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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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수니타 샤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복종은 본능이지만 저항은 선택이라는 문장이 유난히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선거가 끝났다. 누군가는 결과에 기뻐하고, 누군가는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가 하는 점이다.






주변의 분위기, 소속된 집단의 의견, 언론과 SNS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순응한다. 때로는 갈등이 싫어서, 때로는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서, 때로는 모두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저 따라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정치의 영역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가족 관계에서도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순응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저자 수니타 사는 인간이 순응하도록 진화했다고 말한다.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도, 권위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개인의 의지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공동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기대에 맞추도록 학습되어 왔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저항을 거창한 혁명이나 영웅적인 행동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저항이란 뭘까?

자신의 가치관과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조심스럽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 침묵이 편한 순간에도 질문을 던지는 것, 타인의 기대보다 자신의 신념을 우선하는 것. 어쩌면 저항은 거리에 나가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항하는 사람이 특별히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저자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진정한 저항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반항을 권하는 책이 아니라 주체성을 회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순간 타인의 기대 속에서 선택한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불편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당신의 네는 정말 당신의 목소리인지....




선거를 지나며 민주주의가 결국 투표 하루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부당함에 질문할 수 있는 태도, 그리고 필요할 때는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유지된다.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힐수 있는 이 책!

나답게 살고 싶지만 자꾸 타인의 기대에 흔들리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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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 20억 년간 작동해온 생존과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숲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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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데이비드 베이커 저 │ 김숲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인간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쾌락을 느끼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니 놀랍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책이라는 점. 제목만 보면 다소 자극적인 대중 교양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성을 둘러싼 가십이나 문화사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해 생명의 진화, 영장류의 등장, 그리고 현대 인간 사회에 이르기까지 '섹스'라는 현상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추적하는 연대기적인 위치의 과학책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섹스를 인간만의 특별한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학창시절 성교육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 공감한다. 남과 여자를 따로 떼놓고 그 신체 기관의 명칭만 언급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분리의 방식으로 교육한 시절.

책에서 언급하기를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하고, 단세포 생명이 등장하고, 복잡한 생명체가 출현하기까지의 긴 시간 속에서 성은 생존 전략이자 진화의 엔진이었다. 우리는 흔히 진화를 더 강해지고 더 똑똑해지는 과정이라고 기존 작가들이 생각하고 서술했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생명체는 굳이 번거로운 유성생식을 선택했을까?

왜 수많은 동물은 위험과 경쟁을 감수하면서도 짝을 찾으려 할까?

왜 인간은 단순한 번식을 넘어 사랑과 질투, 매력과 욕망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발전시켰을까라는 질문들이다.





저자는 위 질문들을 유머와 과학적 근거를 섞어 설명한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짝짓기에서 시작해 침팬지와 보노보의 사회 구조, 인간의 직립보행과 성 선택의 관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흥미롭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보노보와 침팬지에 대한 비교였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두 종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사회를 유지한다는 사실은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까지 확장시킨다. 폭력과 경쟁만이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협력과 친밀감 역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점 매우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은 성을 단순히 번식의 도구로 설명하지 않는다. 진화는 생명체에게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명령하지 않았다. 이 부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떠올랐다.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생존과 번식이 중요하지만, 개체의 입장에서는 사랑과 욕망, 즐거움이 먼저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성과 욕망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인간은 대신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쾌락이라는 보상을 설계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행동을 즐겁게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욕망과 매력이 사실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라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하다.


흥미로운 점은 책이 과학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반부에서는 인간 문명이 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통제해 왔는지, 기술 발전이 앞으로 인간의 성과 관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까지 이야기한다. 덕분에 독자는 과거의 진화사뿐 아니라 미래의 인간 사회까지 함께 상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사피엔스》가 인간의 역사를 문명의 관점에서 설명했다면? 이 책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욕망과 번식, 진화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니 생명의 역사를 읽은 기분.

