지를 펼치는 방식이 비슷한데, 원인을 쭉 제시한 뒤 그에 대응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다양한 사례나 연구결과를 제시하는데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베를린 코티 구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는 공동체나 명상과 환각에 대한 연구 등등...
저자는 우울과 불안의 원인으로 1. 노동의 무의미, 2. 타인의 무관심과 외로움, 3. 물질적 가치에 대한 과도한 경쟁, 4. 고통에 대한 회피, 5. 불평등한 사회, 6. 자연으로부터의 괴리, 7.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7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작년에 회사에서 너무 우울감을 느껴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다행히 주변의 좋은 동료들의 도움과 환경의 변화로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전문적인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이 비추어볼 때도 단순히 우울과 불안을 생리적 원인에서 찾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우울과 불안에 취약한 환경에서 심리적 균열이 생기고, 이게 생리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타고나길 심리적, 생리적으로 약한 사람도 있겠지만 단순히 모든 우울과 불안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지 않을까?
다만,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당장 사회적으로 실현하기에는 어려운 내용들이다. 공동체의 회복이라거나 일에 대한 주도권을 찾는다거나 모두 읽으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어느 하나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마지막에 기본소득 내용은 급진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와닿는 해결책이 있으면 개인 단위에서 노력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우울과 불안이 우리의 삶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이때 항우울제를 먹는 것은 그 신호를 끄는 것에 불과하다. 그 신호가 켜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서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