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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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저자의 글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390 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책임에도 신선한 디자인으로 편집되어있어 부담없이 책에 접근할 수 있다. 표지도 산뜻한 배색에 글자의 배치가 눈길을 끄는데, 책 안에는 아주 예쁜 색상으로 (아마도) 보정된 사진들이 적절하게 담겨있기도 해 지루할 틈이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유행어처럼 많이 언급될 때가 있었다.
알쓸신잡1에서 작가 김영하 씨가 언급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압구정동과 삼청동 등의 상권이 죽어가는 현상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거의 20여년간 삼청동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살펴보면서 아기자기했던 골목상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 과정을 본의 아니게 잘 알게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골목상권이 생겨나 사라져가는 과정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의 취재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국내 곳곳의 골목길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골목길의 흥망성쇠를 두루 다루고 있다. 그것도 문화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른 변화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해 감탄을 자아낸다. 골목 상권에 대한 마케팅 관련 책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긴 독자들은 저자의 취재력과 연구 성과, 개인적인 경험을 총동원한 이 책의 깊이와 넓이에 놀랄 만 하다.

어떤 면에서 이 책은 다루고있는 골목길이 만들어진 스토리를 담은 여행서로도 충분한 기능을 할 것 같다.
실제로 읽으면서 '여기에 꼭 가봐야지.' 생각하며 체크해 두기도 했다.

최근에 연희동을 자주 갈 기회가 있었는데, 사러가 쇼핑센터 1층에 있는 마켓에 갈 때마다 미국의 '홀푸드마켓'이 떠올랐었다. 그렇게 느낀 것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홀푸드마켓이 아마존에 넘어가게된 과정과 배경을 새롭게 알게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뉴욕, 도쿄 등 세계 곳곳의 골목상권의 생성과 성장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다.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C-READI로 요약할 수 있다. 문화 인프라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도시 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 등 여섯 가지 조건을 만족한 골목이 성공한 상권에서 발견되는 공통 요인이다. C-READI 모델은 기획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이 자신이 속한 상권의 경쟁력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소상공인이 자체적으로 상권 분석 능력을 갖춘다면 개인 사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상권 전체의 이익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저자는 골목의 경쟁력이 곧 가게의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왜 골목길에 경제학이 필요한지, 골목의 성공에 왜 정부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경제학 다방면의 상식이 폭넓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지나치다 만나는 많은 골목길에 애정이 생기게 된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라는 부제만큼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만큼, 또 다른 많은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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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귀신들 -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
구맹회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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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맹회 씨는 30여년간 교육현장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많은 학생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선생님이다.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이라는 부제를 읽으며 최상위 학생들의 공부 비법을 알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다보니 책의 내용은 '비법'이라기보다는 잘 알려진 방법들이 두루 소개된 책이었다.

 

한 줄로 이 책을 정리하자면, 모든 종류의 공부 방법을 다 소개하는 책이다. 그렇기에 학습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모르는 상태, 즉 공부에 돌입하기 전 상태의 학생들에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대게 공부를 어느 정도 해본 사람들은 학습의 인풋에서 아웃풋까지의 과정에 대해 짐작하고 있고, 본인에게 어떤 방법이 맞는지 시행착오와 피드백을 통해 대략 파악하고 있다. 사람마다 효과적인 방법이 각각 다르다보니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라는 것을 충분히 누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종류의 공부 방법을 다 다루기에 아직 자기만의 공부법을 찾지 못한 학생들은 책에 소개된 방법들을 두루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왕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좋지않겠는가! 띠지에 적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공부 잘하는 방법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마치 하나의 완벽한 공부 잘하는 방법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들지만, 사실상 헛된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 공부하면 돼! 라고 지적해준다면 정말 좋겠지만 모두에게 통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없기에 그런 단정은 거짓말에 가까울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공부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취사 선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최고의 공부방법일 것이다. 이 책은 그저 여러 사례들과 방법들을 총망라하여 선택지로 제공하여 줄 뿐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읽는 것이 좋겠다.