우리가 사랑하고, 끌리고, 질투하고, 관계를 맺는 이유. 그 모든 행동 뒤에는 20억 년이 넘는 진화의 시간이 숨어 있어다는 사실

과학을 사랑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세상에서가장짧은섹스의역사 #데이비드베이커

#알에이치코리아 #과학책추천 #진화생물학 #인간의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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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의 모든 것 -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 사이를 잇는 자들의 시각자료집 ㅣ 미술문화 시각자료집
맥스 카로치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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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샤머니즘의 모든 것 』

맥스 카로치 저 │ 서경주 역 │ 미술문화




무속신앙은 우리 한민족에게 어떤 의미일까. 간절히 빌어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종교를 가진 자이지만 무속이 주는 상징성으로 이야기를 쓰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무속을 미신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무당은 낯설고 불편한 존재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공동체의 아픔을 위로하고 삶의 불안을 해소해 주는 존재다. 이처럼 무속은 오랫동안 존중과 경계,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가며 우리 곁에 존재해 왔고 지금도 분명 많은 분들이 믿고 있다.



무속 그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

처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풍부한 시각 자료들이다. 다양한 문화권의 샤먼 의례와 도구, 의상, 상징들이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어 마치 박물관 전시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볼거리에 있지 않다. 샤머니즘을 미신이나 민속학의 잔재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인간이 세계를 이해해 온 또 하나의 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저자는 샤머니즘을 특정 종교나 특정 지역의 풍습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애니미즘적 세계관에서 출발하여, 샤먼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 폭넓게 설명하는데 그 점 매력적이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샤먼이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샤먼은 공동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죽음과 질병, 재난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해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의 시대에 샤먼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설명하는 통역자이자 상담가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무속신앙도 떠올랐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산과 강, 나무와 바위에 깃든 생명력을 존중하며 살아왔다. 신라 금관에 나타나는 나무 형상과 사슴뿔 장식에서도 샤머니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마을의 서낭당과 당산나무, 굿과 제의 역시 그러한 전통의 연장선에 있다.


불교와 유교가 들어오고, 이후 기독교가 확산된 뒤에도 무속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종교와 섞이고 변형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이는 무속이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와 세계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속신앙의 가장 큰 의미는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있다. 현대 사회는 자연을 관리하고 이용하는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샤머니즘은 자연을 관계 맺어야 하는 존재로 이해한다. 동물과 식물, 강과 산에도 저마다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의외로 오늘날의 환경 문제와도 연결된다. 인간만이 중심이라는 사고방식이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온 시대에,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샤머니즘의 관점은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부분이다.




책은 새머니즘은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믿지도 않는다. 대신 다양한 문화권의 사례를 통해 인간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죽음과 상실,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한다. 샤머니즘은 그러한 질문들에 대해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시도해 온 하나의 응답이었다.



한편으로 무속신앙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조상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샤머니즘의모든것 #맥스카로치 #미술문화 #무속신앙 #샤머니즘 #한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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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동주·소월 시 108선
윤동주.김소월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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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스타로고 (펴냄)







필사의 인기는 대단하다.

서점에 가면 필사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이고, SNS에는 자신이 쓴 시와 문장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다. 왜 사람들은 굳이 읽어도 되는 글을 다시 손으로 써 내려갈까.

아마도 필사는 느림의 미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을 읽고 쓴다. 그런데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 넘기며 순식간에 휘발된다.

하지만 필사는 다르다. 한 문장을 읽고, 멈추고, 따라 쓰고, 다시 읽는다. 눈으로 스쳐 지나갔던 문장이 손끝에 머물고, 손끝에 머문 문장이 마음속에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필사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느린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이 책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장 깊고 아름답게 노래한 두 시인, 윤동주와 김소월의 시 108편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은 별과 양심을 노래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리움과 한의 정서를 노래했다.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시인이지만, 우리말을 사랑했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책을 펼치면 먼저 사철제본의 장점이 눈에 들어온다. 책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필사하기 편하고, 종이의 질감도 좋다. 필사북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써보는 경험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세심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윤동주와 김소월의 시를 단순히 읽는 것과 직접 써보는 것이 전혀 다른 경험이라는 점이다.


