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신무연 지음, 정기문 감수 / 다산초당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신무연 저 · 정기문 감수 | 다산초당
우리는 흔히 역사를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왕이 바뀌고, 전쟁이 일어나고, 새로운 사상이 등장하면서 시대가 움직였다고 배워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어쩌면 문명의 방향을 바꾼 것은 위대한 인간의 의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와 그것을 둘러싼 힘의 관계였을지도!!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불, 바늘, 쟁기, 문자, 바퀴처럼 너무 익숙해서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본 적조차 없는 것들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불은 인간이 자연의 위협을 견디게 했고, 바늘은 몸을 추위로부터 보호했으며, 쟁기는 농업 생산력을 바꾸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도구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든 순간, 그 도구를 가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힘이 생긴 것은 아닐까.
쟁기는 단순히 농사를 편하게 만든 도구가 아니라 토지와 생산력, 그리고 사유재산의 문제와 연결된다. 문자는 지식을 기록하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정보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간격을 만들었다. 화폐는 교환을 편리하게 했지만 국가의 신용과 경제 질서를 만들어냈다. 콘크리트는 건축 재료를 넘어 거대한 제국의 질서를 물질적으로 구현했다.
이렇게 읽다 보면 발명품이 더이상 과학의 발명품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종이는 지식을 멀리 전달했고, 인쇄기는 지식의 확산 속도를 바꾸었다. 증기기관은 인간의 노동과 생산방식을 재편했고, 철도는 단순히 사람과 물건을 이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과 공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했다. 전신과 전화가 등장하면서 정보의 속도 자체가 권력이 되었다.
기술은 누구를 자유롭게 했으며, 누구에게 새로운 통제력을 주었을까.
기관총과 원자폭탄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진보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책에 언급된 하버-보슈법은 식량 생산을 크게 늘리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폭약 생산과도 연결된다. 페니실린은 수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기술의 가치가 발견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량생산되고 사회에 배분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발명’보다 ‘소유’와 ‘독점’이라는 단어였다.
무언가를 발명하는 것과 그것을 지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누군가는 그것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얻고, 누군가는 그 기술에 접근하지 못해 새로운 격차의 아래쪽에 놓인다. 이 책이 발명품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특허와 제도의 문제를 반복해서 짚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술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을 둘러싼 법, 자본, 국가, 시장, 독점이 함께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다루는 부분은 특히 더 몰입해서 읽게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매일 사용하고 알고리즘의 추천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책은 익숙함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된 질문을 다시 꺼내놓는다.
내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인가, 아니면 도구가 나의 행동을 설계하고 있는 아닌지에 대해!!!!
월드 와이드 웹은 무료처럼 보이는 서비스 뒤에 어떤 가치가 거래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 자체가 경제적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에서는 국가나 제도 없이도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로봇,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에 이르면 이야기는 더 이상 과거의 세계사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을 다루는 마지막 부분에서 던지는 질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생각하는 능력마저 도구가 대신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무려 50개의 도구를 따라가며 인간의 사유를 다시 묻는 책이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