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해요. 항상 사람을 꿰뚫는 듯한 스님의 말씀으로 부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좋은 얘기 앞으로도 많이많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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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 전집 - 전5권 김승옥 소설전집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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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친 여름


"러시아의 초원을 연상할 만큼 시퍼렇게 곰팡이가 깔린 방바닥에 이불도 펴지 않고 옷 입은 채로 웅크리고 앉아서 천장에서 열리고 있는 쥐들의 대운동회를 귀로 구경하며 나는 어떻게 하면 주인 할머니의 손에 들어가 버린 보증금의 돈을 그분이 쥐었다 놓친 듯한 섭섭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며 돌려받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문득 저 담배 얘기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마치 참외처럼 시골에서 여름철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평범하고 꾀죄죄한 삼십 대의 부부였다."


"나는 이제부터 그 여자에게서 뜨거운 태양을, 기름처럼 무겁고 번쩍이는 맑은 파도를, 숨찬 갯바람을, 여름을 짜낼 작정인 것이다. 마치 레몬을 짜듯이 짜낼 작정인 것이다."



60년대식


"사실, 도인이 자살을 결심한 것도 그리고 신문사에 보낸 유서를 쓴 것도 깊은 밤이었다. 그리고 깊은 밤  홀로 있을 때는 자기의 목숨이 꽤 값어치 있는 걸로 생각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낮의 거리에서 그것은 얼마나 폭락하는 것인가!"


"도인은 조잡하고 왜소한 자기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걸었다. 불빛의 위치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그림자를 따라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그는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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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 전집 - 전5권 김승옥 소설전집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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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수첩

10쪽 : '자살하는 생활인'이라는 말을 생각하니 우스워서 나는 하하 웃었지만 그러나 결국 나는 이 엉뚱한 친구에게만은, 이번 나의 하향은 자살을 위한 것으로 낙착되었다.


12쪽 : 나는 기차의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뿌옇게 만들어서 거긱에 손가락으로 '외롭다'고 써보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내부를 저런 무관심한 표정으로 가려버리는법을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에서 나는 마스터한 것이었다.


다산성

161쪽 : 위대한 시대만 온다면, 구두 한 켤레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재룡이

277쪽 : 어쨌든 재룡이는 기 이불을 둘러쓰고 잠잔다. 무엇이 보고 싶을 때, 뮤엇이 그다지도 잊을 수 없을 때 자는 그런 잠을 말이다.


290쪽 : 귀찮아서 그랬는지 일부러 그랬는지  유난히 작게 만든 그 분봉들이, 그러나 지금 재룡이의 눈에는 뜻밖에도 거대하고 아스라하게, 그래서 지극히 오만하게 뻐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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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세트 - 전5권 -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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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5권까지 다 읽었다.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작품도 있었고 맞는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읽는 동안 즐거웠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포의 작품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다른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800년대에 쓰인 작품이 아직까지 우리의 정신세계와 문화에 영향을 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는 단편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2편이 실려있다. 학창시절 소설이란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한 이야기'라고 배웠는데, 그 훌륭한 예가 포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있을 법은 하지만 도저히 현실에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포의 작품답게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뼈대 줄거리만 들으면 뻥 심하다 싶은데 읽다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이야기꾼은 이야기꾼이다.


주제답게 두 작품 모두 낯선 세계로 떠나 겪게 되는 희한한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를 죽 읽다 보니 '리처드 파커'라는 낯익은 이름이 나오는데다 표류를 하며 겪게 되는 일들을 보니 <파이 이야기>와 닮았다 싶었는데, <파이 이야기>의 작가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서 고든 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결말이 나버린다. 주인공이 겪은 일을 기록한 일기에 나오는 글자를 해독해 나온 문장 "나는 산속에 그것을 새겨놓았고 바위 속 흙먼지 위에는 내 복수심을 아로새겼다."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대체 그 험한 일들을 겪고 주인공이 어떻게 그곳에서 탈출했는지 궁금한 독자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않은 채 그냥 끝이 나버린다. 궁금한데. 왜 이렇게 끝냈을까?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두 작품을 읽다 보니 당시 백인들이 다른 인종을 보는 시선 - 본인들은 '문명인'이고 나머지는 '야만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 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도 든다. 자기들은 남의 땅 들어가 식민지로 만들어 노예처럼 사람을 사고 팔고 하거나 아예 살던 사람 내쫓고 주인행세 하며 살고 있으면서. 작품 속 낯선 곳에서 사는 원주민들이란 그저 미개하고 폭력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 당시 가치관을 잘 드러내주는 것 같다.


포의 작품이 모두 출판된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고 번역 또한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많은 오타는 다 어쩌자는 건가 싶다. 5권 전부 오타가 참 꾸준히 있다. 얼른 감수하여 수정하시길.


어쨌든 영미 문학에서 중요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나와 맞는 작품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지만 내가 아는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미친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고전은 이래서 고전인가 보다.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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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세트 - 전5권 -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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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권까지 다 읽었다. 딱히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글은 아니지만,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


4권은 '풍자'에 관한 이야기다. 풍자라고 해서 대체 어떤 이야기인가 궁금했는데 솔직히 짐작도 잘 안 갔다. 찬찬히 읽어보니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가는 게 이 책에 담겨있는 이야기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현실에 존재했다면 사람들이 깨나 싫어했을 것 같은 희한한 사람들이다. 나름 과학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이리저리 사기를 치고 다니고 결국 '기술'의 하나로 인정받는다는 <사기술>이나,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다니는 <비즈니스맨>,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 같은 걸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안경>, 영리하게 결혼 날짜를 찾아 승낙을 받은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일요일>, 이런 걸 가지고도 글을 쓸 수 있구나 싶었던 <x 투성이 글> 등등 언뜻 보기에 말도 안 되는 배경에 비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 의외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포는 천재였던 걸까. 말 그대로 황당하지만 나름대로 말은 된다. 작가의 능력인가 보다.


<미라와 나눈 대화> 같은 경우만 봐도, 수천 년 전 잠든 미라를 우연히 깨워서 하는 대화라고는 고대 문명과 현대 문명 중 어느 것이 낫냐는 식의 유치한 우격다짐이다. 결국 미라와의 대화 끝에 현대 문명이 이집트의 문명보다 낫다고 승리(?) 한 주인공은 집에 가서 본인도 미라가 되어 당분간 잠을 자기로 한다. 이 세상이 지겹다나.


이런 식의 이야기라서 '풍자'인가 보다. 말도 안 되는 배경과 설정을 생각하면 그냥 이상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을 법한데 희한하게 논리를 찾아가니 이야기를 따라 읽게 된다. 그간 글을 많이 봤다면 많이 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식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기존의 뻔한 이야기가 싫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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