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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 『불확실성의 시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 21세기북스
불확실성은 이제 세계적인 키워드다. 경제의 불확실성, 정치의 불확실성, 기후와 기술의 불확실성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묻는다. 그런데 무려 반세기 전에 쓰인 갤브레이스의 사유는 지금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바라볼까. 오래전에 쓰인 경제사상사 한 권을 펼쳤는데, 이상하게도 과거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들었다.
경제학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해 마르크스와 레닌을 지나 현대 자본주의의 거대한 법인기업과 관료제,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에 걸친 경제사상의 흐름을 따라간다. 처음에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차례로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을수록 이 책이 하고 있는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경제사상은 어느 날 천재적인 사상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문제와 충돌하면서 태어난다는 것. 그래서 한 시대의 경제이론을 이해하려면 그 이론보다 먼저 그 시대를 먼저 알아야한다.
시장과 경쟁이 만들어내는 번영의 이면에는 노동과 빈곤의 문제가 있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변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 속에서 마르크스가 등장한다. 특히 마르크스를 단순히 ‘자본주의의 반대편’에 세워놓지 않고, 당시의 경제 질서가 설명하지 못했던 문제를 제기한 사상가로 바라보게 만든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경제사상사를 읽는다는 것은 누가 옳았는지를 가르는 일이 아니라, 각 사상이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를 살펴보는 일 아닐까 싶다.
식민주의와 레닌, 화폐의 흥망성쇠를 지나면서 경제와 권력의 관계는 선명해진다. 경제는 돈의 흐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소유하고 있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어떤 제도가 사람들의 선택을 제한하거나 가능하게 하는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관료 혁명’, ‘거대한 법인기업’, ‘토지와 사람’, ‘대도시’라는 주제는 오히려 오늘날의 경제 키워드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거대한 법인기업과 관료제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오늘날의 조직과 기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제적 권력은 한 개인의 소유를 넘어 조직과 시스템의 힘으로 이동한다. 사람들은 시장을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거대한 조직과 제도, 규칙 안에서 선택하고 움직인다. 반세기 전의 이야기가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이유 아닐까?
그리고 책을 읽으며 계속 머릿속에 남았던 단어가 바로 ‘예측’이었다.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기 위해 끊임없이 예측한다. 경제학자는 이론을 만들고, 정부는 정책을 세우고, 기업은 전망을 내놓고, 사람들은 그 전망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한다. 하지만 200년에 걸친 경제사상사를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보인다. 어제의 확신이 오늘의 질문이 되는 일은 아주 흔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확실하다고 믿는 것들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고 과거보다 훨씬 정교한 경제모형을 사용하지만,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가 복잡하게 연결될수록 하나의 변화가 예상하지 못한 곳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불확실성’은 특정한 시대의 예외적인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경제와 사회를 살아가는 조건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래를 모두 알 수 없는데도 결정을 내려야 하고, 완벽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방향을 정해야 한다. 경제의 문제처럼 보였던 책이 마지막에는 인간과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