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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정말 많은 컨텐츠로 그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는데,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죽음이란 온 인류의 수수께끼이자 가장 보편적인 호기심의 대상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죽음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절정의 슬픔이기에 그로인해 남은 자들의 삶이 바뀌는 스토리들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떤 남은 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서 페퍼는 부인 미리엄을 떠나 보낸 후, 아내 미리엄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낯선 물건을 발견한다.
아내의 물건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보게 되는 과정에서, 아서 페퍼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아온 다른 모습의 아내를 만나게된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일들을 해냈던 과거의 아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놀라운 곳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네 어머니 옷장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네 어머니가...... 그렇게 된 지...... 벌써 1년이 되었잖니. 네 어머니의 부츠 속에 금팔찌가 하나 들어 있지 뭐냐.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거든. 여러 가지 참들이 달려 있더구나. 코끼리, 하트, 꽃. 혹시 넌 그 팔찌에 대해 아는 게 좀 있니?" p247
사랑하는 이를 잃고나면...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슬픔, 더 이상은 그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나누거나 새로운 만남을 할 수 없으며 그저 계속 내가 알던 그를 복기하는 방법 뿐이라는 것이 처절한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그가 남긴 물건에서 생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발견함으로서 새로운 그를 만나거나 잊고있던 기억을 찾는 것은 슬픔을 다독이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있기에 아서 페퍼가 아내의 팔찌를 통해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찾아 나서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몰랐던 미리엄의 과거를 찾는 것은 아서 페퍼에게 새로운 미리엄을 만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이와의 데이트는 아니지만, 새롭게 단장한 아내를 만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에겐 묘한 우월감 같은 게 있었다. 바로 지난주만 해도 우체국에서 연금 생활자 네 명이 그에게는 자랑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가 10년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오."
"그래요? 우리 세드릭은 화물차에 납작하게 깔렸어요. 응급구조사들도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만. 완전 팬케이크 같았다나 어쨌다나."(중략)
"배를 갈라봤더니 글쎄 남은 게 하나도 없더래요. 암세포가 그이를 전부 다 갉아먹었대요."
그들은 사랑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마치 물건인 양 떠벌리고 있었다. 미리엄은 그에게 언제나 한 사람의 인간일 것이다. 그는 그녀에 관한 기억을 그런 식으로 주고받지 않을 것이다. p47
이 여행을 통해 아서는 슬픔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나온다. 소원해졌던 딸 루시와 아들 댄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새로운 아서 페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호기심과 불안함,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여행에서 새로운 활기를 얻어 진정으로 멋진 아내 미리엄을 보내기까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죽음, 영원한 헤어짐 이후 남은 자들의 삶이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자체가 또다른 남은 자인 나에게 희망이 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