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 -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건너는 53가지 인생 지혜
호메로스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이 리뷰
『 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
호메로스/ 메이트북스
목적지는 지키되, 돌아가는 길은 바꿔라
고전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질문은 유효하다. 3천 년 전 바다를 건넜던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오늘의 삶과 연결해 읽는 일도 그렇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려는 한 영웅의 이야기다. 영화로도 보고 책도 여러 차례 봐서 익숙할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귀향길이 아니었다. 예기치 못한 재난과 유혹, 동료의 죽음과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끊임없이 선택을 했다.
이 책은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53가지 지혜를 말한다.
책은 오디세우스를 무조건 본받아야 할 완벽한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여정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목적지는 분명하지만 그곳에 이르는 길은 매번 달라진다는 점은 독자들에게 흥미롭다. 뗏목이 부서지면 남은 조각을 붙잡고 헤엄쳐야 하고,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지략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때로는 당장 대응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과정을 우리 삶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한 번 세운 계획이 어긋나면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을 실패의 인정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것은 처음 선택한 항로를 끝까지 고수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을 바꾸는 것은 포기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판단일 수도 있다.
특히 세이렌의 일화는 의지와 자기 통제에 관해 생각해 보게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믿는다는 말을 강한 의지와 연결한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만 믿고 위험에 뛰어들지 않는다. 노래를 듣고 싶다는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그 욕망이 자신을 파멸로 이끌지 못하도록 미리 장치를 마련한다. 무조건 참아내는 것보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자신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편이 더 현명할 때가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3천 년 전 오디세우스가 건넌 바다와 오늘 우리가 건너는 삶의 바다는 다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길을 잃었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돌아가고,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전혀 다른 항로를 선택하면서도 끝내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는 것.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흔들려도 다시 방향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오디세우스가 3천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현실적인 지혜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