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월식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몇분여 전에 겨우 그 사실을 알았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은 여전히 그대로인 풍요로움을 노오란 빛망울로 내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다른 보름때와는 달리 그녀는 조금 쓸쓸했고, 살짝 서럽게 예뻤다.
달의 얼굴위로 태양은 따듯한 손으로 어루만지듯 예의 그림자를 보내며 다시금 저 먼곳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붉게 상기되었던 달은 차차 평정을 되찾는 듯 보였다.
내가 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느리디 느린 시간이 그녀의 얼굴위로 지나가고있다.
그 느리디 느린 시간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점점 펄럭이고 얼굴은 뜨거워진다.
찬 바람이 콧대와 눈망울을 빗겨 지나간다.
너무나 차가운 바람에 내 마음은 끝내는 터져버릴 것만 같다
달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