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더 나은 반쪽 - 여성의 유전학적 우월성에 대하여
샤론 모알렘 지음, 이규원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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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성이라는 성을 가진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선택지에서 50프로의 확률을 가지고 태어나 여성 염색체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행운으로 여겨도 될 만큼 이 책의 논리는 빈틈이 없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여성에게만 주어진 유전학적 선택지가 자아낸 결과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1.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2. 여성은 면역계가 더 강력하다

3. 여성은 발달장애의 가능성이 더 낮고

4. 세상을 더 다양한 색채로 볼 수 있으며

5. 대체로 암을 더 잘 극복한다. 등 반면 자가면역질환에는 취약함을 보일 수 있다고 하지만 암에 대비해 본다면 여성은 확실히 이득이다.

이 책은 위에서 말한 다섯가지 가능성에 대한 논리로 채워져 있다. 저자인 샤론 모알렘은 유전학자이자 의사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여성적 유전자를 다루는 복잡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쓰고 있다.

사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저자의 이론을 쉽게 반박할 수는 없다. 나의 엄마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엄마의 형제 자매는 4남 3녀로 올해로 팔순이 다 된 엄마는 이들의 막내다. 지병이 있었던 큰 언니와 남자 형제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남자 형제의 배우자들인 엄마의 시누들과 엄마의 자매까지 여섯 분은 여전히 강건하시다. 하물며 큰 오빠의 배우자는 올해 100세로 장수를 누리고 계시니, 이것만 봐도 저자의 이론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여성의 유전자적 우월성은 여성의 염색체인 XX가 두 개인 데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두개의 XX 염색체 덕분에 여성은 감염과 지적 장애를 겪을 위험이 감소하며 유전학적으로는 자손의 생존을 지킬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의 인류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두 개의 X염색체는 아기가 만들어지고 태어나는 과정에서 다 쓰이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불활성화 되었던 것 처럼 보이는 여분의 X염색체는 죽지 않고 살아서 두고두고 여성이 생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거다. 만약 임신 당시 XX염색체가 모두 불활성화 되지 않고 활성화 되어있었다면 아기는 유산된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가? 마치 여성의 여분의 X 염색체는 급할 때 깨서 쓸 수 있는 적금 통장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좋겠다.

X 염색체가 하나 더 있으면 각 세포에 유전학적 능력이 추가로 제공된다. 이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략 2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은 여성이라면, 당신의 세포는 선택권이 있다. 그리고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러한 선택권은 생존에 도움이 된다.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중에서

그 덕분에 여성은 결핵에 걸릴 확률도, 색맹도, 하물며 전염병에 감염되거나 막상 감염돼었다 해도 치료 과정에서도 회복이 빠르다고 한다. 그것 뿐인가. X염색체의 장점이기도 한 뇌를 활성화 하는 능력 예를 들면 지적장애나 자폐와 같은 부분에도 X염색체의 역활이 크다고 한다.

난 왜 자폐나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성별에 특별히 남성의 비율이 많은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 데 그것도 그런 이유였다. 납득하기 힘들다고? 그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떠올려 보라. ( 레인맨, 말아톤, 마더 등등 )

성의 우월성을 따지다 보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는 이 즈음, 유전자적 우월성에 대한 이론은 신선했다. 막연히 여성 우월을 내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 증거가 엄연히 존재한다니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이론이 있다고 해서 남성들이 특별히 억울해 할 일은 아니다. 남성을 낳는 성은 항상 세상의 반쪽인 여성이니까. 인류학적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처럼 단지 여성은 '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에 불과하다고 보면 모든 게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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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 - 완화의학이 지켜주는 삶의 마지막 순간
캐스린 매닉스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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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도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자' 라는 논의에 대한 쟁점을 다룬 글이 인터넷상에 올라왔던 걸 본 기억이 있었다. 그때 든 첫 생각이 주치의 제도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적용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이 지배적 이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저변에는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의료확대와 의과대학의 정원늘리기에 반발해서 의료파업을 주도하는 대한 의협의 행태와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고연봉자들이다. 물론 의사가 되기까지 수련의 과정을 포함하여 십년 이상을 뼈를 깎고 밤을 패가며 공부했으니 그 정도 대우는 받아도 정당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환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돈과 자본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생각을 하면 씁쓸하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지만 갈 때마다 웬지 의사 앞에서 주눅이 들고 인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의사를 오십년을 살아오면서 만나 본 적이 없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자신들의 밥그릇과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데 말릴 생각도 없다. 다만 이런 의료 환경이 지배적인 나라에서 주치의 제도가 웬말이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코로나로 공공병상의 부족을 여실히 실감하면서도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집단적 카르텔로 똘똘 뭉친 대한 의협의 의사들 - 서울대 출신 의사들 90프로가 사직서를 썼다는 기사를 보면서 주치의 제도라는 것 자체가 뜬구름 같다는 들어서 몇 자 적어본 생각이다.

