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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
김해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8년 8월
평점 :
사랑에 대해서 더 알아야할 것이 있을까? 여러 연애를 거쳐 결혼에 이르고도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살면서 여전히 결혼을 유지하고있는 기혼자로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사춘기적 감상이 가득한 사랑타령을 짐작했다. 펼칠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막상 읽기를 시작하고서는 생각만큼 간지럽고 오글거리는 글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옛추억에 빠져서 피식 몇번쯤 웃기도 했는데, 요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라는 캠퍼스 드라마(?)를 보며 옛 생각에 빠져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꼭 사랑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관계에 적용해도 될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오가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서툴게 좌충우돌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기보다 이렇게 간접경험을 통해 깨닫는다면 훨씬 수월한 인생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전부 다르고, 서로가 영향을 미쳐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크게 변하는 건 몇 없다. 그건 그저 함께하는 순간을 공유할 때 서로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생각해서 닮아간다고 착각한 것이지, 인간은 모두 태생부터 다르다. 그 순간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해서 그 두 인간이 같은 인간인 건 아니다.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좋아하는 음식이 같은 게 아니듯. 눈을 마주하고 있다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듯.
감정의 거리가 가까운 사이일수록 좋은 것이 잘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함께 미소 지을 수 있다. 허나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감정의 사이가 가까울수록 서로의 나쁜 점도 잘 보인다는 거다. 우적우적 음식 씹는 소리, 까르르 귀청을 찌르는 웃음소리, 따박따박 잰걸음으로 걷는 걸음걸이까지. 가까이에서 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것들마저도 '좋거나 싫거나'한 대상이 된다. 너무 가까우면 너무 많이 판단하게 된다.
사춘기 때 읽던 '사랑의 팡세' 류의 아포리즘이 담겨있으리라 짐작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사랑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관계에 적용해도 될만한 사색들이 담겨있다. 분량이 길지않은 짧은 글 모음이어서 쉽고 편안하게 공감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진지하고 무거운 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가벼운 것도 아닌, 독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의 다양한 관계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사랑학 개론서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