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조각
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정보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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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숨의 조각 」

사라진 생명은 뼈로 남고, 인간의 욕망은 역사로 남는다

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 열린책들




어떤 생명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그 존재의 크기를 드러낸다. 살아 있을 때는 얼마든지 마주할 수 있다고 믿었고,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존재.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돌아보았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남겨진 것은 몇 장의 기록과 누군가의 기억, 그리고 한때 분명히 살아 숨 쉬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뼈의 조각들뿐이다.

인간이 발견한 지 불과 수십 년 만에 멸종한 스텔러바다소. 거대한 몸집과 온순한 성질을 지닌 이 동물은 한때 북태평양의 바다를 유영했지만, 이제는 박물관에 전시된 채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거대한 동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사라지고, 다시 인간의 기억과 과학 속에서 복원되기까지의 긴 시간을 세 편의 이야기로 엮어 낸다.

소설은 1741년 베링 탐사대의 항해에서 시작된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과 발견의 열망으로 가득 찬 여정은 혹독한 자연 앞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로 바뀐다.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탐사대원들에게 거대한 바다소는 목숨을 이어 갈 수 있게 해 주는 귀중한 존재다. 박물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스텔러는 이 낯선 동물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인간에게는 경이로운 발견이었지만, 그 발견은 동시에 한 생명이 멸종을 향해 가는 역사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독도의 강치가 떠올랐다.

한때 독도 주변 바다를 무리 지어 헤엄치던 강치들. 바위 위에서 햇볕을 쬐고, 파도 사이를 오가며 살아갔을 생명들은 인간의 욕망이 드리운 바다에서 끝내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살아 움직이던 모습을 상상하고, 남겨진 기록을 더듬으며 사라진 시간을 되짚을 뿐이다.




두 동물의 이야기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흩어진 뼈를 모아 하나의 온전한 골격으로 되살리려는 사람들에게로 이어진다. 사라진 동물의 모습을 알아내고, 조각난 뼈를 맞추고, 보이지 않던 생명의 형상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이름 없이 지나치기 쉬운 과학자와 수집가, 복원가들의 삶에도 시선을 건넨다. 특히 역사 속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과학 일러스트레이터 힐다 올손의 존재는, 생명을 기록하고 복원하는 일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과 시간이 숨어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내게 이 소설이 인상 깊었던 것은 멸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다.

작가는 발견의 기쁨과 탐험의 열정, 지식을 향한 집요함, 자연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한데 놓는다. 인간은 알고 싶어 하고, 기록하고 싶어 하며, 사라진 것을 되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이 때로는 자신이 이해하고자 했던 세계를 파괴하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그것을 오래도록 소유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표본으로 만들고, 박물관에 전시하면 그 존재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과 그 생명이 남긴 흔적은 같을 수 없다. 아무리 정교하게 뼈를 맞추어도 그 안에 깃들었던 숨결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내게 핀란드 소설은 귀하기도 하고 이번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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