이 책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뜰 수 없겠지만'은 완화의학 전문의가 쓴 책이다.

저자는 매일 죽음을 맞딱뜨리는 일선에서 죽음을 앞에 둔 중증 환자들을 위로하고 통증완화와 증상개선, 심리 치료에 집중한다.

또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잘 이별하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을 돕는다.

때로는 환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가족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환자들의 사연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가 쓴 글에는 의미없는 환자는 없으며 태어나 살아온 모습이 각양각색이듯이 죽음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맞이하는 그들의 사연은 독자에게 죽음을 배우고 삶을 반추하게 한다.

너무도 다양하고 가슴아픈 사연들도 많아서 어느 장 하나도 허투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책이 자극적이거나 침울하지도 않다. 책 전체의 글을 아우르는 환자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 죽음 직전까지 간 환자들의 존엄을 지켜주고자 애쓰는 완화의학 종사자들의 모습은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감동이 됐다.

완화의학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돼어 호스피스 단체나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저자와 같은 의사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진 저자의 나라 영국의 주치의 제도와 완화의학의 절차와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기엔 우리는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작금의 사태를 보며 더 화가 나는 지도 모르겠다. 그로 인해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까지 욕을 먹는 것도 안타깝고..

여하튼 개인적으로 귀감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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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감정 - 나쁜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최재천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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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일어나는 질병에 대응하는 의학 분야의 학문적인 발달은 21세기 시점에서 봤을 때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반면 정신학은 의사들조차 질병을 구분하고 증상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과정마저도 녹록치 않았다고 이 책은 쓰고 있다. 컴퍼런스를 통한 새로운 이론을 도출하는 현장에서 내노라 하는 정신학자들이 수 많은 정신질환의 증상을 어떤 범주로 구분하고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개념정리 과정에서의 논란은 그 만큼 정신적 질환이 다가가기 힘든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후원으로 미국에서는 지난 십 년간 정신학의 근원을 찾는 한 범주로 뇌과학에 몰두했었다고 하니 그래서 한 동안 우리나라도 뇌과학 관련서가 그렇게도 많이 출판돼었는지도 모르겠다. 7~ 8년 전만 해도 집어들면 뇌과학 책이었는 데 요즈음은 새로운 정신학의 범주로 감정이 연구대상이 돼었는 지 감정체계에 대한 책들이 새록새록 발간돼는 듯 싶다.

정신학은 어떤 범주로 묶여서 대중서로 발간되든 흥미로운 분야다. 전문적이론이 깊은 건 아니지만 해당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독서가로서 독서가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 이기적 감정의 저자 랜돌프 M 네스는 조지 월리엄스와 공저로 [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었다.이 책을 읽다보니 [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 가] 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 ( 빌려서 읽어봐야 겠다 )

