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세트 - 전5권 -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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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5권까지 다 읽었다. 내 취향과 맞지 않는 작품도 있었고 맞는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읽는 동안 즐거웠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포의 작품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다른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800년대에 쓰인 작품이 아직까지 우리의 정신세계와 문화에 영향을 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는 단편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 2편이 실려있다. 학창시절 소설이란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성한 이야기'라고 배웠는데, 그 훌륭한 예가 포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있을 법은 하지만 도저히 현실에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포의 작품답게 촘촘하고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뼈대 줄거리만 들으면 뻥 심하다 싶은데 읽다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이야기꾼은 이야기꾼이다.


주제답게 두 작품 모두 낯선 세계로 떠나 겪게 되는 희한한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를 죽 읽다 보니 '리처드 파커'라는 낯익은 이름이 나오는데다 표류를 하며 겪게 되는 일들을 보니 <파이 이야기>와 닮았다 싶었는데, <파이 이야기>의 작가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서 고든 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결말이 나버린다. 주인공이 겪은 일을 기록한 일기에 나오는 글자를 해독해 나온 문장 "나는 산속에 그것을 새겨놓았고 바위 속 흙먼지 위에는 내 복수심을 아로새겼다."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대체 그 험한 일들을 겪고 주인공이 어떻게 그곳에서 탈출했는지 궁금한 독자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않은 채 그냥 끝이 나버린다. 궁금한데. 왜 이렇게 끝냈을까? 분명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두 작품을 읽다 보니 당시 백인들이 다른 인종을 보는 시선 - 본인들은 '문명인'이고 나머지는 '야만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 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도 든다. 자기들은 남의 땅 들어가 식민지로 만들어 노예처럼 사람을 사고 팔고 하거나 아예 살던 사람 내쫓고 주인행세 하며 살고 있으면서. 작품 속 낯선 곳에서 사는 원주민들이란 그저 미개하고 폭력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 당시 가치관을 잘 드러내주는 것 같다.


포의 작품이 모두 출판된 것은 축하할만한 일이고 번역 또한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많은 오타는 다 어쩌자는 건가 싶다. 5권 전부 오타가 참 꾸준히 있다. 얼른 감수하여 수정하시길.


어쨌든 영미 문학에서 중요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었다. 나와 맞는 작품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었지만 내가 아는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미친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고전은 이래서 고전인가 보다. 좋은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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