학창 시절 외우듯 읽었던 「서시」는 어떤가? 수능문학으로 생각하던 서시가 아니라 필사로 천천히 따라 쓰다 보면, 익숙한 문장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역시 눈으로 읽을 때보다 손으로 옮겨 적을 때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시인의 호흡을 따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낀 것은 한글의 아름다움이었다. 윤동주의 맑고 단정한 언어와 김소월의 음악적인 리듬은 필사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글자를 적는 행위 자체가 우리말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기도 하다. 설레기까지 한 필사.







필사는 글씨를 잘 쓰기 위한 취미가 아니다. 집중력을 기르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좋은 문장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필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잠시라도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멈추고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필사 노트가 아니다. 윤동주와 김소월이 남긴 언어를 따라 걸으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시 만나는 작은 여행이다.

빠르게 읽고 잊히는 시대에, 천천히 쓰고 오래 기억하는 경험이 아닐까? 



오늘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갔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펜 한 자루를 들고 이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보길 권하고 싶다.






#윤동주김소월필사북 #윤동주 #김소월

#스타로고 #필사북 #필사의힘 #한글의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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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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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아직·문화류씨·정명섭·최하나 저 | 팩토리나인







빌어주는 마음, 무당은 어떤 존재인가.

나는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의 무속에 관심이 많았다. 신의 존재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오히려 궁금했던 것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막다른 순간마다 무속을 찾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병이 낫지 않을 때.

아이를 낳지 못할 때.

바다에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때.

억울하게 죽은 이의 넋이 떠돌 때.

사람들은 신을 찾았고, 그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를 찾았다. 무당은 단순히 점을 치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두려움과 죽은 사람의 한을 함께 떠안는 중개자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굿은 신을 부르는 의식이기 전에 인간의 절망을 견디기 위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그 오래된 무속을 네 명의 작가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형 오컬트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무속은 종종 공포의 소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작품집은 단순히 귀신이 나타나고 사람을 해치는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무속이 품고 있는 욕망과 금기, 공동체의 기억과 두려움이 장르소설의 언어로 새롭게 변주된다.


강변 마을의 도당굿에서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믿음과 공포가 드러나고,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금기된 의식은 인간의 호기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권력을 얻기 위해 반복되는 대운굿은 신을 향한 믿음보다 인간의 탐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사상이 차려진 사당은 독자를 서늘한 미스터리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집 속 무속은 신비롭지만 동시에 매우 인간적이다. 굿판에 나서게 된 학생, 작가의 말에서 희생 당한 여성방문 노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살리고 싶어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싶어서, 세상에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을 견디고 싶어서 신을 찾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공포가 시작된다. 인간의 간절함이 신의 영역을 건드리는 순간 말이다.

과연 사람들은 신을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신 빌어주기를 원했던 것일까.





최근 MZ 무당이 쓰신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무당은 미래를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오래된 상담자였는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과 비밀, 슬픔과 욕망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들었던 존재. 그런 의미에서 무속은 종교라기보다 인간이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서사였을지도 모른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는 바로 그 서사를 현대 장르문학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다. 호러와 미스터리, 오컬트의 재미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국 무속이 품고 있는 집단 기억과 인간의 욕망을 함께 들여다보게 만든다.





한국형 오컬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이고, 나처럼 무속을 문화와 이야기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었던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작품집이다. 굿판의 북소리와 금기의 냄새, 그리고 인간의 가장 오래된 소망이 네 편의 이야기 속에서 서로 다른 얼굴로 살아 움직인다.

읽고 나니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왜 무속에 기대었을까.

누군가는 그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향해 대신 기도해 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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