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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가을말 사전 - 계절마다 더 똑똑해지는,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ㅣ 피카 계절어 사전
방주현 지음, 소보루 그림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어린이 가을말 사전」
계절마다 더 똑똑해지는 어린이 가을말 사전
방주현 글 | 소보루 그림 | FIKAJUNIOR(피카주니어)
‘어린이 가을말 사전’이라니, 얼마나 예쁜가.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말들을 한 권의 책에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니 제목부터 아름다웠다.
그런데 책을 펼쳐보니 예쁜 것은 제목만이 아니었다. 9월의 시작하는 가을에서 10월의 깊어지는 가을을 지나 11월의 저무는 가을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가을의 풍경과 감정이 하나의 낱말이 되어 책 속에 들어와 있었다.
가을볕, 강아지풀, 귀뚜라미, 높푸르다, 선선하다, 송편, 청명하다, 코스모스…
9월의 낱말들을 읽고 있으면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조금씩 달라지는 계절이 느껴진다. 10월이 되면 가을걷이와 갈무리, 갈바람, 단풍, 노을, 들녘, 소슬바람, 오색찬란, 울긋불긋 같은 말들이 등장하면서 가을이 한층 깊어진다. 그리고 11월에는 갈잎, 고즈넉하다, 낙엽, 바스락거리다, 서리, 스산하다, 앙상하다, 저물다 같은 말들이 남는다. 계절이 지나가는 모습을 낱말의 변화로 따라가는 것이 꽤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낱말의 뜻을 외우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선하다’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끝내는 대신,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라진 바람을 느끼게 한다. ‘바스락거리다’는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로 만나고, ‘노을’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으로 기억하게 한다. 낱말을 먼저 배우고 경험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경험했던 감각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인데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이들에게 어휘를 가르치다 보면 단어의 뜻을 아는 것과 그 단어를 자신의 말로 사용하는 것은 꽤 다른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가 어떤 감정을 분명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좋아요”, “싫어요”, “재밌어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정확하게 불러줄 말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전이면서 동시에 표현 연습장이기도 하다. ‘좋다’라는 한마디로 지나갈 수 있었던 순간에 ‘포근하다’, ‘넉넉하다’, ‘오묘하다’, ‘고즈넉하다’ 같은 말을 만난다. 아이가 자신의 경험과 이 낱말을 연결하기 시작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도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똑같은 하늘을 보고도 단순히 파랗다가 아닌 많은 다른 단어와 문장으로 가능하게 연습하게 해준다.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