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일만 남았어 - 자라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하루하루 감정 회복 일기
이모르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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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일기 쓰는 걸 정말 좋아하던 나는 친구들이 일기장 1권 쓸 때 2~3장을 쓰곤 했다. 방학 때 미뤄둔 일기를 몰아서 쓴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 재밌는 걸 왜 안 해?
가끔 그 때 쓴 일기를 보면 참 작은 일도 특별하게 여기고, 기뻐하고 슬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째 나이가 들고 나니 일기에 쓸 내용이 없다. 직장인이 된 이후 가끔 쓴 일기는 보통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 있어 사실 다시 보기도 싫고, 그저 일회적인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매일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딱히 기쁜 일도 없고, 굳이 불쾌한 감정을 기록하고 싶지가 않아서 일기를 안 쓴지 오래됐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그것도 그림일기가. 내 하루를, 내 마음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떨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깊은 내면 속의 자아를 만나 교감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우울함에 빠졌을 때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나, 저자는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고 자신이 얻은 깨달음, 삶에 대한 관점을 담담하기 풀어낸다. 아기자기한 그림이지만 꾹꾹 눌러 그린 선만큼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 그림일기를 보는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수영에 대해 쓴 글이 깊이 와닿았다. 저자는 진짜 수영이 아니라 감정, 특히 우울의 바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비유적으로 수영을 말한 것이지만 내게는 실제 수영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물 속에 들어가면 물의 무게만큼 삶의 무기가 덜어지는 느낌, 나를 감싸안은 물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 저자의 말처럼 나도 '삶을 헤엄치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 있다.
책 제목처럼 잘될 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살면서 잘 되기만 할 수 있나. 가끔은 지쳐서 멈추기도 하고, 우울함에 고여 있기도 하고, 그러다 너무 힘들면 잠시 가던 길을 이탈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내가 겪은 그 모든 일들이 내게 '잘된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거친 붓자국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듯, 저자의 말처럼 잘하지 못해도 나아가다 보면 힘들고 고된 일들도 결국은 나를 자라나게 하는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잘될 일만 남고, 잘된 일만 남았으면 좋겠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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