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공간, 없는 공간
유정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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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다.
핫플레이스를 자주 찾는 편인데 공간디자인으로 소문난 곳들에는 하나같이 특별한 인상을 주는 한끗의 차이가 있다. 그 '한끗'이 뭔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움직이는 원더의 힘! 여태 공간을 2차원적으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차원에서 공간을 바라보게 되었다.
청수당에 처음 갔을 때의 신선한 충격! 이후 글로우 서울의 공간에서는 늘 흉내내기가 아니라 찐이라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공간들을 두루 다루며,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기분 좋은 고양감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온라인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기에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간에 갖는 질적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는 사실... 언젠가부터 거대 자본이 투자된 대형 카페가 유행하는게 SNS 인증샷 때문인줄 알았는데, 몸을 움직이는 데에는 더 큰 유인가가 필요한 시대라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 애당초 지금은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가 싸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거기까지 몸을 이끌고 가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성비를 넘어서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 스타일에는 우열이 없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 어떤 스타일 가운데 압도적인 클래스를 가진 결과물을 내놓으면, 그 분야에 문외한인 대중의 입장에서도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게 된다.

📗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고 스타일과 장르에는 우열이 없지만, 클래스에는 우열이 있고 그 클래스의 우열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진화하는 것이 존재하며, 그 진화의 흐름은 역행하지 않는다. 진화는 같은 평면 위을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것이고, 유행과 진화는 다른 것이다. 공간을 기획하고 향유하는 사람은 유행이 아닌 진화의 흐름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돌고 도는 유행을 뛰어넘는 안목을, 유행 아래 깔린 맥을 보는 눈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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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 - 수제차 명인이 들려주는 최고의 약차 레시피
선엽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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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차 명인 선엽 스님이 직접 약차 만드는 비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선엽 스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책 날개에 적힌 소개를 보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책의 1부에 선엽 스님이 어떤 연유로 출가를 하게 되었고 약차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되었는지가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조산아로 태어나 평생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다가 출가 후 차를 접한 후 몸이 좋아지는 것을 실감하셨다고 한다.

이 책에는 차의 효능과 체질에 맞는 차에 대한 설명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체질에 맞는 차는 약이 되지만, 체질에 맞지않는 차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차를 마시기 전에 자신의 체질을 알고, 또 차의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재료 뿐만 아니라 제조법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의 차가 있는데, 평소 전혀 접해보지 못한 종류의 차들도 많아 흥미로웠다. 이 책에는 차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이 두루 나오는데, 가장 중요하고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것은 제조법이다.

차를 만드는 과정을 '제다'라고 하는데, 이 과정의 중요한 용어들과 제조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해 전반적인 차의 제조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1부에서 쌓은 지식을 토대로 2부로 넘어가면 레시피를 참고해 실제로 차를 만드는 일에 도전해볼 수 있다. 무려 82종의 약차 레시피가 실려있다. 각 차별로 효능과 특성이 소개되어 있기에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참고하면 될 것 같다.
꽃차들의 경우 겨울인 지금 시도하기 어렵겠지만,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들도 많다. 이를테면 생강차, 모과차... 제조법이 정말 간단하다. ^^

모과청이나 레몬청, 자몽청같이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하게 타먹는 것도 맛있긴 하지만, 은은한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차가 훨씬 매력적인 것 같다. 건강에도 훨씬 좋은게 당연하다. 요새 탄수화물을 줄이느라 설탕을 멀리하고 있기도 하고 하루에 네잔 다섯잔씩 먹던 커피도 위염때문에 줄여야할 형편이니 이 참에 새로운 차의 세계에 빠져보려 한다. 참고로, 책 속의 레시피는 매우 간단해 각종청을 만드는 노력보다 더욱 손쉽게 여러 종류의 차들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차들에 우선 도전해보고 봄이 오면 꽃차도 꼭 만들어보고 싶다. 전문 찻집에서 마셨던 차의 향과 맛을 내 손으로 재현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생활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습관으로 체질에 맞는 차마시기를 실천해보고 싶게 만드는, 유익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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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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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근로소득자로서 월급을 받고있지만 언젠가 사업을 하고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사업이라기에는 거창하고, 작은 서점을 하고자 하는 소망을 아주 어릴때부터 갖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해본 적도 있다.

차리는 것까지의 준비는 상상 속에서 수없이 해보았기에 당장이라도 돌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늘상 상상에서 그치는 이유는 오픈 다음에 벌어질 일이 도무지 상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동생이 나름 큰 규모로 사업을 했었는데 옆에서 보니 나같은 새가슴은 매출이 떨어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요동을 칠 게 분명했다. 그래서 매출에 연연하지 않는 수준의 경제력을 확보한 후에나 도전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이번 생애에는 불가능할 것 같기도...^^;

이 책은 후루야 사토시라는 꽃집 사장님이 쓴 장사의 돈관리법이다. 재무관리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인 사람이 어떻게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그 용기가 가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장님이었다. 그럼에도 매출 10억 달성이 가능했다니 놀랍다.

