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지 않는 대화 -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비폭력대화의 기술
마셜 B. 로젠버그 & 가브리엘레 자일스 지음, 강영옥 옮김 / 파우제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로사입니다.

자칼의 언어 - 기린의 언어.
관찰,감정,욕구,부탁
정적인 언어(규정짓거나 판단을 하는 것) - 과정의 언어
내면의 재판관 - 내면의 결정자

비폭력 대화를 이해하는데에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설명하고있는 1,2장을 지나 챕터 3에서는 비폭력 대화의 핵심이 되는 '공감'에 대해 심도있게 다룬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공감'의 의미와는 다르게 저자는 인간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인 '공감'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현재'라고 한다.
공감은 내 감정이 아닌 타인의 감정에 들어가는 것으로 지식적인 이해나 동정심, 동의와 혼동해서는 안되며 진정한 공감을 위해서는 현재 상대방에게 흐르는 신성한 에너지(살아있는 것, 삶과 가까운 추상의 개념)에만 관심을 두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새롭게 정의하는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기존에 내가 갖고있던 단어의 의미와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중간에 몇 번쯤은 매끄럽게 읽히지가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 것인지, 독일어의 수사가 낯설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가장 인상적이고 현실로 명확하게 와닿는 부분은 아이와의 대화를 다룬 5장이었다.

아이들은 예상 외로 '기린의 언어'를 쉽게 습득한다고 한다. 자칼의 사고에 길들여진 사람일수록 비폭력 대화를 실천하기 어려운데, 어쩌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기린의 언어를 자라면서 어른들의 자칼의 언어를 배우며 잃게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학교가기 싫은 아이와 학부모의 대화(역할극)을 보며 내가 의식없이 사용하는 표현들이 대부분 자칼의 언어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 대화 중 중요한 포인트를 기록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부모는 절대 성급하게 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 오로지 아이의 마음 안에 살아있는 것, 그것에만 집중하고 현재의 상태에 머무르며 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조언을 하기 전에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100까지 숫자를 세십시오. 그리고 자녀에게 답을 들을 생각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 부모와 자녀가 공감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모든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입니다.

저자는 선과 악을 가르는 '정적인 언어'를 지양하고 '삶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진실성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적인 언어'라는 번역 표현 역시 어쩐지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느낌이어서 이에 대한 개념 정리를 중간중간 해야했다. 아무래도 '동적인'의 반대 의미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양하라는 '정적인 언어'를 단정의 언어, 판단의 언어로 표현해도 무방하지않을까. 판단이 개입된 언어보다는 자연상태의 내츄럴한 관찰과 공감이 담긴 '삶의 언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말 어떻게 슬퍼해야 할까요? 슬퍼하려면 진심으로 삶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삶에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깊은 슬픔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삶을 긍정하는 신성한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연민의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공감할 때 생기는 신성한 에너지가 있습니다. 이 에너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며 언제든지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잠재력에는 막대한 책임이 수반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신성한 에너지의 일부이자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면 우리 모두 하나가 됩니다.
이 책의 첫 장에 제시된 '비폭력'과 '비폭력 대화'의 정의는(맨 위 사진) 인간이라는 존재에 희망을 갖게한다.
비폭력 대화는 '연민'의 마음에서 시작하는 대화라는 것이다. 나 역시 인간 자체, 살아있는 존재, 현재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느낀 이 후 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이해하게되었기에 존재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하는 대화가 진실된 공감에 닿는 길임을 익히 알고 있다. 이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느끼고, 깨닫는다면 누구도 '자칼의 언어'를 쓰지않는 상처 없는 세상이 되겠지. 그게 곧 유토피아 아닐까. '변혁의 영성'으로 이러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파한다면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비폭력 대화'에 관련된 여러 개념을 정리할 수 있어 좋았으나 종교적인 표현과 혼동이 되는 단어,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수사가 이따금씩 있어 읽다가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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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으로 텔레비전을 만드는 경제학
러셀 로버츠 지음, 이현주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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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로사입니다.

