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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뇌가 만든 천재들』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흐름출판 (펴냄)
사람들은 천재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할 수 있을까.
특히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보면 그런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사람들 가운데에는 유난히 예민한 감각을 지닌 사람도 있었고,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때로는 극심한 고통이나 불안, 불면과 싸우면서 작품을 만들어낸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천재는 뭔가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은 ‘다름’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책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천재를 특별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마다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물론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각자의 뇌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조금씩 다르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누군가는 멜로디를 기억하고 누군가는 가사를 기억한다. 같은 그림을 보아도 어떤 사람은 색을 먼저 보고 어떤 사람은 형태를 본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냄새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특별함은 단순히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남들과 다르게 들어온 세계를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천재성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다.
책의 흥미로운 점은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사례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도 언급되고 책소개글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얼굴만 봐도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 외에도 조현병, 양극성 장애와 같은 정신적·신경학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삶도 살펴보고, 기억과 감각, 공감각, 꿈과 예술의 관계도 언급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경계하게 된 것은 오히려 ‘질환이 있으니 천재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너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질환은 질환이고, 예술적 재능은 예술적 재능이 아닐까 싶어서...
어떤 사람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으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경험 때문에 삶이 무너질 수도 있고,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관찰하고 기억하고 해석하면서 그것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나는 바로 그 과정이 흥미로웠다.
고통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바라보는 방식이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창작에는 감각뿐 아니라 관심과 관찰, 기억, 훈련과 표현이 함께 필요하다.
책의 후반부에서 인공지능과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시대에 우리는 인간의 창의성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 창의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능력만으로 충분할까.
그렇다면 인간과 AI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한 사람의 작품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들어간다.
기억이 들어가고, 관계가 들어가고, 실패와 상실이 들어가고, 자신만 알고 있는 아주 사소한 경험도 들어간다.
그래서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뇌는 같은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