미국의 진화생물학자로 유명한 조지 월리엄스는 얼마 전 읽었던 책 '노화의 종말'에서도 언급되었던 학자다. 그의 유명한 이론이 젊을 때 살아남도록 돕는 유전자가 늙은 뒤에는 오히려 인간의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일종의 '먹튀 유전자' (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 이론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 연장선에서 랜돌프 M 네스도 병증 현상 예를 들면 고통, 열,무기력, 구토, 설사 따위는 괴롭지만 몸을 보호하는 반응이라고 규정하며 감정에서 일어나는 불안, 우울.분노, 질투와 같은 감정도 정신적으로는 필요한 감정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화론에 있어서 자연선택이 왜 인간이 병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부분마저도 선택했는 지에 대해 여섯가지 진화적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들은 몸에서 일어나는 병증을 도출하는 메커니즘만이 아닌 정신에도 적용돼며 그로인해 우리의 나쁜 감정도 결국은 인간에게는 도움이 되는 감정 다시 말하면 쓸모 있는 감정이기에 유전자는 자연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정신적 불안과 심리적 우울상태의 드러나는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차이점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부제가 되는 '나쁜 감정또한 생존을 위한 유전자의 합리적 선택이었던 것이고'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의 몸을 지키기 위한 불편한 증상 위에서 예를 든 구토,열, 기침과도 같은 꼭 필요한 요소들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 다면 우리가 느끼는 어떤 감정도 불필요한 것은 없다. 다만 불편한 뿐이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갈래를 단어로 표현하면 그 수는 몇 개나 될까? 아마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의 부족함을 느낄 확률이 높다.

그런 감정들의 오류에서 기인되는 각종 정신질환의 현상들은 그래서 그 근원을 파악하고 찾아들어가 치료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학문이다.

몸에서 일어나는 병증은 CT나 MRI와 같은 기계들의 물리적 작업을 통해 원인을 도출해 낼 수 있지만 과학이 발달해도 끝내 점령할 수 없는 분야가 정신학이며 그로 부터 발발돼는 우리의 감정의 결들이 아닐까 싶다. 그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지만 그만큼 무궁무진한 신비한 영역체계인 정신세계.

이제 판도라의 상자는 점차 열릴수도^^ 여하튼 흥미로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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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백천수 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0
손서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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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보이의 유쾌하고도 아슬아슬한 일탈 1만 킬로 떨어진 아프리카에서 보낸 뜨거운 여름'

여행사를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 그런 엄마의 넘버원 아들 백 천수. 아쉽게도 그는 마마보이다. 마마보이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고 아버지가 없는 환경에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열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한 몫한 경향이 있다. 그런 금쪽같은 아들을 엄마는 웬일인지 아프리카로 보내려고 한다. 그 내막에는 계산된 엄마의 계획이 다 있었지만, 하필이면 여행 전 날 콘돔 때문에 백 천수는 엄마와 싸우게 돼고 여행 당일에 엄마를 만나지도 못하고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청소년 물이 아닌 성인 소설을 읽는 듯 빠른 전개와 고등학생이면 겪음직한 학교 생활, 입시나 교우 관계 거기에 독특한 고승아의 상황등이 재미있게 전개 돼었다.

이후 아프리카에서 백천수와 고승아가 겪는 사건들도 기상천외하다. 소똥을 개어서 만든 집에서 하룻 밤을 자는 에피소드는 아마도 작가가 직접 아프리카 케냐 여행을 다녀와서 그 경험을 고스란히 소설에 녹여 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가는 착하다라는 단어가 주는 시선과 평가가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굳이 ' 착한 아이 백 천수씨'로 지었다고 한다. 또한 작가인 자신도 어릴 때는 착한아이였지만 커가며 나빠질려고 노력했다고 하니 독특하다.

착한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그것의 한계는 제도권 교육이나 주변의 시선이 본인을 그들의 잣대로 규정짓는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성장을 하기 위해선 자기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실망을 하거나 그로인해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낳지만 어쩌랴,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 인간인것을.. 이 소설의 주인공 백 천수도 그런류의 인물인 셈이다.

이 책은 착하고 평균적이며 개성도 없던 마마보이 백 천수가 아프리카 케냐로 봉사활동을 가서 그 곳에서 만난 승아와 삼촌, 현지인들과 얽히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새로운 아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소설의 구성이 흥미롭고 작가가 많은 이야기거리를 소설에 담고 있어 읽을 거리는 풍부하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너무 많은 이야기를 우겨넣어 내용이 좀 복잡해지는 면은 아쉬웠다.

엄마와의 관계, 게이 아빠, 아빠의 쌍둥이 삼촌 등 복선처럼 깔아놓은 이야기들이 수습이 되지않은 면은 있지만 미국인 마거릿이 여행을 오기 전에 겪은 일과 천수를 대비시켜 갈등과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은 독특했다.