 

이 책은 1990년대 초에 초판이 출간되었고 이후 NAFTA 등 무역 관련 이슈에 따라 내용이 더해져 세번째로 수정보완되어 출간된 개정판이다. 제목만으로는 '만드는'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와 제조업 관련 경제 픽션인가 싶었는데, 알약이 텔레비전이 되는 제조 기술은 있을리가 만무하고 알약으로 텔레비전을 얻는 방법 - 무역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등장하는 두명의 주요인물, 데이비드 리카도와 에드 존슨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사후에 단 하루 인간사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보호 무역 정책을 수립하기 직전의 미국에 가 정책 수립을 막는데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1960년의 미국에서 찾아간 이는 스텔라 텔레비전 회사의 사장 에드 존슨이고, 보호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그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의 흐름이 다루어진다. 읽다보면 거시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간 무역 및 경제 활동을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예측해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무역과 관련된 여러가지 쟁점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많은 가정들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현재 우리가 어떠한 것들을 숙고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해, 가벼운 형식과 쉬운 설명에 비해 책을 덮고나면 여러가지 방향으로 생각이 확산된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책에서 국가 간 무역의 흐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때로는 필요이상으로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서 지면 낭비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또한 둘의 대화로(따옴표로) 몇 페이지가 연이어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그러한 대화체를 고수해야했는지 내용 전달의 효율 면에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갖춘 성인들이라면(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내용을 절반으로 줄여 설명해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문가 입장에서 문외한들도 이해할 수 있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 성의와 친절에는 감사하지만, 읽는 내내 다소 과하다는 인상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영혼이 된 데이비드 리카도가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어 관점이 바뀌게 된다는 것은 얼핏 오래 전 베스트셀러였더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떠올리게 한다. 그 소설은 '위대한 하루'동안 폰더씨가 여러 위인들을 찾아가 결정적인 순간의 경험을 나눔으로서 깨달음을 얻어서 현실을 바꿔나간다는 설정이니 타임슬립이라는 장치가 정반대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 시도한 가정들에서는 폰더 씨와는 다른 신선함을 느끼게 되는데,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미래를 그려봄으로서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를 진단하게 되고 막연할 수 있는 예측을 실감하게 된다.

형식의 진부함이나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근 70여년 간의 노동 시장과 산업 환경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나라 간 무역과 경제의 흐름을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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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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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저자의 글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390 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책임에도 신선한 디자인으로 편집되어있어 부담없이 책에 접근할 수 있다. 표지도 산뜻한 배색에 글자의 배치가 눈길을 끄는데, 책 안에는 아주 예쁜 색상으로 (아마도) 보정된 사진들이 적절하게 담겨있기도 해 지루할 틈이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유행어처럼 많이 언급될 때가 있었다.
알쓸신잡1에서 작가 김영하 씨가 언급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압구정동과 삼청동 등의 상권이 죽어가는 현상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거의 20여년간 삼청동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면서 아기자기했던 골목상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과정을 본의 아니게 잘 알게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골목상권이 생겨나 사라져가는 과정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취재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국내 곳곳의 골목길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골목길의 흥망성쇠를 두루 다루고 있다. 그것도 문화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른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해 감탄을 자아낸다. 골목 상권에 대한 마케팅 관련 책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긴 독자들은 저자의 취재력과 연구 성과, 개인적인 경험을 총동원한 이 책의 깊이와 넓이에 놀랄 만 하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다루고있는 골목길이 만들어진 스토리를 담은 여행서로도 충분한 기능을 할 것 같다.
실제로 읽으면서 '여기에 꼭 가봐야지.' 생각하며 체크해 두기도 했다.

최근에 연희동을 자주 갈 기회가 있었는데, 사러가 쇼핑센터 1층에 있는 마켓에 갈 때마다 미국의 '홀푸드마켓'이 떠올랐었다. 그렇게 느낀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홀푸드마켓이 아마존에 넘어가게된 과정과 배경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뉴욕, 도쿄 등 세계 곳곳의 골목상권의 생성과 성장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C-READI로 요약할 수 있다. 문화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 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 등 여섯 가지 조건을 만족한 골목이 성공한 상권에서 발견되는 공통 요인이다. C-READI 모델은 기획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이 자신이 속한 상권의 경쟁력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소상공인이 자체적으로 상권 분석 능력을 갖춘다면 개인 사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상권 전체의 이익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저자는 골목의 경쟁력이 곧 가게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왜 골목길에 경제학이 필요한지, 골목의 성공에 왜 정부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경제학 다방면의 상식이 폭넓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지나치다 만나는 많은 골목길에 애정이 생기게 된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라는 부제만큼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만큼, 또 다른 많은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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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귀신들 -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
구맹회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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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맹회 씨는 30여년간 교육현장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많은 학생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선생님이다.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이라는 부제를 읽으며 최상위 학생들의 공부 비법을 알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다보니 책의 내용은 '비법'이라기보다는 잘 알려진 방법들이 두루 소개된 책이었다.

