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만든 세계 - 통화·공급망·기술을 둘러싼 패권전쟁
유재일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미국을 만든 세계」 통화·공급망·기술을 둘러싼 패권전쟁

유재일 지음 | 김영사 (펴냄)




미국은 왜 세계의 중심이 되었을까. 우리는 흔히 미국의 패권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를 생각하곤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 거대한 시장, 실리콘밸리와 세계적인 기업들. 강한 나라가 패권국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돈과 물건과 기술의 흐름을 장악한 나라가 강해지는 것일까.

책은 뜻밖에도 미국 언급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1장의 시작점은 ‘은’이다.


임진왜란을 가능케 한 은의 저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은화하면 떠오르는 ‘달러’의 탄생, 스페인의 마닐라 갈레온 무역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조금 멀게 느껴졌는데 읽을수록 연결고리가 보였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화폐로 믿고 무엇을 사고파는지 혹은 어떤 길로 물건을 운반하는지가 바뀌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이다. 특히 ‘달러’라는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화폐 역시 역사의 산물이며, 돈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이 곧 세계 패권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2장에서는 네덜란드가 등장한다. 해양을 지배하고 식민지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강대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과 신용, 소유권, 원가와 무역,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금융 시스템. 네덜란드가 만들어낸 근대적 자본과 신용의 질서는 이후 영국으로 넘어가며 더욱 거대한 힘으로 발전한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대립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무역 경쟁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향료와 면직물, 동인도회사와 해상로를 둘러싼 경쟁은 단순한 경제적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싸게 만들고, 누가 더 멀리 운반하고, 누가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하며, 누가 공급망의 길목을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영국 동인도회사 언급도 새롭게 보인다. 처음에는 무역을 위한 회사였던 조직이 점차 정복의 주체로 변해가는 과정은 자본과 권력이 어떻게 이익을 위헤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천만 명의 생명보다 흑자가 중요한 자본주의’라는 목차의 문구가 강하게 느껴진다. 패권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결국 승자의 경제적 성공만 읽는 일이 아닐 것이다.


책의 제목에 있는 ‘세계 통화·공급망·기술’이라는 세 단어가 후반부를 읽고난 뒤에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화폐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수단이 아니고, 공급망은 물류회사의 문제가 아니며, 기술은 단순히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발명품이 아니다. 세 가지가 연결되는 순간 그것은 패권의 구조가 된다. 세계가 어떤 화폐를 사용하는지, 어떤 국가의 기술에 의존하는지, 어떤 나라를 거쳐야 물건이 이동하는지가 곧 국제질서의 힘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책은 과거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덮고 난 뒤 지금의 세계가 더 궁금해졌다. 달러를 둘러싼 움직임,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경쟁, 핵심 광물과 배터리, 해운과 공급망의 재편 같은 오늘의 뉴스들이 더 이상 각각의 사건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패권전쟁에서 화폐와 해상로와 산업기술이 그랬듯, 지금도 세계의 주도권은 결국 ‘무엇을 누가 쥐고 있는가’의 문제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