빠른 전개와, 간결한 필치, 현실 묘사 덕분에 가독성이 좋고 등장 인물들이 장착한 사연들이 나름대로 잘 어울어져 나름 재밌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청소년 소설이 가져야 할 재미나 흥미등은 고루 장착한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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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Feel 상상 고래 10
이윤주 지음, 이종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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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소설도 그렇지만 요즈음은 과학 소설이 부쩍 많이 발간된다. 갠적으로 문과 계열의 성향이어서인지 아님 나이탓인지, 요즈음 소설의 소재가 되는 sf물이나 인공지능, 로봇이나 컴퓨터등을 소재로 하는 소설들은 읽기가 쉽지 않다. 반면 엄마와는 다르게 딸 아이는 관계나 우정 사랑을 다룬 소설보다는 이 책 필 처럼 과학이 소재가 되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런 작품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걸 보면 신기하다. 요즈음 아이들은 진화되어 태어난 신인류가 맞는 듯 싶다.

( 아이들이 어째 다 기계친화적인지 .. )

작가 이윤주의 소설은 전작 '기적을 만드는 소녀'를 읽었다.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발간되긴 한 거 같은 데 이 책은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그동안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인정 받은 작품들이어선지 대부분 소재가 참신하고 청소년 소설답게 지금의 아이들 눈 높이에 잘 맞는 성향의 작품들이 많아 좋았다.

이 책은 인류를 AI가 지배하는 세상의 이야기다. 이 소설 [필]은 제목처럼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AI들의 취약점이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는 복합체계를 탐내는 AI들의 이야기다.

모든 능력면에서 인간보다 우월한 AI들은 인간을 지배하게 되지만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감정 희노애락을 이해하지 못하자 AI들은 인간 필러를 만들어 감정을 배우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구성했다.

작품에서 아쉬웠던 건 주인공들이 청소년 눈높이여서 아이들이 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반면 등장하는 엄마 ( 주인공의 엄마 )의 무기력함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야기 구성 상 여러 인물을 복합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고 주된 서사만을 이끌어가는 단순 구도는 아쉬웠달까? 과학 소설의 한계가 아닐까 싶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소설 중간중간 홀로그램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묘사들이 나오는 걸 보면 작가도 어지간한 정보 조사와 매니아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신인류스럽다.

이 책은 엄마인 내가 봐도 재밌는 소설이었지만, 딸아이가 더 재밌어 한 소설이었다.

< 아래는 열 다섯 살 딸이 쓴 서평이다 >

우리는 미래에 로봇들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 이보다 더 편한 생활을 누릴 거라는 의견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책 <필>은 로봇이 인간을 지배한 내용이다. 지금의 로봇은 로봇에게 꼭 필요한 원칙인 3대 원칙을 가져 인간을 함부로 해칠 수 없다. 허나 이 책에서는 로봇이 바이러스로 3대 원칙을 스스로 파괴하여 인간을 지배하고 자신들을 러드라 부른다. 러드 들은 러드의 큰 약점인 감정을 인간에게 베우기 위해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이 필러가 되서 러드 들을 가르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아포칼립스 세계이며 로봇에 관한 sf장르이다. 그래서 보통 이런 장르는 로봇의 감정에 대해 자주 다루는데 여기선 로봇이 감정을 배운다는 점이 좋았다. 감정이 없는 로봇의 이미지와 다르게 로봇이 감정을 배울수록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결국 러드가 인간과 비슷해져가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휴이였다. 휴이는 다른 러드와 다르게 감정을 빨리 이해하는 것과 은오의 오빠라는 설정이 좋았다. 주인공들이 남녀인 경우 러브라인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이 책에서는 러브라인이 아닌 남매로 이어가서 평소 책속의 러브라인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러드 들은 감정을 배우면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감정을 잃어버린 경우 좀비처럼 변해 명령에만 따르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러드의 본질을 알 수 있었다. 러드는 로봇이라 감정을 잃으면 감정이 없는 정도의 상태도 아닌 주인의 말만 따르는 기계와 같아진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서평으로 쓴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첫 장부터 궁금증을 불러 왔었기 때문에 계속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다. 로봇이 나오는 아포칼립스 sf장르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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