공부에 돌입하기 전에 마음가짐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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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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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컨텐츠로 그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되는데, 이렇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죽음이란 온 인류의 수수께끼이자 가장 보편적인 호기심의 대상인 것 같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죽음보다 더한 비극이 있을까, 절정의 슬픔이기에 그로인해 남은 자들의 삶이 바뀌는 스토리들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떤 남은 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서 페퍼는 부인 미리엄을 떠나 보낸 후, 아내 미리엄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낯선 물건을 발견한다.
아내의 물건을 통해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보게 되는 과정에서, 아서 페퍼는 자신이 알고 있던 모습과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아온 다른 모습의 아내를 만나게된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던 일들을 해냈던 과거의 아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이 세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놀라운 곳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네 어머니 옷장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네 어머니가...... 그렇게 된 지...... 벌써 1년이 되었잖니. 네 어머니의 부츠 속에 금팔찌가 하나 들어 있지 뭐냐.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거든. 여러 가지 참들이 달려 있더구나. 코끼리, 하트, 꽃. 혹시 넌 그 팔찌에 대해 아는 게 좀 있니?" p247

사랑하는 이를 잃고나면...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슬픔, 더 이상은 그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나누거나 새로운 만남을 할 수 없으며 그저 계속 내가 알던 그를 복기하는 방법 뿐이라는 것이 처절한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그가 남긴 물건에서 생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발견함으로서 새로운 그를 만나거나 잊고있던 기억을 찾는 것은 슬픔을 다독이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고있기에 아서 페퍼가 아내의 팔찌를 통해 몰랐던 아내의 과거를 찾아 나서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몰랐던 미리엄의 과거를 찾는 것은 아서 페퍼에게 새로운 미리엄을 만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이와의 데이트는 아니지만, 새롭게 단장한 아내를 만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에겐 묘한 우월감 같은 게 있었다. 바로 지난주만 해도 우체국에서 연금 생활자 네 명이 그에게는 자랑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내가 10년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오."
"그래요? 우리 세드릭은 화물차에 납작하게 깔렸어요. 응급구조사들도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만. 완전 팬케이크 같았다나 어쨌다나."(중략)
"배를 갈라봤더니 글쎄 남은 게 하나도 없더래요. 암세포가 그이를 전부 다 갉아먹었대요."
그들은 사랑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마치 물건인 양 떠벌리고 있었다. 미리엄은 그에게 언제나 한 사람의 인간일 것이다. 그는 그녀에 관한 기억을 그런 식으로 주고받지 않을 것이다. p47

이 여행을 통해 아서는 슬픔을 벗어나 세상 속으로 나온다. 소원해졌던 딸 루시와 아들 댄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새로운 아서 페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호기심과 불안함,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여행에서 새로운 활기를 얻어 진정으로 멋진 아내 미리엄을 보내기까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죽음, 영원한 헤어짐 이후 남은 자들의 삶이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자체가 또다른 남은 자인 나에게 희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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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 나를 묻는 밤의 독서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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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이면서 약간의 불쾌감(?)을 유발하는 표지에 이끌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김운하라는 저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굉장히 많은 책을 낸 소설가이자 비평가인데 어떻게 이렇게 몰랐을까? '카프카의 서재'라는 책은 알고 있었지만 그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제목도 표지도 친근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나를 묻는 밤의 독서'라는 부제처럼 책에 대해 쓴 글들이어서 가독성이 좋고 읽다보면 알찬 느낌과 함께 여러 방면으로 관심이 확장되어 독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책이지만, 마냥 건전하고 유익한 느낌이 아닌 '새벽 2시'에 어울릴 법한 감성과 오래도록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여운이 있다. 표지나 제목에서는 어쩐지 퇴폐미가 느껴지는데, 글쎄... 일개 독자인 나로서는 도저히 왜 이런 표지를 썼는지, 편집자의 깊은 의중을 이해할 길이 없지만.  

책에 대해 말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지는 꽤 된 것 같다. 사람들이 메타북을 통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에도 메타북만을 즐겨읽는 이들이 몇몇 있는데,(메타북'만'을 즐겨읽는다는 것은 원문 전체를 읽는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정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않게 있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고나면 반드시 관심을 끌었던 책을 찾아서 읽는데, 그렇게 독서를 확장시켜가는 재미를 주는 것이 메타북의 매력인 것 같다. 특히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작가들의 고전이나 알려진 명작이 아닌 다소 낯선 작가의 책들도 다루고 있어  정말 여러 방면으로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꼭 찾아 읽어야겠다고 메모해둔 책과 마음에 두는 구절들이 이렇게나 많았다.

