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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ㅣ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드라큘라』 열린책들 세계문학 테마 컬렉션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를 이번에 처음 읽은 것은 아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처음에는 다른 출판사의 판본으로 읽었고, 두 번째도 또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 열린책들 판본으로 다시 『드라큘라』를 펼쳤다. 같은 이야기를 세 번째 읽는다는 건 조금 이상한 경험이다. 이미 조너선 하커가 트란실바니아로 떠난다는 것도 알고, 그곳에서 만나는 드라큘라 백작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루시에게 벌어지는 일도 알고, 결국 사냥꾼들이 백작을 쫓아가게 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무섭다. 오히려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것이 보였다. 처음 읽을 때는 “드라큘라가 무섭다”였다면, 세 번째 읽기에서는 왜 이 이야기가 1897년에 쓰인 이후 100년이 훨씬 넘도록 사라지지 않았는가가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드라큘라가 단순히 흡혈귀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았다. 욕망과 억압, 성적 긴장, 죽음에 대한 공포, 여성의 욕망, 질병에 대한 불안, 과학과 미신의 충돌, 빅토리아 시대가 느끼던 사회적 불안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이미 드라큘라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독자에게 드라큘라는 너무 유명하다. 검은 망토, 창백한 얼굴, 붉은 눈, 송곳니, 목을 무는 흡혈귀.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공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브램 스토커의 원작을 읽으면 우리가 알고 있던 ‘드라큘라’라는 이미지가 사실 이 소설에서 얼마나 천천히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된다. 특히 초반의 조너선 하커 부분은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던 드라큘라보다 훨씬 기묘하다. 하커는 자신이 위험한 곳에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낯선 나라, 이상한 마을 사람들, 밤이 되면 외출하지 말라는 충고, 그리고 아무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불안. 공포는 괴물이 등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이번에 다시 읽으며 가장 강하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는 드라큘라의 공포가 상당히 관능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1부의 여성 흡혈귀가 조너선 하커에게 다가오는 장면. 여자의 머리가 천천히 내려오고, 입술이 그의 입과 턱 아래로 다가온다. 혀로 이와 입술을 핥는 소리가 들리고 뜨거운 입김이 목에 닿는다. 그리고 마침내 두 개의 날카로운 치아가 피부를 누른다. 흥미로운 것은 조너선이 그 순간 완전히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고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흥분하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몽롱한 상태에서 그 순간을 기다린다. 이 장면은 단순한 흡혈 장면이 아니다. 공포와 욕망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만난다. 단순한 공포소설이 아니게 된다. 19세기 말의 소설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흥미롭다. 당시 사회가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던 욕망들이 괴물의 몸을 빌려 나타난 것은 아닐까? 금지된 욕망, 통제할 수 없는 성적 욕망, 낯선 타자에 대한 매혹, 그리고 그 욕망에 끌리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드라큘라는 어쩌면 인간이 숨기고 싶었던 욕망을 가장 아름답고 끔찍한 형태로 만들어낸 존재인지도 모른다.
피는 공포가 아니라 생명의 상징이었다
이번에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피’였다. 루시가 병들어 창백해지고, 계속해서 수혈을 받는다. 그런데 목에는 두 개의 작은 구멍이 남아 있다. “이빨로 씹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흔적. 처음 읽을 때는 그저 흡혈귀의 흔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읽으니 이 장면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현대 독자에게는 너무 익숙한 흡혈귀의 흔적이지만, 작품 속 인물들에게 그것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상처다. 수혈이라는 당시의 근대 의학과 흡혈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충돌한다. 이것이 『드라큘라』의 재미다. 한쪽에는 의사와 과학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민간 전승과 종교, 미신이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과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혈조차 이 작품에서는 죽어 가는 루시를 붙잡기 위한 절박한 의학적 행위로 등장한다. 피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면서 동시에 생명을 빼앗는 매개가 된다. 드라큘라는 피를 마신다. 반면 반 헬싱과 의사들은 피를 공급한다. 한쪽의 피는 생명을 빼앗고, 다른 한쪽의 피는 생명을 연장한다. 결국 『드라큘라』에서 피는 생명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경계다.
드라큘라는 왜 여성의 목을 물까 생각해봤다.
목이라는 신체 부위도 생각해 보게 된다. 왜 하필 목일까? 목은 생명과 가까운 곳이다. 맥박이 뛰고 피가 흐른다. 그리고 동시에 상당히 사적인 신체 부위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목에 입술을 대는 행위는 단순한 공격과는 다른 감각을 가진다. 그래서 흡혈은 폭력이면서 키스처럼 보이고, 키스이면서 죽음처럼 보인다. 이 모호함이 드라큘라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는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괴물이 아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에 침투하는 존재다. 그래서 흡혈은 살인보다 훨씬 친밀하다. 그리고 바로 그 친밀함 때문에 더 불쾌하고 더 무섭다.
좀 색다른 드라큘라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열린책들 버전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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