한편으로 저자가 책 초반부에 밝히는 본인의 재무관리 상식의 수준이 가계부 쓰는 주부인 나보다 못한 것 같아 읽으며 용기가 막 생기기도 했다. 그만큼 왕초보 창업자를 위한 재무관리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사업을 한다면 당연히 알아야하는 개념들이기에 차마 어디다 묻기도 민망한 기초적인 수준의 재무용어들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계이익률, 손익분기점, 세무회계, 관리회계, 비용, 경비, 지뢰상품, 호박상품...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있지만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려웠던 개념들에 대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높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이어졌던 저자의 꽃집은 재무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하면서 흑자로 돌아섰고 이제 그 이상의 일들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재무회계에 대한 이해없이 사업에 뛰어든 창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열심히 일하고도 손에 쥐는게 없었던 꽃집의 부활 과정을 살펴보며 돈이 돌아가는 사이클을 컨트롤 할 수 있게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읽다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겨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면 '역시 장사는 어려운거야'하며 지레 겁먹고 포기했을텐데 말이다. 장사의 돈관리에 대해 이보다 더 쉽게 쓸 수는 없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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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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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삼성 반도체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입사하여 후발 주자였던 삼성 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의 책이 출판되었다. 사실, 저자에 대한 관심보다는(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들은 수두룩하고 그들이 쓴 책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기에) 제목에 눈길이 갔다. 어떤 대상에 대해 넘볼 수 없는 탁월함을 느껴본 사람으로서 그 차이를 만드는 힘에 대해 늘 호기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과 부제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은 그런 면에서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책일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의 첫 장은 리더의 탄생과 진화에 대해 다루고있다. 여러 예들을 죽 나열하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하다보니 단조롭기는 해도 다른 자기계발서들에 비해 진솔한 느낌이 있었다. 리더의 덕성이나 능력에 대해 다루면서 신선한 관점을 보여주기 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어서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읽다보니 내가 이 책에 기대한 것이 '누구도 예상못한 한 방'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책은 그런 마법같은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조직-원칙과 시스템'을 다룬 2장에서는 실무에 도움이 될만한 조직관리 팁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있다. 시프트 프론트, 처벌의 세 규칙 등은 조직의 위기 관리에 실제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3장은 '전략 - 생존과 성장'으로 본격적인 초격차 전략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제조팀과 기술팀을 분리해 조직을 매트릭스 형태로 만들면서 기존 방식의 고수를 원하는 이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한다.

초격차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 장인 '인재 - 원석과 보석'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리더의 혁신을 현실화 시킬 인재들을 어떻게 알아보고 선발할지가 무척 궁금했는데, 신선한 관점이나 특별한 비책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기본을 강조하는 편이다.
인재의 선발과 배치 부분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정보들도 담겨있는데, 직급이 낮을 때는 강점을 만들어주는 교육을 시키고 직급이 높을 때는 약점을 보완해주는 교육으로 전환시켜야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되었다. 일관성과 지속성, 역경에 대한 돌파력 등 조직 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떠올려볼만한 유익한 내용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구체적인 데이터나 디테일한 전략들이 제시되지는 않아 실무를 맡았던 저자의 책이라는 데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특성상 구체적인 데이터를 밝히기 어렵다고 본문에 쓰기도 했는데 현장의 생생함이 와닿지않아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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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김해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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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서 더 알아야할 것이 있을까? 여러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고도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살면서 여전히 결혼을 유지하고있는 기혼자로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사춘기적 감상이 가득한 사랑타령을 짐작했다. 펼칠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막상 읽기를 시작하고서는 생각만큼 간지럽고 오글거리는 글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옛추억에 빠져서 피식 몇번쯤 웃기도 했는데, 요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라는 캠퍼스 드라마(?)를 보며 옛 생각에 빠져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꼭 사랑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관계에 적용해도 될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오가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서툴게 좌충우돌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보다 이렇게 간접경험을 통해 깨닫는다면 훨씬 수월한 인생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전부 다르고, 서로가 영향을 미쳐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크게 변하는 건 몇 없다. 그건 그저 함께하는 순간을 공유할 때 서로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생각해서 닮아간다고 착각한 것이지, 인간은 모두 태생부터 다르다. 그 순간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그 두 인간이 같은 인간인 건 아니다.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좋아하는 음식이 같은 게 아니듯. 눈을 마주하고 있다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듯.
감정의 거리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좋은 것이 잘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함께 미소 지을 수 있다. 허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감정의 사이가 가까울수록 서로의 나쁜 점도 잘 보인다는 거다. 우적우적 음식 씹는 소리, 까르르 귀청을 찌르는 웃음소리, 따박따박 잰걸음으로 걷는 걸음걸이까지. 가까이에서 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것들마저도 '좋거나 싫거나'한 대상이 된다. 너무 가까우면 너무 많이 판단하게 된다.

사춘기 때 읽던 '사랑의 팡세' 류의 아포리즘이 담겨있으리라 짐작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사랑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관계에 적용해도 될만한 사색들이 담겨있다. 분량이 길지않은 짧은 글 모음이어서 쉽고 편안하게 공감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진지하고 무거운 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가벼운 것도 아닌, 독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사랑학 개론서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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