 

한 줄로 이 책을 정리하자면, 모든 종류의 공부 방법을 다 소개하는 책이다. 그렇기에 학습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모르는 상태, 즉 공부에 돌입하기 전 상태의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대게 공부를 어느 정도 해본 사람들은 학습의 인풋에서 아웃풋까지의 과정에 대해 짐작하고 있고, 본인에게 어떤 방법이 맞는지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통해 대략 파악하고 있다. 사람마다 효과적인 방법이 각각 다르다보니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라는 것을 충분히 누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종류의 공부 방법을 다 다루기에 아직 자기만의 공부법을 찾지 못한 학생들은 책에 소개된 방법들을 두루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않겠는가! 띠지에 적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공부 잘하는 방법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마치 하나의 완벽한 공부 잘하는 방법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들지만, 사실상 헛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면 돼! 라고 지적해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모두에게 통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없기에 그런 단정은 거짓말에 가까울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공부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취사 선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최고의 공부방법일 것이다. 이 책은 그저 여러 사례들과 방법들을 총망라하여 선택지로 제공하여 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읽는 것이 좋겠다.

공부에 돌입하기 전에 마음가짐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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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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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컨텐츠로 그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는데,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죽음이란 온 인류의 수수께끼이자 가장 보편적인 호기심의 대상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죽음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절정의 슬픔이기에 그로인해 남은 자들의 삶이 바뀌는 스토리들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떤 남은 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서 페퍼는 부인 미리엄을 떠나 보낸 후, 아내 미리엄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낯선 물건을 발견한다.
아내의 물건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보게 되는 과정에서, 아서 페퍼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아온 다른 모습의 아내를 만나게된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일들을 해냈던 과거의 아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놀라운 곳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네 어머니 옷장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네 어머니가...... 그렇게 된 지...... 벌써 1년이 되었잖니. 네 어머니의 부츠 속에 금팔찌가 하나 들어 있지 뭐냐.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거든. 여러 가지 참들이 달려 있더구나. 코끼리, 하트, 꽃. 혹시 넌 그 팔찌에 대해 아는 게 좀 있니?" p247

사랑하는 이를 잃고나면...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슬픔, 더 이상은 그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나누거나 새로운 만남을 할 수 없으며 그저 계속 내가 알던 그를 복기하는 방법 뿐이라는 것이 처절한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그가 남긴 물건에서 생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발견함으로서 새로운 그를 만나거나 잊고있던 기억을 찾는 것은 슬픔을 다독이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있기에 아서 페퍼가 아내의 팔찌를 통해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찾아 나서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몰랐던 미리엄의 과거를 찾는 것은 아서 페퍼에게 새로운 미리엄을 만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이와의 데이트는 아니지만, 새롭게 단장한 아내를 만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에겐 묘한 우월감 같은 게 있었다. 바로 지난주만 해도 우체국에서 연금 생활자 네 명이 그에게는 자랑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가 10년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오."
"그래요? 우리 세드릭은 화물차에 납작하게 깔렸어요. 응급구조사들도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만. 완전 팬케이크 같았다나 어쨌다나."(중략)
"배를 갈라봤더니 글쎄 남은 게 하나도 없더래요. 암세포가 그이를 전부 다 갉아먹었대요."
그들은 사랑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마치 물건인 양 떠벌리고 있었다. 미리엄은 그에게 언제나 한 사람의 인간일 것이다. 그는 그녀에 관한 기억을 그런 식으로 주고받지 않을 것이다. p47

이 여행을 통해 아서는 슬픔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나온다. 소원해졌던 딸 루시와 아들 댄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새로운 아서 페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호기심과 불안함,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여행에서 새로운 활기를 얻어 진정으로 멋진 아내 미리엄을 보내기까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죽음, 영원한 헤어짐 이후 남은 자들의 삶이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자체가 또다른 남은 자인 나에게 희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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