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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남자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평점 :

요네스뵈(지음)/ 비채(펴냄)
요 네스뵈는 이번에도 살인을 썼지만
사실 그가 해부하는 건 인간의 '질투'다.
노르딕 누아르의 대표 작가인 요 네스뵈가 처음으로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읽다 보면 오히려 인간 감정의 어두운 단면들을 해부한 표본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저작들은 방대한 분량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추리물 스릴러 입문자도 사랑하는 작가 요 네스뵈 작가님!! 인간의 대표 감정 중에 '추'의 감정으로 표현한 니체나 지라르가 떠오른다. 니체에게 질투는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갉아먹는 감정이었다.
이번 단편집에서 작가는 질투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장르들을 실험했다고 본다. 추리소설, 심리 스릴러, 디스토피아 SF, 블랙코미디가 계속 뒤섞이고 교차하는데 이런 구성 너무 좋아한다.
소설 창작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건 요 네스뵈의 하이 콘셉트다.
바람난 남편에게 복수하려고 ‘자살 에이전시’를 찾는 여자,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쌍둥이 형제, 경쟁자를 제거하려 시간 여행까지 감행하는 남자,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복수와 윤리 사이를 흔들리는 인물들은 서사적으로 흥미롭다.
하지만 요 네스뵈의 흥미는 단순히 기발한 소재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질투는 인간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된다. 사랑과 소유욕의 경계, 타인의 행복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 비교와 열등감, 나아가 가장 친밀한 관계 안에서 피어나는 폭력성까지 질투의 감정을 집요하게 변주하고 확장한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기존 북유럽 스릴러의 차갑고 현실적인 분위기에 SF 적 상상력이 꽤 강하게 들어간다는 점이에요. 평행우주, 시간 여행, 디스토피아 설정 등이 등장해서 “블랙 미러 느낌의 범죄소설”처럼 읽히는 단편도 있었다.
가장 무서운 범죄는 낯선 사람에게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랑했던 사람, 비교했던 사람,
한때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많은데 특히 팬데믹 이후 세계를 다룬 「쥐섬」 같은 작품은 코로나19 시절이 떠올라서, 꽤 현실적인 공포로 와닿았다. 바이러스, 경제 붕괴, 사회 구조 붕괴를 압축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도 매력 있다.
『 런던 』 이 소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에서 낯선 여자가 “저 자살할 거예요”라고 고백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자살 에이전시라는 발상 자체가 기괴한 하이 콘셉트로 느껴졌다.
『 기억 파쇄기』 노화를 멈추는 기술을 발견한 연구원이 거대 자본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SF 적 설정이 돋보이며 도덕적 딜레마 인간 욕망과 질투가 기술과 권력과 맞물릴 때 어떤 재앙적 결과를 낳는지 흥미롭다.
「해독제」 사채 빚에 몰린 아들이 독사 전문가로 살아가는 아버지를 찾아 아프리카로 향한다는 설정부터 강렬하지만, 이 단편이 오래 남는 이유는 단순한 긴장감 때문만은 아니다. 독사가 들끓는 밭이라는 극한의 공간 속에서 요 네스뵈는 생존과 인간관계를 거의 원초적인 차원까지 밀어붙인다. 그곳에서는 가족애조차 절대적인 가치로 남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가장 가까운 관계마저 거래와 계산의 대상으로 변할 수 있다. 섬뜩할 정도로 냉혹한 세계다.
“살인사건의 80퍼센트에서 살해 동기의 80퍼센트가 질투다.” ( 어떤 의미에서는 소설을 관통하는 문장 아닐까? 표면적으로만 해석하면 살해가 이 문장은 인간 범죄의 가장 흔한 원인을 설명하는 문장이지, 결코 죄를 정당화하는 문장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읽다 보면 순간적으로 독자를 위험한 지점까지 데려간다.
“그 정도로 사랑했으니까”, “배신당했으니까”, “너무 고통스러웠으니까” 같은 감정이 살인의 이유처럼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소설은 불편하다. 질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독자는 살인범의 감정을 이해(?) 하게 된다. 문제는 ‘이해’와 ‘용서’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데 있다.
누군가의 배신 때문에 무너질 수는 있다. 사랑이 끝난 뒤 질투와 열등감, 분노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문장이 무서운 이유는, 아주 평범한 감정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질투는 특별한 악인의 감정이 아니다. 사랑받고 싶고, 버려지기 싫고, 비교당하기 싫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감정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누구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폭력을 합리화할 가능성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해부한다.
그는 오히려 질투가 인간을 얼마나 추하고 왜소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랑 때문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지 못한다는 공포 때문에 망가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676쪽으로 꽤 두꺼운 책이지만 단편집이라 호흡은 빠른 편이고, 한 편씩 읽을 때마다 분위기가 계속 바뀌어서 의외로 잘 넘어가는 타입이다. 특히 SF ·심리극·스릴러를 같이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합니다!!
질투.
누군가를 너무 사랑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과 존재 자체를 견디지 못할 때 태어나는 감정이 아닐까
책 속 인물들은 대개 사랑보다 먼저 비교하고, 상실보다 먼저 소유를 떠올린다. 그런 이유가 사랑을 파멸시키고 결국 스스로 자멸하게 되는 원인이라면 사랑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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