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갱이들 -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황보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알갱이들」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황보나 지음 | 사계절




문학상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박지리문학상의 당선작을 매년 찾아보곤 했다. 한 해의 수상작을 기다린다는 건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일이기도 했지만, 박지리라는 이름이 남긴 문학적 질문이 어떤 모습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소식은 놀라웠고, 안타까웠다. 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작가와 문학의 가능성을 발굴해 온 문학상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져서 그래서 이 작품이 내겐 더 애틋하다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의 첫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반가웠지만, 무엇보다 죽음과 애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점이 흥미로웠다.

죽음은 언제나 남겨진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떠난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죽음을 설명할 수 없고, 남겨진 사람들은 그 부재를 받아들일 만한 이유를 찾으려 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달라졌을지.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이 마음속을 맴돌고, 일상은 그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소설의 인물들은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거나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내기보다, 정미의 죽음 이후 남겨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부재를 통과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살아 있는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사이로 정미라는 존재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정작 정미는 살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데도, 소설 속에서 정미의 자리는 좀처럼 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지점이 이 작품의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함께했던 시간과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 뒤늦게 떠오르는 사소한 장면들까지 더해져 한 사람의 부재는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은 남는다.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삶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때때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인상을 주지만, 문학은 꼭 그런 방식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한 작품이 남긴 질문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한 문학상이 발견한 작가의 다음 작품은 또 다른 독서의 시작이 된다. 박지리문학상이 문을 닫는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동안 이 상이 세상에 건넨 작품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타인이 온전히 헤아릴 수 있을까. 작가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둘러 덮지 않아서 좋았다. 여운을 길게 남기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