이 책의 첫장 '내 모호한 열정의 숭고한 대상, 나는 무엇을 원해야하는가?'에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다루고 있어 친숙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감상이라면 수도 없이 읽어보았기에(그만큼 많이 인용되는 작품이기에) 식상할만도 했는데, 좋아하는 소설이어서인지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는 과정이 내내 흥미진진했다. 이어지는 작품들도 딱 좋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씩 천천히 빠져들게하는 배열이었다. 읽을수록 점점 더... 깊이 감춰져있던 의식,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되고 인간임에도 미처 모르고살았던 인간성(인간의 성질?)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주로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읽었는데도 읽다보면 새벽 2시인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나는 선함이라든가, 그 '아름답고 고귀한 것'이라든가 하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면 할수록, 더욱 기숙이 자기 내부의 진흙탕 속에 빠져들어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어 버린다. 무엇보다 난처한 것은, 그것이 모두 우연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이 여겨지고, 결코 병이나 변태로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결국 이 변태와 싸우려는 생각은 아주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것이 나의 정상적인 상태인가 보다, 라고 거의 믿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는 무언가 비정상적인, 비열한, 비밀스러운 쾌락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 도스토옙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중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 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 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다. 그들은 어느 날 무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 버린다. 아름다움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중

그러나 사실 어떤 역사적인 생이든, 그 생을 영원의 관점에서 내려다본다면 그저 "어느 날 무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리는허망한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반딧불이의 삶처럼.
단 한 번뿐인 생.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단 한 번뿐인 생들은 그렇게 잠시 왔다가, 봄날에 잠깐 피었다가 스러지는 봄꽃들처럼 그렇게 사라져간다.
이런 허망함을 알기에, 이런 허망함의 무의미함에 질식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 인간은그토록 집요하게 기억에, 자식이든 사회이든 간에, 누군가의 기억에 영원히 불멸의 이름으로 각인되기 위해 그토록 집요하게 몸부림치는 것은 아닌가?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내 생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나 자신이 기억하는 내 생의 기억조차도 불확실하고 파편적인것이라면, 내 생의 이야기의 의미는 무엇일까? - p119
즉, 우리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이런저런 사건들과 사실들의 총체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허구의 소설이다. 반면, 진짜 삶의 진실은 불연속적이고 파편적인 물리적 사건들과 사실들의 총체일 뿐이다. - p121
그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완전히 독자적인 전대미문의 행복감, 그 근거가 무엇인지 나 자신도 알 수없는 그런 행복감이 내 온몸에 흘러 퍼졌다. 단번에 나는 삶의 굴곡에 무관심해졌고, 삶의 재앙도 그저 대수롭지 않는 불운이었으며, 삶의 짧음도 단순히 우리 감각의 기만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하여 내 안에서 무언가가, 보통은 사랑만이 이룰 수 있는 무언가가 일어났고, ㄱ이와 동시에 나는 어떤 진미의 물질로 채워진 듯이 느꼈다. 아니, 이 물질이 내 속에 있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그 물질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평범하다거나, 공연한 존재라거나, 죽어 없어질 몸이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마르셀 과자 한 조각은 마르셀의 잃어버린 시간, 깊고 어두운 무의식 속에 갇혀 있던 시간을 순간적으로 해방시켰다. 과자 한 조각이 빚어내는 맛과 향기가 기억과 통합되어 시간의 수정이 만들어진다. 프루스트는 향기로운 시간의 수정을 말한다. "고요한, 맑은 울림과 향기를 지닌, 투명한 시간들의 수정."
파편적으로만 보였던 과거, 공연한 존재이거나, 죽어 업성질 몸이라고 생각되던 실존이 "향기로운 시간의 수정"인 기억의 연금술을 통해 현재와 지속성과 의미론적으로 연결되면서 삶 전체의 의미가 솟아난다. 삶은 더 이상 파편적이지도, 덧없지도 않고, 허무하지도않다. - p123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와 싸우는 중이었다. 개인적인 상황때문에 책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설득해야했고, 또 다독여야했고, 이도저도안될땐 미치광이처럼 울부짖어야 했다. 그런데 책속의 몇몇 구절이, 많은 문학 작품들의 사심없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 생과 사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과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들이 조금의 위로가 되어준게 사실이다. 마치 나의 고군분투에 동감하는 듯한 느낌, 마치... 생의 의미를 이해하고자하는, 삶의 무의미를 어떻게든 의미로 고쳐놓고자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쥐어짜내고 있는 이 지랄 발광이... 응원과 지지를 받고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사람은
태어나서, 고생하다, 죽는다.
인생에는 아무런 뜻이 없었다.
사람의 삶에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삶도 무의미하고 죽음도 무의미하다.
+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 중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책들은 하나같이 아주 매력적인 작품들인 것은, 또다른 고마움이다. 이미 읽은 책, 아직 읽지않은 책을 다시한번 찾아보며 한동안 이 작품들을 통해 위로를 받기로 자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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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식탁 (리커버 특별판, 알라딘 단독)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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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샤 튜터의 삶의 방식은 두 아이를 키우는 저에게 킅 영향을 끼쳤어요.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쓰는 타샤 할머니의 모습에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아이들에게 정성이 담긴 맛있는 요리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기는 매력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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