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사과해드립니다 ㅣ 새소설 24
고요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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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대신 사과해드립니다』

고요한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대신해주는 사과라니 제목이 신박하다. 소설의 초반부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전남편 대신 병실에 누운 여자에게 사과하러 온 남자라. 그는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펼친 책이다.



사과는 대신할 수 있어도, 용서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마주쳤던 고요한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에 관심이 갔다.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가 이번에는 ‘사과 대행 서비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들고 돌아왔다.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일, 잘못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일.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얼마나 쉽게 하나의 일로 묶어 생각하는 걸까.



사과를 하고 싶지만 직접 나설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신 사과해 주는 일. 얼핏 기발하고 유쾌한 발상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잘못을 대신 사과한다는 것은 대체 어디까지 가능한 일일까.

책 속에서 특히 눈길이 머물렀던 장면은 개에게 사과하는 부분이었다.



사람에게 사과할 때 우리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어떤 말을 해야 받아들여질지 고민한다. 사과를 받아줄지, 나를 용서할지,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까지 계산한다. 그런데 개 앞에서는 그 복잡한 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무엇을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과는 과연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일인지 경계가 불투명해진다.



작품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질문은 살인자의 사과를 대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면, 우리는 그 마음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면 사과는 누구를 향해야 할까. 사과하는 사람이 진심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말의 무게까지 달라지는 것일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과 대행 서비스’라는 설정에는 분명 유머가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설정은 제법 씁쓸하다. 돈을 지불하면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세상. 직접 마주하기 어려운 감정조차 대행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려는 세상.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마음을 타인에게 맡긴 채 살아가고 있을까.



기발한 발상과 상황설정이 무척 재밌었다. 주위에 활동하시는 작가님들에게 문학상 수상 이후 작품을 쓰기란 더 부담감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세계문학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이 무거웠을텐데 작가는 흥미롭고 신선한 소재로 독자들의 니즈를 꽤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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