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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ㅣ 트리플 37
임솔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임솔아 지음 · 자음과모음 · 트리플-37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마음은 무엇일까.
임솔아의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을 읽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내가 직접 보지 못한 순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만 일어났던 일, 이미 지나가버려 다시는 확인할 수 없는 장면을 우리는 왜 자꾸 상상하고 되짚어보는 걸까. 어쩌면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끝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해해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금빛 베드 러너」의 지윤은 어쩌면 웃음을 연습해온 사람이다. “지윤아, 웃어야지.”라는 엄마의 말은 너무 오래 반복되어 이제는 자신의 표정처럼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지윤에게 웃음은 감정이라기보다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검사자는 지윤에게 “표정이 웃음밖에 없다”고 말한다. 늘 잘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자신을 설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윤은 그제야 깨닫게 된다.
나는 이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표정을 연습하고 있을까.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상처받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그리고 정작 그 표정 아래에 있는 진짜 마음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지윤이 엄마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놓치듯, 우리 역시 가까운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장면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도희의 한 시간」에서는 기차가 등장한다. 도희는 지나간 기억과 지금의 시간을 오가며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짐작해간다. 노수녀와의 대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처음부터 건널 수 없는 칸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기차를 타고 있어도 목적지가 다르고,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도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임솔아의 인물들은 그 막힌 칸 앞에서 돌아서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계속 질문한다.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고, 오래된 기억을 다시 꺼내보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본다. 결국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끝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앞에 오래 머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쉴 곳」 사람에게는 실제로 경험한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경험하지 않았지만 너무 필요해서 마음속으로 만들어낸 기억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민영은 그곳에서 잠시 쉴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장면을 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장면을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아주 작은 일부만 본다. 웃는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은 대답을 듣고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고, 어떤 선택을 보고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은 장면에는 어쩌면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마음이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보지 못했던 장면을 뒤늦게 바라본다. 엄마를 다시 보고, 과거의 자신을 다시 보고, 타인의 상처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대신, 이해할 수 없는 부분까지 품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쩌면 문학을 읽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 만나보지 못한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면을 상상해보는 것. 그리고 그 장면을 상상한 뒤에는 이전과 조금 다른 눈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것.
그래서 소설을 또 찾게 된다. 추석명절 한 권의 기억남는 소설을 찾는 분이라면 이 책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