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시만 되면 일제히 에어컨을 꺼버리는 회사에서
몇번 버텨보긴 했지만, 쉽지가 않았더랜다.
허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하고 해서
놋북도 다시 집에 가져다 놓을 겸, 겸사겸사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대개 40분 정도 걸리는 길을 버스를 타고 한시간을 왔지만
내내 좋았다.
이, 비가. 종일 주르륵.
땀이 안나는 하루여서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넓디 넓은 버스의 차창을 수놓은 빗방울 사이로 보이는
서울의 풍광이, 그냥 참 좋았더나 싶었다.
졸며, 공상하며, 졸며, 사람구경하며, 졸며,
돌아와서도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아, 이, 비가,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이 빗소리와, 그가 가져다주는 이 시원함을
이 밤과 밤을 좇아 나올 새벽이 아침에게도 가만, 건네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