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한 자와 악한 자 사이에 낀 이들의 이야기. 읽고나서 장르소설다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어렵다. 그게 작가가 의도한 바라면 성공이지만... 간결한 문장만큼 분량을 좀 줄여서 스피디하게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정유정이 그려내는 ‘악‘은 뭔가 거북하다. 7년의 밤도 그렇고 종의 기원도 그렇고 읽고나서 찝찝했다. 작가의 말에 써있듯 인간 본성의 악을 직면해서 이해하고 극복하자고 하기엔 이 작품 속 극대화된 악의 모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잘 모르겠다.
현수는 자신의 손끝에서 깜박거리는 담뱃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생과 그 자신이 일치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삶 따로, 사람 따로, 운명 따로 대부분은 그렇게 산다. - 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